좋은 엄마는 진작에 틀렸어

삼 남매 엄마가 적어보는 편지 #2 - 심쿵이,근사하고 멋진 내 딸에게

by 트리안

바로 오늘 아침의 일이야 이른 시간부터 숨이 턱 막히게 더운 여름날이었어

고집이 부쩍 늘은 반짝이가 기모 그득한 털양말을 어디서 찾아왔는지 모르겠어. 다만, 꼭 신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지. 끊임없는 투정의 연속에 어른답고 엄마답지 못하게 버럭 화를 내버렸어. 목에 칼칼한 느낌이 들도록 쏟아내다가 말을 이어가는 그 순간마저도 아차 싶었어. 아마도 며칠간 눌러오고 참아 온 화를 함께 터뜨려버린 거지. 뒤돌아 곧바로 밀려오는 후회감을 추스를 틈도 없이 출근길 등원길 짐을 주렁주렁 챙기고 있었어

그때, 현관에서 반짝이를 다독이는 심쿵이 너의 목소리가 자그맣게 들렸왔어

“엄마가 화내서 무서웠지, 나는 너를 믿어 네가 괜찮은 아이라고. 그래서 도와주는 거고”

심쿵이 너의 작은 손으로 아직 울음이 얼굴 가득 남은 반짝이의 통통한 발을 신발에 넣어주곤 찍찍이까지 야무지게 붙여주더라. 그러곤 나는 너를 믿는다는 말을 할 때엔 한 7cm쯤 키가 작은 동생을 온 품으로 꼭 안아주는 거야.


우여곡절 끝에 유난히도 무더웠던 등원을 마치고, 홀로 남아 회사로 몸을 옮기는 내내 엄마는 이미 반쯤 넋이 나가 있었어. 초록 신호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생각했지. 6살인 네가 언제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훌쩍 자라나 있던 걸까? 한없이 부족하고 어리숙한 엄마한테서 어쩜 그렇게 의연한 모습을 갖고 자라게 됐을까. 아침의 내 모습에 한껏 미안하고, 그 후의 너의 모습에 사무치게 감사했어. 내 부족함이 너에게 그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닐지 하는 개탄까지 말이야.

그러다 충분히 멋진 너에게 한 가지 욕심을 더 부려보게 돼. 먼 훗날 혹은 며칠 뒤에라도 너에게 어떤 어려움이 생겼을 때. 그때엔 너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꼭 말해주길.

“나는 나를 믿어. 난 참 괜찮은 사람이야”하고 말야.

엄마는 그게 참 오래 걸리고 힘들었는데. 네가 엄마보단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며.

아직도 엄마는 엄마가 자신 없고, 기모양말을 기어코 신고 간 반짝이가 걱정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한뼘 더,

하원길 너희의 그 햇살 같은 미소가 기다려진다.


-너에게 많은 걸 배우는 엄마가

작가의 이전글좋은 엄마는 진작에 틀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