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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Apr 26. 2024

청승 떠는 인간

온 세상을 돌며 청승 떱니다.





"혼자 그러면 안 외롭냐"

"씁쓸한 느낌, 나쁘지 않아 이게"



청승이라는 단어가 좋다.

조용한 곳에서 생각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

대부분 나더러 "청승 떤다" 그러더라.


맥주를 사들고 새벽 공원으로,

담배 한 대 피우러 동해 바다 방파제로,

조금 쌀쌀하니 익선동 포장마차로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고는 한다.



tvn 혼술남녀 中


"참 청승이다!"


이러고 있자면, 꼭 이 말을 듣는다.

요즘은 나를 김청승이라 부른다.

저들에게 내가 참 어지간한가 보다.


청승

쓸쓸하고 처량해 보이는 인간을 일컫는다.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는 뜻이니,

큰 신경을 쓰지않는다.


-


“적적한 장소에서 홀로 생각을 갈무리하는 것"

나는 청승을 이렇게 정의하겠다.


적적한 듯, 고즈넉한 장소에

멍하니 앉은 사람을 보면 걸음이 멈춘다.


소심한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말을 건내고 싶어서 심장이 쿵쾅댄다.


그의 시간이 마무리된 것 같을 때, 인사를 건낸다.

나도 내가 어떻게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대부분 당황하시지만, (나라도..)

나를 말동무삼아 수다를 떨던 분 여럿 계셨다.


혼자 청승을 떨다보면

순간 몰아치는 외로움이 있다.

어찌저찌 갈무리한 마음을 어지럽히러 온다.


혼자서 정리한 마음은 단단하지만 외롭다.


제 발로 찾아간 공허에 외로움이 몰아치면

단단한 마음이 주춤하기도 한다.


그 순간을 버티면

그 마음이 성장을 하더라.


그래서 그 시간을 들어주려 말을 건낸다.

나는 그 경험이 없다, 돌아보니 아쉽기도 해서




중학교, 부상으로 야구 선수란 꿈 포기.

고등학교, 건강 악화와 개인사로 음악 공부 포기.

스물 다섯, 군에서 큰 부상을 입고

귀마개를 끼고 살며 20대 즐거움을 포기.


부상과 포기로 얼룩진 인생이 불안정했다.
흔들리는 마음을 정리하려 했고,

내 인생만 들여다 볼 장소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겐 청승맞은 행동이

일상이 되어버린 걸까.


덕분에 구석구석 아지트가 참 많다.

이젠 나름 여행이고 즐겁다.


조용한 공원, 시골 바닷가, 포장마차를 찾아다니며

참 원 없이 청승 떨고 다닌다.


언젠가 문득 외로운 순간,


"요즘 어때요?"


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참 행복하겠다.


절대 "누구세요?" 하고 묻지 않겠다.




우리네가 청승을 떨 줄 아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주책이어도

생각을 정리하는 귀한 시간이자 낭만이다.



지금도 나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적당한 외로움을 찾아다닌다.


청승 끝에 나름 갈무리한 생각들을

브런치에 끄적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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