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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극P러 Aug 19. 2024

배달 어플 삭제 한 달 프로젝트

완전한 탈바꿈, 지금부터 시작!

  집에 전신 거울과 발레 바를 장만하고, 일찍 일어나 처음으로 출근 전 아침에 발레 연습을 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신 거울로 보니까 턱 밑에 살짝 이중턱이 잡히는 거다. 그래. 5월에 일본여행에서 실컷 먹었던 것을 계기로 그 이후로 쭉, 최근 3개월간 엄청 먹어대긴 했었다. 나는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잘 찌는 체질은 아니다. 특히나 상체는 말랐고 살이 찌면 거의 하체로 가서, 사람들이 잘 몰라본다. 살쪘다고 하면 "너가? 너 말랐잖아~" 이런 반응이다. 그걸 믿고 엄청 먹어댄 거다. ㅠ


  사실 신경증성 폭식이었다. 먹고 일부러 토하거나 한 적은 살면서 한 번도 없으므로 '폭식증'까진 아니긴 한데, 스트레스받거나 무언가 집중해야 할 때 와구와구 먹어댔다. 배가 빵빵해져서 불쾌감이 느껴지고 힘든데도 음식을 밀어 넣은 적이 많았다. 심지어 한 밤 중에 잠에 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삼겹살을 시켜서 욱여넣었는데, 그땐 배가 너무 불러와서 윗배에 통증까지 느껴져 스스로 놀란 적도 있다. 폭식으로 인한 결과는, 돈, 몸매, 피부, 건강까지 잃는 것이었다.


  심각성을 느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도파민' 수치를 살짝 높여줄 수 있는 약(향정신성의약품 펜타민(일명 다이어트약, 식욕억제제) 아님!! 필자는 평생 먹을 생각 없음)을 처방받긴 했다. 밖에서 일하고 있을 땐 식욕이 많이 줄었다. 근데 문제는 혼자 있을 때였다. 일주일 중 하루는 쉬고 있는데, 원래의 취지는 충전도 하면서 못 다 한 일들(집안일, 글쓰기, 공부 등)을 하는 날로 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나 보다.


    스트레스의 첫 번째 이유는 뭔가 외로움, 공허함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혼자 있는 공간에서 더 커지는 게 문제였다. 수면 위생에서 침대에서 다른 건 하지 말고 잠만 자라는 원칙이 있는 것처럼(절대 안 지키는 것... 침대와 물아일체), 집은 쉬는 공간인데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이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또 혼자만의 공간에서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 이유도 있었다. 집중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입에 무언가를 밀어 넣어야 했다. '행위 중독'이었다. 흡연자들이 작업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말이다.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일단 첫 번째,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쉬는 요일인 화요일에 피아노 학원을 등록했다. 연습실도 같이 사용할 수 있으니 일찍 가서 연습하다가 레슨 받기로 마음을 먹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3악장을 배우고 열심히 연습해서 12월에 있는 학원 연주회 때 멋지게 연주해 내리라. 그리고 여름 동안 너무 더워서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주말에도 거의 집 안에만 있었는데, 9월부터는 주말에 커뮤니티 모임 3개를 등록해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주말 중 반 정도는 모임에 나가게 된다. 남은 반은 본가에 내려가거나, 약속을 잡고, 원데이클래스를 등록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


  두 번째는, 배달 어플 삭제이다. 아침에 거울에 비친 이중턱을 보고 바로 삭제해 버렸다. 혼자 살기 시작한 2018년부터 지금까지, 배달 어플은 나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어플 내에서 VVIP 지위를 늘 유지하고 있었고, 식사뿐 아니라 간식까지, 또 한밤중이나 심지어는 새벽에까지 배달 주문 버튼을 눌렀다. 이것도 일종의 중독이었다. 주문 버튼을 누르고 나서 후회하는 일도 잦았다. 하루에 3번 이상 배달을 시키는 날까지 점점 늘어났었다. 이런 나에게 배달 어플 삭제는 신기하고 대견한 일이다. 일단 한 달이다. 한 달 동안은 가끔 과일이나 김밥 포장 주문할 때 빼고는(이건 예외 사항! 댓글에 적을 예정) 어플에서 주문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주문만 하고 나서 다시 바로 어플을 삭제할 것이다. 이게 브런치에 이 글을 적는 가장 큰 이유다. 공개적인 공간에 선포하면 지킬 있을 같아서이다. 주문한 내역은 모두 댓글로 예정이다.


  세 번째는, 불면증 해결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잠에 들지 않을 때, 먹을 것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았다. 적극적으로 해결 방책을 찾아봐야겠다. 우선 수면을 도와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꾸준히 섭취해 볼 예정이다. 또 의사 선생님한테도 증상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봐야겠다. 그리고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이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과 해결책이 겹친다.


  내가 가진 문제를 공개적인 공간에 솔직하게 적는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한데, 이전에 읽었던 글쓰기 관련 책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널 브랜딩』, 조한솔 저)에서 글에는 교묘함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욕망을 아닌 척 숨기지 말고, '심리학자들이 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솔직함에 끌린다. 그 이유는?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잘난 모습만 편집해서 보여주는 사람보다 약점을 공개하는 이들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솔직하게 글을 쓰는 연습을 하라고 말한다.


  그래, 평소에도 진정성을 중시하던 내가 아니었던가. 솔직하게 공개하고 앞으로의 에세이에서 점점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up, down 또한 모두 솔직하게 그려 나가고 싶다. 오늘 적은 '배달 어플 삭제 프로젝트'가 그 시작이다. 한 달 과정을 꼭 성공하고,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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