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일, 한국어 교사로서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에 와서 일기장을 쓰고 서랍 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외국 학생에게서 받은 편지를 봤습니다. 그 편지는 제가 출산을 앞두고 잠시 강의를 쉬게 되자 학생들이 써 준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최근에는 학생에게서 카드나 편지를 받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요즘은 SNS나 카카오톡, 이메일 등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소식을 전하고 간단한 안부를 묻습니다. 정성스럽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주고받은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문득 2007년에 처음 한국어 교사로 일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봤습니다. 19년 전 세계 속의 한국은 그 위상과 영향력이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한국어 교육 현장의 상황과 교실 풍경, 외국 학생들의 모습도 긴 세월 동안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바로 제 자신입니다. 19년이라는 세월 동안 제 외모도 많이 달라졌더군요. 이제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사적인 시간을 나누며 함께 사진을 찍기에는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대화가 잘 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젊은 선생님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리라 생각합니다.
2007년 따뜻한 봄날
비록 불안정한 계약직 시간 강사로 사회의 첫 발을 딛었지만 제 마음은 기대와 설렘, 열정과 꿈으로 가득했습니다. 한국어 교육 지식도 많이 부족했고 가르치는 방법과 기술도 서툴렀지만, 제게는 젊음이라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공감할 수 있었고, 소통도 쉬웠습니다. 같은 20대라는 강력한 유대감은 교실에서 알게 모르게 제게 힘과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19년이 흐른 지금의 저는 그때와 다릅니다. 한국어 교육 지식과 경력이 모두 풍부해졌습니다. 노련하고 능숙하게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그때 제 안에 가득했던 사랑과 열정은 어느새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걸 압니다. 오늘날 교육 현장의 변화와 세대 차이도 원인이겠지만, 나의 꿈과 열정이 현실을 바꾸지는 못하기에 어느새 체념과 포기를 하면서 사랑도 시나브로 식었나 봅니다.
하지만 오늘 학생이 준 사랑이 가득한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제 안에는 여전히 사랑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불씨를 되살리지 못한다면, 저는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언제 끝날지 모를 한국어 교사로서의 제 삶을 기록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제 한국어 교실은 작은 지구와 같았습니다. 다양한 언어, 문화, 사람을 만나면서 저도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제 한국어 교실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기록"을 담아 언젠가 또 이 길을 향해 첫발을 내딛을 누군가에게 격려와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록의 여정을 통해 훗날 한국어 교사로서의 제 마지막 인생 페이지를 사랑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