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꿈을 이루셨나요? 아니면 이루고 계신가요?
누군가 저에게 한국어 교사가 꿈이었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무슨 계기로 한국어 교육을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사실 문학 작품을 좋아해서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교 때는 시인도 되고 싶었고, 아동 문학가도 되고 싶었습니다. 또 어릴 때부터 꿈꿨던 소설가가 되고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 때 교내 문예지 투고에서도 낙방하면서 내가 얼마나 닿기 어려운 꿈을 꾸었는가를 깨달았습니다. 계속 글을 쓰면서 도전을 하기에는 현실의 벽도 높았고, 나의 의지와 능력도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작품을 읽을수록 세상에는 위대한 작가와 작품이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나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이 쓰는 글은 그저 귀한 자원인 나무를 괴롭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쓰는 것은 포기해도 읽는 것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대학원에 진학해서 비교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난 후 YWCA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어느 날 저에게 연락했습니다.
"내년에 영국에 파견 보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지원해 보지 않을래? 가서 봉사도 하고 문화 체험도 하고 여러 가지로 너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물론 서류 심사와 영어 인터뷰는 통과해야 해."
친구의 제안에 저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지원을 했습니다. 지금이라면 온라인 지원을 하고 ZOOM으로 비대면 면접을 봤겠지만, 그때는 직접 추천서도 제출하고 영국에서 온 직원과 영어 인터뷰도 2시간 가까이 대면으로 해야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합격을 하고 런던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해외 체류 경험도 없었고 지금처럼 유튜브나 SNS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습니다.
당시 현지인에게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작은 기념품을 챙겨가면 좋다는 조언을 듣고 인사동을 거닐면서 엽서와 책갈피 등을 약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는데, 그때 한 외국인이 우연히 한국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나름 작은 목소리로 읽는데, 그 소리가 제 귀에 들렸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 눈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그래, 외국 친구에게 아름다운 우리 한글을 가르쳐주는 건 어떨까? 혹시 나에게 한국어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나는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
그런데 이 생각을 하다 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비록 제 전공이 국어국문학이지만,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막상 외국인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전한다는 것은 꽤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연세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교사 양성 과정 프로그램 수업을 듣기로 했습니다. 그간에 배웠던 국어국문학은 당연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한국어 교육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기에 접근 방식과 관점이 달랐습니다.
그때 제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갑자기 영국 가기 전에 시간도 없는데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 수업은 뭐 하러 들어?"
"영국에서 한국어 교사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저도 모르게 우연히 내뱉은 말이었는데, 이 말이 운명처럼 저를 이끌어갔습니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 보니까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2006년의 3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제 나이 27살이 되던 때!
당시 친구들은 취업과 결혼으로 20대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저는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제 가방에는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 수료증도 함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바다를 헤쳐 나가며 때로는 거친 파도와 폭풍으로 항로를 바꾸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섬을 만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영국은, 그리고 한국어 교육은 인생의 항로에서 전혀 계획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미지의 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