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어 교사가 되려고 해요?

by apricity

"왜 한국어 교사가 되려고 해요?"


제가 한국어 교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선배 한국어 교사 분이 저에게 물어보셨습니다.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바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조금 흐른 뒤에 저는 알았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직업 선택의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의 방향을 묻는 질문이었다는 것을요.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마치 우리의 모습과 성격, 그리고 취향과 가치관이 다른 것처럼요.


누구는 근무 조건과 환경을 보고 선택하고, 누구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시작합니다. 또 어떤 이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며 일하는 삶에 매력과 흥미를 느낍니다.


무엇보다 요즘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한국어 교사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어 교사의 근무 조건과 처우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존재합니다.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질 것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증가로 방과 후 교실처럼 국내 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육 수요도 날로 높아지고 있고,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유학생의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종 학당을 비롯해 해외로 나가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온라인 수업을 통해 국경 없이 학생을 만나는 교사들도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제가 처음 한국어 교사를 생각하던 시절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수요도, 관심도 훨씬 적었습니다. 저도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어 교육을 접했지만, 이 분야를 제 길로 삼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영국에 가기 전에 우연히 서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을 만났습니다. 낯선 외국인이 조용한 목소리로 한국어 문장을 읽어 보는데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 수업을 들었고, 런던에서 외국 친구들에게 조금씩 한국어를 가르쳐 주면서 한국어 교사의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콜롬비아, 헝가리, 영국, 튀르키예,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언어권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 친구들은 종종 제가 한국의 가족과 통화할 때면 귀를 기울였습니다.


"한국어는 노랫소리처럼 들리는구나."

"한국어로 인사는 어떻게 말해?"

"한국어는 글자를 어떻게 써?"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어보는 그들에게 저는 한국어를 알려줬습니다. 그때는 K-pop, 드라마와 영화 등이 전 세계를 휩쓸기 전이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처음으로 저를 통해 한국어를 접했다고 했습니다.


처음 알게 된 한국어에 많은 관심을 표현했던 외국 친구들 덕분에 저도 한국어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다양한 외국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 제게 가장 중요한 언어는 영어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한국인으로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에 대한 특별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부끄럽지만, 그저 나의 모국어가 영어였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았을까 싶은 생각을 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영국에서 만난 친구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저처럼 자신들의 모국어가 영어이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영어는 유용한 도구였을 뿐이었습니다. 저처럼 영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저보다 영어를 훨씬 유창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한국어를 다시 생각하며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세종대왕이 어떤 마음으로 만든 한글인지 다시 떠올렸습니다.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독창적인지를 알고 있는 전공자이면서도 정작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영어 바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를 더욱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니 영어도 편해지고 부담도 줄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와 공통점을 발견하는 일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잘하겠다는 마음보다 편리하게 사용하겠다는 마음을 먹자 영어 공부가 더 쉬워졌습니다. 제가 그동안 영어 공부가 왜 어려웠는지, 외국 친구들이 왜 한국어 공부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런던에서의 시간은 제게 영어보다도 한국어를 되찾게 해 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결심했습니다. 한국어를 잘 공부하고, 무엇보다 그 가치를 잘 알아서, 한국어를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고 말입니다.


여러분은 왜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습니까? 이 질문에 답은 저마다 다양합니다.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은 목적과 이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한국어 교사에게는 되려고 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어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른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존중'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안다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사랑은 한 사람의 사계절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찬란하게 빛나고 아름다운 봄과 가을만이 아니라 덥고 지치는 여름과 춥고 외로운 겨울까지 끌어안는 것입니다.


한국어 교사가 되려면 한국어의 언어적 특징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과 방법도 알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한국어를 사랑해야 합니다. 한국어 교육의 길은 때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느껴져서 맥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노력에 비해 현실의 보상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현실이 냉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다시 나를 세우는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넘어진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오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그들의 언어와 문화는 우리가 소위 강대국이라 부르는 나라의 것이 아니기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교사는 달라야 합니다.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고 관심을 가질 때, 그들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더 깊이 배우고 이해하고 싶어집니다.




저는 요즘도 수업에 들어가는 게 힘들어질 때면 "내가 왜 한국어 교사가 되려고 했지?"라고 스스로 묻습니다.


이 질문은 제가 한국어 교사로 학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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