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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뚜벅이 LA 여행 (6) 워너 브라더스 투어

by 제이드


LA에 와서 놀이공원도 없는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투어를 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실제로 나는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 대신 이걸 선택했다). 하지만 세상에 괴짜는 존재하는 법이고 나는 여행지에서는 돈을 꽤 아무렇게나 쓰기도 한다(...) 그렇게 330달러, 당시 결제 시점의 환율로는 한화 50만 원짜리 투어 프로그램에 대한 후기를 공유하려 한다. 말미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 투어와의 차이점도 적도록 하겠다. 둘 다 가장 비싼 프로그램만 갔으니(^^;;;) 비교할 만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시작해 본다. 스크롤의 압박이 꽤 있을지도?!






LA 여행(특징: 여성, 혼자, 뚜벅이) 6단계: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투어 with 디럭스 투어


나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을 구매했다. 구글 검색을 보면 아고다나 클룩에서도 판매하는 것 같지만 언제나 가장 안전한 건 공식 홈페이지이긴 하다. 주소는 여기: https://www.wbstudiotour.com/. 참고로 한국어 지원도 된다. 그런데 내가 간 날짜에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도 보지 못했지...


현재는 슈퍼맨 기념일에 관한 스페셜 프로그램이 하나 더 끼어 있는데 보통은 일반 스튜디오 투어, 플러스 투어, 고전영화 중심 투어, 그리고 디럭스 투어가 있을 것이다. 가장 인기가 좋은 일반 스튜디오 투어는 80달러 정도로 예상한다. 내가 결제했던 금액을 생각하면 73달러라고 표시된 성인 티켓 가격이 세금이 별도로 붙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도합 330달러짜리 디럭스 투어에는 대체 무엇이 포함된단 말인가?


-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는 약 5시간 동안의 투어

- 간단한 스낵 및 음료 제공

- 스크리닝 룸에서의 특별 오프닝 영상(내가 기억하는 것만 제이슨 모모아, 주드 로, 에디 레드메인, 드웨인 존슨 등이 나온다)

- 프라이빗한 빨간색 전용 버스 탑승^^;

- 사운드 스테이지 내부 관람

- 외부 촬영 세트장 관람

- 의상(Costume Department 건물) 구경 (사진 촬영은 불가)

- 소품 구경

- 점심 제공

- 드라마 <프렌즈> 컨셉 카페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음료 및 간식 쿠폰

- 박물관 2곳(영화에 관한 전반적 설명 및 체험이 가능한 박물관과 블록버스터 작품의 코스튬 및 탈것 전시 공간) 자유 관람


이 되겠다. 쓰고 나니 꽤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위의 사항들을 즐길 수 있는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투어 건물은 버뱅크Burbank라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실제 영화사, 촬영지 부지에 투어용 건물이 포함되어 있다. 아주 낯선 이름, 확실히 관광지는 아니다. 주변에는 거대하게 공사하고 있는 지역, 조지 클루니가 무척 좋아한다는 스테이크 식당인 스모크 하우스Smoke House, 주택 건물 몇 개만 보일 뿐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보다 조금 더 멀어서 내 경우 50달러가 넘는 금액이 편도 우버 비용으로 나왔다. 내가 갈 때는 하필 신호마다 걸려서 약간 더 나온 금액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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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투어 장소에 도착했다. 원더 우먼이 반갑게 반겨준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팬이기도 하지만 DCEU의 팬이기도 한 나는 입구부터 감격했다고 한다. 허허, 진정하도록 하자.


이윽고 널찍한 로비에 들어서자 꽤 많은 인파가 있었다. 간단하게 짐 검사 및 금속 탐지기를 지나고,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냅다 달려가서 디럭스 투어를 예약했는데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일종의 쇼케이스 공간 같은 곳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디럭스 투어뿐만 아니라 모든 투어 손님들은 이곳에서 여정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GoHyUambUAEZA9h.jfif 투어가 시작되기 직전의 관문


여기서부터 영화 <인셉션>의 삽입곡이 흘러나왔다. 워너가 맞춤형 전략을 쓰는 것인가, 나는 더 이상 쓸 돈이 없다! (...) 아무튼 그 유명한 물탱크 탑 모형, 외부 사운드 스테이지 지도를 포함하여 워너 브라더스에서 제작 혹은 배급한 유명한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가 간단히 소개되었다. 워너 브라더스의 역사도 상당히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손을 거친 작품도 셀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블레이드 러너>, 불후의 고전 명작 <카사블랑카>, 그 옛날 국민 시트콤 <프렌즈>, <루니 툰> 시리즈 등등.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해리 포터 어트랙션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영화 자체는 워너 브라더스 거다.


그렇게 내가 아는 작품들의 흔적에 반가워하면서 또 다른 직원을 찾아가서 디럭스 투어를 예약했다고 하니 이름을 물어보고 예약자 목록에서 나를 찾아 표시하더니 조금 있다가 불러줄 테니 둘러보고 있으라고 했다. 이후 안내받은 곳은 간단한 베이커리, 스낵,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는 방이었고 20분 정도의 시간을 주었다. 역시 또 어디선가 분명히 들어본 유명한 주제곡이 흘러나왔고 영화 관련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GoIGeWzbAAAUke9.jfif 투어 대기실


내가 예약한 9시 30분 타임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나뿐으로 총 4명이라는 소박한 구성이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는 인원이 꽤 많았는데 프라이빗한 투어가 될 것 같았다. 준비되어 있는 간식도 유니버설에 비하면 간소했는데 대신 가져갈 수 있는 음료수 종류는 일반 생수부터 산 펠레그리노 탄산수, 오렌지 주스, 레모네이드 등 다양했다.


GoIGeZVaUAAvb-4.jfif 내가 고른 오렌지 주스와 간식


과자는 바 형태와 사진처럼 작은 스낵 형태가 제공되었다. 과자는 꽤 맛있었다. 시즈닝 맛이 강하면서 아주 바삭바삭했다. 여기서 잠시 시간을 때우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나니 시간이 되어 앞에서 언급했던 특별 오프닝 영상을 관람하는 스크리닝 룸으로 이동했다. 약간의 유머를 곁들여서 워너 브라더스의 위엄을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가이드가 들어왔다. 이름이 마르셀로였던 것 같다. 이분이 투어 버스를 운전하면서 프로그램 내내 설명을 해주셨는데,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워너 브라더스의 작품 중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으셨다. 나는 당당하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고,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그에 관해선 얘기해 줄 게 분명히 있다는 식으로 답변하셨다. 다른 가족은 <프렌즈>나 <길모어 걸즈> 등 드라마를 위주로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이 답변은 투어에 실제로 반영되어서 두 시트콤에 대한 설명이 많이 포함되었고, 놀란의 작품을 찍은 건물이나 사운드 스테이지도 분명하게 짚어주셨다.


이제 본격적인 투어 시작! 외부 촬영 세트장부터 둘러보았다.


GoIHJtebAAAV5dE.jfif 뉴욕 거리 세트장


위의 사진은 뉴욕 거리로 쓰이는 구역인데, 이런이런 작품들을 찍었다고 설명해 주시면서 버스 내 작은 스크린으로 영상 자료까지 보여주시는데 진심 아무것도 못 알아봤다. 하긴 수십 년 재활용되는 세트장인 만큼 관객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꾸미는 게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뛰어내렸다는 건물도 못 알아봤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영화인데!


여기서 기억나는(혹은 성공적으로 청해한) 내용은 보도에 수없이 나 있는 구멍이 필요한 구조물을 그때그때 쉽게 설치하는 용도라는 것. 한편 대부분 건물의 문고리가 비어 있는데, 이는 배경이 각자 다른 작품이 촬영되기 때문에 본인들의 시기에 맞는 부속품을 집어넣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 또 뉴욕이 1~20년 된 신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된 거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껌 자국 등을 추가하는 에이징aging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또 원래 해당 거리 세트장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지 않았는데, 배우 아담 샌들러가 본인의 작품을 촬영하면서(이름은 못 알아들었다) 더 실감 나는 뉴욕을 형상화하기 위해 심은 뒤 그대로 기부했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외부 세트 건물 중 하나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내부를 돌아다녀도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았다. 촬영을 위해 방음 처리가 된 덕분이다. 천장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필요가 없기도 하고 뚫린 천장으로 마이크를 내려서 배우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함이라고 한다. 청소는 잘 되어 있지만 은근한 어수선함도 느껴졌는데 오히려 거기에서 생동감이 도출되는 듯했다. 한편 천장뿐 아니라 다른 건물 앞에 연출용 가벽만 설치하고 건물 자체가 없는 경우도 경우에 따라 존재한다고 했다.


GoIXwZHaYAAnoA0.jfif 뉴 라인 시네마


느리고 부드럽게 이동하는 중에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만든 곳으로 유명한 뉴 라인 시네마의 건물을 발견했다. 이처럼 스튜디오 부지 내부에는 촬영용 세트장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가이드님이 들려주신 얘기 중에 도무지 정시에 나타나지 않았던 배우 제임스 딘의 지각 버릇을 고치기 위하여 아예 촬영지에 숙소를 마련해 줬다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그걸 고려하면 사무용 건물뿐 아니라 주거 시설도 있는 모양이다. (참고로 제임스 딘은 그런 특혜를 받고도 1시간 지각했다고 한다)


현재 뉴 라인 시네마는 워너 브라더스에 합병된 상태인데, 투어 참가자 한 분이 이런 제작사와 배급사(워너) 사이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여쭤보셨다. 요약하자면 배급사가 소규모 제작사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자금을 지원해 주다가 일이 잘 풀리면 '우리 협업도 오래 했는데, 우리가 그쪽 회사를 사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제안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게 좀 더 관계가 깔끔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이후 또 이동하는데 G. CLOONEY와 T. CRUISE라고 쓰여 있는 주차 블록을 발견했다. 이거 매우 익숙한 성씨와 이니셜이잖아? 가이드님에게 물었더니 조지 클루니와 톰 크루즈를 의미하는 게 맞다고 했다. LA는 트래픽과 주차난이 심한 곳이기 때문에 주차하는 자리도 종종 계약 세부 사항에 들어간다고 한다.


KakaoTalk_20250415_172859657.jpg 워너 브라더스 영화에서 나오는 그 워터 탱크


영화 <애너벨>의 인형도 지난 뒤 워너 브라더스의 유명한 워터 타워가 잘 보이는 곳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잠깐 내렸다. 1933년 롱비치 지진이 발생한 이후 현재의 자리로 옮겼으며 지금은 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 구글에 검색해 보면 '폐업'했다고 나온다ㅋㅋㅋㅋㅋㅋ 가이드님에게 살포시 부탁하여 사진을 건졌다.


오는 길에 (정확히 왜 그 얘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드님이 영화 <세븐>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다. 이른바 'What's in the Box?'로 대표되는 그 장면. 기억하기로는 원래 그 상자 내용물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워너, 즉 제작사 측이 너무 적나라하다고, R등급 내용을 넘어설 것 같다고 태클을 걸었단다. 그래서 상자 안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그 덕에 오히려 임팩트가 남아 회자되는 걸 보면 이런 개입은 워너가 한 몇 가지 잘 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


그리고 그 구역에서 영화사에 꽤 의미 있는 건물과 기둥을 만났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아주 옛날 디즈니, 파라마운트 등 대형 스튜디오들이 각자의 전문 장르를 꽉 잡고 있을 때 워너 브라더스는 갱스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제임스 캐그니James Cagney라는 배우를 데려왔다고 한다. <공공의 적>을 비롯하여 훗날 갱스터 영화의 대부처럼 자리 잡는 인물이지만 처음에는 뮤지컬 영화를 하고 싶어 했다고. 하지만 계약의 힘은 위대하여(...) 갱스터 영화를 찍게 되었다.


그 시절 영화를 촬영할 때는 실탄을 썼다고 하는데(!), 캐그니가 찍어야 하는 장면 중에 본인의 캐릭터가 뒤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줄 모르고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장소에 금속제 기둥이 있었고 캐그니는 총알이 그 기둥을 맞고 튕겨 나와 자신을 맞힐 거라면서 더미dummy를 쓰자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촬영은 배우가 실제로 그 지점에 서 있지 않은 채로 시작되었고 정말로 총알이 그 더미 인형의 한가운데에 박혔다고 한다(....) 그 이후 모든 영화 촬영에서는 공포탄이 사용되게 되었단다.


KakaoTalk_20250415_174521440.jpg <프렌즈> 오프닝의 그 분수


외부 촬영장을 둘러보는 시간은 계속되었다. 센트럴 파크 전용 촬영지 같은 작은 공원, <프렌즈> 때문에 유명해진 분수, <다크 나이트>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나왔다는 법원 건물, 대사관으로 대체로 쓰인다는 건물 등등. 2층이 일부 만들어진 주택도 들어가 보고 제작진들의 사무실이나 숙소로 사용되는 구역도 지났다. <쥬라기 공원> 등을 찍은 정글도 통과했는데 그곳에는 물을 채워서 호수를 조성할 수 있는 지형이 존재했다.


이후에는 촬영 스테이지 구역으로 들어섰다. 외관 등은 촬영할 수 있지만 문이 열려 있는 경우에는 실제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곳은 촬영하면 안 된다.


GoIyzexa0AAq8vV.jfif 그 유명한 스테이지 16


그리고 만난 사운드 스테이지 16.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서 외부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 도달하는 전망대 구역에서 저 멀리 보이는 WB 로고가 바로 이 건물에 달려 있는 로고다. 워너 형제가 일종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가시성이 높게끔 로고를 새겼다고 하며, 워너 브라더스 영화의 오프닝에 나오는 그 창고 같은 실루엣의 주인공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운드 스테이지 중 하나이며 대규모 물탱크가 설치되어 있어 <인셉션>에서 코브의 양 옆으로 물이 쏟아지는 모습 같은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덩케르크>도 촬영했다고 한다. 나에게는 성지와 다름없는 곳이도다!


그렇지만 저길 들어가 볼 수는 없었고, 나는 사운드 스테이지 10번을 구경했다. 건물 외관마다 언제 세워졌으며 어떤 영화 혹은 드라마를 촬영했는지가 적힌 판이 붙어 있는데, 사운드 스테이지 10번은 1926년에 건설되었으며 무려 <카사블랑카> 같은 영화를 찍은 곳이기도 하다. 내가 갔던 날 해당 스테이지에서 촬영이 없었기에 현재 방영 중인 'Night Court'라는 코미디 시리즈의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코미디 시리즈는 이른바 라이브 오디언스라고도 하며, 카메라가 동선을 편하게 잡고 이동할 수 있도록 일렬로 주요 3곳의 공간(이 경우에는 사무실, 법원, 휴게실)이 배치되어 있으며 카메라가 움직이는 회색 영역 뒤로 시청자들이 앉는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정말로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촬영을 한다고 한다(어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무료로 신청한다고 했는데 주소까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안 웃으면 작가가 즉석에서 대본을 바꾸기도 한다고.


여기서 놀라웠던 점은 어느 시트콤을 보든 등장하는 '웃음소리'가 진짜라는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크게 웃거나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등 튀는(^^;) 행동을 하면 뒤로 쫓겨난단다. 그래서 자연스럽지만 매우 조작된 깨끗한 웃음소리가 나오는 거라고. 미국 시트콤 혹은 코미디 드라마는 2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갖는데 이 분량을 촬영하는 데에 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동안 촬영장에 참석한 관객들에게 식사도 제공하고 그들의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먹을 것이나 커피 등도 열심히 준다고 한다. 하나같이 재미있는 내용들이었다.


GoIyzInaEAA7-hL.jfif 사운드 스테이지 10


코스튬 부서, 즉 촬영장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의상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유니버설에서는 제공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기에 약간의 기대를 가졌다. 여기서 사진 촬영은 불가해서 말로 설명하자면, 높은 천장을 거의 다 채울 정도의 선반과 걸이대에 그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옷이 다 걸려 있었다. 사이즈 분류는 물론이요 시대도 구분되어 있어서 1940년대, 50년대 등의 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직업군의 유니폼부터 중세 시대 갑옷, 칵테일 드레스, 온갖 코트와 블라우스, 신발과 모자도 엄청 많았다. 한편 의상마다 바코드가 달려 있어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고 한다. 끝없는 선반 더미 사이에 컴퓨터가 있어 작업하시는 분들이 계셨고 건물 밖에는 염색 작업을 하는 공간도 따로 있었다.


당연히 내가 둘러본 곳은 일부고 지하도 있는데 거기에는 의미 있는 의상들, 이를테면 <카사블랑카>나 <위대한 개츠비> 같은 영화에 나온 의상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슈퍼히어로 관련 코스튬은 없었는데 이런 건 따로 전시되어 있다고. 그 내용은 잠시 후에 소개하겠다.


소품이 모여 있는 컨테이너도 구경했다. 여기서는 유니버설 때와는 다르게 소품 자체는 촬영할 수 있지만 거기에 달린 'HOLD FOR~' 택 내용이 담기면 안 됐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이란다. <인셉션>에서 등장한 전등, <왕좌의 게임>에서 나오는 그 철왕좌, <카사블랑카>의 소파, <행오버> 시리즈에서 나온 박제 소품들 등등 여러 가지를 보았다.


이후 점심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으로 안내되었다. 전채 요리와 메인 요리, 음료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시저 샐러드와 비프 버거, 아이스티를 골랐다. 아주 무난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샐러드는 짭짤했고 햄버거는 큰 특징이 없는 맛이었다(....) 미안하지만 밥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압승이다.


GoI3ZAAacAABgDQ.jfif 야채와 고기가 분리되어 있는 햄버거라니?!


가이드가 동행하는 구간은 여기까지였다. 첫 번째 박물관 입구에는 프렌즈 컨셉으로 꾸며 놓은 카페가 있는데, 여기에서 목걸이 티켓에 달린 스낵 및 음료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프렌즈를 보지 않았음에도 내부를 잘 꾸며놓았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여러 굿즈도 팔고 있어 프렌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눈이 바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돌아본 박물관은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해 주고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 있었다. 고전 영화들에서 등장한 의상도 일부 전시되어 있고, <프렌즈>와 <빅뱅 이론> 등 유명 드라마의 주요 장소를 재현해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음향 작업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에서 영화 <그래비티>를 예시로 들어 대사 녹음, 사운드 이펙트, 음악에 관한 설명을 해주는 곳도 있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대사만 따로, 사운드만 따로, 음악만 따로, 나중엔 그 모든 걸 같이 재생해 주었다.


그 외 그린 스크린 효과 체험, 모션 캡처 체험, 비주얼 이펙트 전후를 보여주는 스크린 장치, 후사 녹음 체험 등등 신기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많았다. 그린 스크린 효과 체험의 경우 빗자루(해리포터) 혹은 배트모빌(<다크 나이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직원분들이 대기하셔서 멋진 장면이 담길 수 있도록 코칭을 해 준다. 해리 포터를 선택한 분들이 있어서 구경해 봤는데, 그리핀도르 머플러와 지팡이가 소품으로 준비되어 있으며 쏘세요! 하면서 어떻게 행동하라고 일러주는 모습이 재밌었다.


이후 출구로 나오면 카트를 타고 두 번째 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 바로 DCEU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드라마 왕좌의 게임 관련 전시물들이 있는 곳이다. 여긴 말이 필요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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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여기 사람이 감동에 빠져 죽어가고 있어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영화에 나온 텀블러, 배트모빌, 배트 시그널 등등을 이 투어에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언제 볼 수 있었겠는가. 물론 배트 슈트와 배트랭 같은 소품도 전시되어 있고, 놀란의 배트맨 영화뿐 아니라 잭 스나이더와 맷 리브스의 영화에 나온 버전들도 다 있다.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구역도 따로 있고 모두 코스튬이 전시되어 있으며 슈퍼맨의 경우 대표적인 슈퍼맨 등장 영화 3편에서 사용된 망토도 각각 걸려 있다. 코스튬이 하나 같이 정말 정말 멋있다. 엉엉엉엉.


상대적으로 슈퍼히어로 쪽에 힘을 준 듯한 모습이라, 해리 포터 시리즈와 관련된 섹션의 경우에는 특정 공간 연출에 더 집중했다. 해리가 살았던 계단 밑 방이라든지 약초학 교실, 마법약 교실 등. <왕좌의 게임> 섹션은 대너리스가 입었던 드레스를 비롯해 주요 인물들의 의상 몇 개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출구에서는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안내하시는 분이 반드시 양손으로 트로피를 잡으라고 일러주시는데, 안 그래도 트로피 무게가 상당해서 한 손으로 들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진짜이지 않을까(....) 여기에서 더 나오면 기념품 가게와 함께 정말로 투어가 끝나게 된다.


기념품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에코백을 사고 나니 시간이 오후 4시였다. 9시 30분에 도착한 걸 감안하면 정말 오래 있었던 셈이었다. 사실 건물 1층에 스타벅스도 있었는데 내가 나온 시각에는 벌써 영업을 끝낸 상태였다. 여기서만 파는 머그컵이 눈에 보이는데 살 수 없어서 아쉬웠다.


GoJKZxOaMAAPZIH.jfif HOLLYWOOD MADE HERE. 워너 브라더스의 위엄이 엄청나다.


내용이 너무 길어졌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투어 프로그램과 빨리 비교해 보고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와 워너 브라더스 투어 프로그램 비교 (VIP 익스피어런스 대 디럭스 투어)]


공통점:

주요 관광지와 모두 약간 거리가 있음(우버 4~50달러 비용 필요)

전문 가이드 및 전용 버스가 동반된 투어

설명은 모두 영어로 이루어짐

점심 제공

소품 구경 시간 있음

사운드 스테이지 둘러볼 수 있음(그런데 경우에 따라 빈 곳이 없어 안 될 수도)

외부 촬영지 투어 있음


차이점: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음식이 훨씬 맛있음, 버스를 탄 채 느끼는 실감 나는 여러 영화적 경험 있음

워너 브라더스에서만 의상을 볼 수 있는 기회와 박물관 관람 제공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테마 파크 내 공간이지만 워너 브라더스에는 테마 파크가 조성되어 있지 않음

유니버설 스튜디오 티켓 가격이 더 비쌈


종합하자면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의 투어는 어트랙션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지만, 워너 브라더스는 영화 자체를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서도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가격은 셋 중 가장 저렴하다.


이 포스팅이 LA를 방문하는 영화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은 마지막 날 다녀온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적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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