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연습, 하나

1이라는 숫자를 활용해 제목을 달고 작문하라. [2014 SBS 변형]

by 이해섬

파이 한 판과 파이 한 조각, 그리고 파이 한 입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파이를 파는 가게가 있다. 사장이 좀 유별난지 산골짜기에 가게를 차렸다. 하지만 지금은 SNS의 시대가 아닌가. 바다는 물론 군사분계선도 건널 수 있다. 험한 산중이지만 파이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다행이 사장은 노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공정함을 추구한다. 그래서 예약이나 별도의 주문은 전혀 받지 않는다. 먹고 싶은 자, 직접 찾아오라.

이 가게까지 가는 방법은 세 가지다. 산속을 달리는 산행열차. 가게 위 봉우리까지 가는 케이블카, 튼튼한 두 다리가 필요한 등산로.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요구하는 금액이 높아지는 건 자연의 순리다.


사장은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최대한 보답하고자 한다. 산행열차를 타고 온 손님들이 파이를 한 판씩 사간 후에, 케이블카를 타고 온 손님들에게는 파이를 기꺼이 한 조각씩 잘라서 판매한다. 하지만 그렇게 팔아도 파이의 재고는 몰려오는 손님을 감당하기 어렵다. 사장은 기발하다. 마지막까지 남겨둔 파이를 걸어온 손님들에게 한 입씩 판매한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예쁜 포장지에 담아서.


파이를 한 판 사온 집에서는 파이를 다 먹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금방 질린다. 유명한 걸 샀다는 만족감이 더 크다. 남은 파이는 버려진다.

파이를 한 조각 사온 집에서는 때때로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입이 두 개 이상일 때 그렇다. 한 조각을 오롯이 다 먹지 못하는 현실에 아쉬움 또는 반목이 생긴다. 그 후에는 겨우 이 한 조각 때문에 그 고생을 했나 후회도 인다.

그렇다면 파이를 한 입씩 먹은 이들은 어떤가.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산을 걸었다. 곧 맛있는 파이를 먹는다는 생각을 품고. 그리고 사이좋게, 분쟁의 여지없이, 딱 한 입으로 그 순간을 즐긴다. 다시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산을 훌훌 내려온다. 아, 행복한 피크닉.




웃기는 소리다. 파이 한 판에 감사할 줄 모르는 이보다 파이 한 입에 즐거울 줄 아는 이가 행복하다니. 아름다운, 아니 아름답기만 한, 아니 아름답길 강요하는 이야기다.


1은 지극히 주관적인 숫자다. 이 이야기는 감당할 수 있는 1의 크기, 어느 정도를 1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시야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다. 1을 크게 보는 사람들은 1을 작게 보는 이들이 그대로 머물기를, 그 작은 1에 만족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를 위한 수단으로 이야기를, 미디어를 활용한다.


동화 ‘개미와 베짱이’는 왜 아직까지도 사랑받을까. 베짱이가 죽기 때문이다. 개미의 처지를 보면 전망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 모아둔 식량을 겨우내 아껴먹다가 날이 풀리면 다시 쉼 없이 일해야 한다. 놀기만 한 베짱이가 죽었다는 상대적인 안도감이 암울한 현실을 가려줄 뿐이다. 혹은 쾌감을 주거나.

그런데 현실의 베짱이는 어떤가? 굶어죽을 리가 없다. 애초에 일할 필요도 없다. 그에게 일이란 생계가 아닌 자기만족, 자아실현, 심심풀이의 수단이다. 그리고 이런 지위를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화한 동화를 적극 전파한다.


미디어는 누구를 위하여 작동하는가.

대중은 미디어를 이용하는가, 반대로 미디어에 이용당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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