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았다가 비가 왔다가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오늘은 다행스럽게 비가 오지 않았다. 나는 오전 일찍 고용센터를 방문했다. 취업 관련 상담을 받기 위해서였다.
37살. 직업은 백수. 어린시절의 나는, 심지어는 대학시절의 나까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 나이쯤이면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떳떳한 직장에 열심히 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뭘 해야할지 헤매고 있는 홈프로텍터다.
백수가 안 좋다는 건 아니다. 집에서 취미도 즐기고 여유도 음미하며 가끔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시간적 자유를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거기에는 금전적 자유도 따라야 하는데, 백수에게는 보통 그것이 없다.
나에겐 운이 좋게도 금전적 여유가 따라줬던 적이 있었다. 2년 정도 거슬러 올라간 2023년 9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까지가 그랬다. 특근을 열심히 나간 덕분에 퇴직금이 넉넉히 쌓인 덕분이었다.
그때 당시의 나는, 퇴사해서 속시원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조금 화가 나 있었다. 당시의 나는 계약직이었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계약 만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단순 생산직이었지만 내 적성에 맞았다. 나는 더 일하고 싶었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왠만하면 그냥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이미 결정된 건이고 지나버린 일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때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이건 어쩌면, 자기계발의 기회라고, 여러가지 새로운 경험을 체험해볼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여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