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아름다우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블루보틀을 창업한 제임스 프리먼은 일본의 킷사텐 문화에 꽤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고 했었더랬다. 나는 일하며 아직 실제로 제임스를 만나본 적은 없고, 그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그가 창업한 블루보틀의 한 일원으로서 그 영향 아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어째선지 가끔은 킷사텐을 찾게 된다. 새까만 커피. 토스트. 커피 젤리. 멜론 소다 위에 올라간 아이스크림. 푸딩.. 그리고 담배 연기.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오히려 담배라면 손사래를 칠만큼 담배가 싫은데, 킷사텐에서는 조금 다르다. 커피라는 기호식품이 이렇게도 담배 연기와 어우러질 수 있구나.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언젠가 담배 한 개비를 피울 일이 생긴다면 샤테이 하토우의 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불을 붙일 때에도 성냥으로 붙여야겠지.
킷사텐은 꽤 역사가 깊다. 19세기 초반 브라질과의 교류가 깊은 일본이 브라질로부터 대량의 생두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을 때부터 시작된 킷사텐 문화는 전쟁을 겪고 난 후에도 그 커피의 맛을 잊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고 6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카페, 일본의 커피 문화는 1980년대에 정점에 이르게 된다. 2010년도 초,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나도 회사나 때려치우고 카페'나' 해볼까 하는 카페 붐이 이미 일본에서는 이뤄지고 있었다.
말도 안 되게 늘어난 카페 점포 수만큼 경쟁은 치열해졌고 나폴리탄, 오므라이스 같은 가벼운 식사를 취급하는 카페부터 시작해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을 발휘하여 원두의 블랜드, 로스팅, 추출의 정성을 들이는 카페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킷사텐은 그러한 거대한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생존자가 아닌가. 하는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 거기에 더해 스페셜티 커피라는 거대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커피를 추구하는 커피숍들은 아직도 분명 존재하고 있으며 다른 색깔과 색다른 느낌으로, 킷사텐이라는 분류로 구분 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 킷사텐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커피숍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커피는 새까맣고 진한, 쓴 맛을 내는 것이라는 음료라는 인식이 점점 바뀌어 가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 또한 커피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일본 생활을 돌이켜보다 보니 생각보다 킷사텐에 다녀오지 않았구나. 싶었다. 이 글을 계기로 킷사텐에 대해 보다 깊고 진하게 킷사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