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개학을 합니다.

얼른 책 읽자.

by Trey

참 다행이다.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글로 써 보아야겠다고 다짐한 오늘, 새 학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난 목요일에 긴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했다. 목요일, 금요일에는 수업을 하지 않았다. 방학 동안 학교에서 떨어져 자유롭게 생활하던 아이들을 교실에 다시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나 역시도 한껏 어색해진 교실의 분위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드디어 오늘 본격적인 학기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이번 여름방학을 보내면서 자신감이 흘러 넘친다고 표현할 정도로 많이 상승했다. 방학 시작과 동시에 3주간 연수를 들었다. 바닷가에 있는 교육연수원에 가서 매일 출퇴근을 하며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우선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고, 심지어는 빨리 방학이 끝나서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재미있는 활동들을 열정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어느덧 개학이 되었다.


개학 날 아침, 첫 느낌은 아주 산뜻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학교에 가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사실 개학 며칠 전부터 교실 정리나 개학 활동 준비를 해왔다. 오늘은 그 준비의 마무리를 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기다렸고,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아이들은 교실로 삼삼오오 들어왔다. 길고 자유롭던 방학이 끝나 아쉬움이 많을텐데 아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웃음 가득이었다. 나는 오랜만의 만남이 조금은 어색하고 긴장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이전 학기에 그래왔듯 어느 덧 편안하게 아이들을 맞이했다.


웃고는 있지만 아이들 또한 조금은 교실을 낯설어하고, 어딘가 경직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조금 더 웃어주고, 조금 더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별 말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그간 있었던 일들, 속상했던 일들, 아쉬웠던 일들까지 그 짧은 시간에 모두 이야기 해 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다시 방학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을 거쳐 본격적인 교과 수업을 하는 첫 날, 오늘을 보냈다. 오늘은 아침 독서 시간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는 아침 9시에 책 읽는 시간을 갖는다. 10분 내외로 짧지만 꾸준하게 함께 하는 시간이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1학기에 아침독서 시간은 잘 운영이 되지 않았다. 나는 항상 “책 읽자”라거나 “OO아 읽을 책 꺼내야지” 혹은 “OO아 도서관 가서 재미있는 책 빌려와도 괜찮아”라고 쉼 없이 이야기해야 했다. 조용히 책을 읽고 싶어하는 몇몇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에 선생님이 제일 많이 말을 하고 소리를 내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책을 읽지 않거나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을 탓했다. 내 모든 관심은 몇몇 책을 제대로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쏠려 있었으며 그들이 바뀌어야 우리 반의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잘못된 것은 사실 나였다. 모두가 짧지만 꾸준히 책을 읽기로 약속한 아침 독서 시간에 나는 책을 읽지 않았다. 바쁘다는 이유로 컴퓨터로 일처리를 하거나, 교사 연구실에서 회의를 했다. 나는 단 한번도 내가 책을 꺼내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아이들한테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매번 강요했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내게 말은 안 했지만 그러한 선생님의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한 학생이 한 명 정도는 있었을 것 같다. 이번 방학을 통해 얻게 된 첫 번째 깨달음이다. 독서 시간에는 선생님도 함께 독서를 해야 한다. 처음 독서 시간의 시작만 알려주고 나도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들에게 “책 펴자”, “책 꺼내야지”라며 잔소리 할 상황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오늘 하루, 딱 10분가량의 짧은 독서 시간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함께 하자’, ‘같이 하자’는 깨달음이다. 같은 교실, 같은 상황 속에서 함께 지내면서 일방적으로 어떤 행동을 강요하거나 시키는 것은 선생님으로서 해야 할 정답 행동은 아니라는 것을, 또 아이들은 어른의 모습을 어떻게든 보고 배운다는 말의 참 뜻을 진심으로 느끼게 된 하루였다. 하루하루 아이들로부터 하나씩 배워나가는, 그렇게 언젠가는 완성에 가까워질 나의 새내기 교직생활. 오늘도 나는 이렇게 진짜 선생님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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