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이렇지만 나는 꼭 행복할 거다

by Trey

어제 금요일을 맞이하여 많은 선생님들이 조퇴를 내고 퇴근했다. 이런저런 교실 정리를 마치고 다음 주를 준비해 둔 뒤에 나는 보건실로 향했다. 이전 글에서도 한 번 설명했던 적이 있지만, 보건실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최고로 아늑한 사랑방이다. 일주일을 보내고 지친 몸과 마음을 그냥 몇 마디 대화로나마 해소하고 싶었다.


정말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학급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진도에 대한 이야기, 방학에 대한 이야기, 감정에 대한 이야기, 연애에 대한 이야기, 다음에 옮겨야 할 학교에 대한 이야기, 미래에 대한 이야기, 돈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무엇 하나 가볍거나 마음 편안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혼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몇십 년 후의 나도 선생님을 하고 있을까?’


선생님이 평생직장이라고도, 다른 직업을 하고 싶다고도 그 어떤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이렇게 직업을 이어나가며 살겠지 하는 막연한 확신만 있었다. 단 한 번도 내가 교장선생님이 되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학교를 그만두고 어딘가에 가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며 생활하는 상상은 더욱이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어제 문득 생각이 든 것이다.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한 해씩 울고 웃으며 지내다 보면 4년, 5년은 금방 흘러갈 것이다. 그러면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학교를 두세 개쯤 바꾸어 보냈을 때 나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그렇게 세네 개 지역을 돌아 다시 이 곳으로 올 때쯤 나는 곧 퇴직을 앞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정말 짧게 느껴졌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몇 번 없구나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내가 평생에 걸쳐서 직업으로 갖은 교사라는 직업은 몇 번의 이동만으로 그 전체를 모두 소진하는구나. 몇 번의 이동으로 40년에 걸친 긴 타임라인, 그리고 내 인생도 같이 설명이 가능하게 되어버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길도 있다. 어제 대화의 주제는 그랬다. 선생님으로 대략 40년을 채우고 아이들 속에서 퇴직하는 것도 물론 의미 있고 아주 영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대략 10년 차가 지났을 때 전문직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장학사나 연구사가 될 수 있는 시험이다. 잠시 학교 현장을 떠나서 조금 더 넓은 숲을 계획하고 관리하고 바라보는 업무일 것이다. 예전 내가 초등학생일 때 까지는 장학사가 왕인 줄 알았다. 딱 한 번 우리 학교에 장학사가 온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평소에 한 번도 닦지 않았던 복도 창문까지 우리가 닦도록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무슨 일을 처리하거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생기고 조금은 의아한 점이 있을 때 교육청에 전화를 하여 문의하곤 한다. 요즘은 그 전화를 받는 사람이 대부분 장학사다. 학부모들도 궁금증이나 불만사항이나 건의사항을 교육청에 전화하여 피력하고는 하는데 그 전화를 받는 사람이 대부분 장학사다.


세상에 뭐 하나 쉬운 일이, 뭐 하나 만만한 일이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며 무슨 소리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초등학교 선생님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며 단 몇 번 순환하여 근무하는 그 학교명과 지역명 만으로 40년 시간이 채워지기에는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왕 오랜 기간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어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장학사나 연구사가 될 수 있는 시험에 꼭 무조건 도전해야지 라며 다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직업을 가지기 전까지는 꿈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하고 도전해 보았다. 그러나 직업을 가지고 난 후에는 한 번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웠다. 직업을 가진 뒤 처음으로 지금, 그러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더욱 열심히 고민하고 걱정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도전하고 부딪히면서 꼭 성공하고자 한다. 선택이 어떻든, 40년 뒤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던 나는 꼭 행복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