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디자인 이벤트 인턴십 (1)

by 트렌드버터

(*학창 시절에 했던 인턴십 수기입니다.)


두바이 가기 전

두바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0년 데이즈드 디지털에서 운영하는 Satellite Voices에 소개된 기사를 접하면서부터였다. Satellite Voices는 세계의 8개의 도시 파리, 도쿄, 모스크바, 로마, 뮌헨, 두바이, 상하이, 산티아고의 패션, 음악, 아트, 영화, 사진, 문화와 관련된 소식들을 소개하는 블로그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도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기사를 읽으면서 두바이에 강한 호기심이 생겼고 언젠가는 반드시 여행해보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영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고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 (Design Days Dubai)라는 디자인 박람회가 두바이에서 열리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2020년에 두바이에서 엑스포가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과 패션 & 디자인 산업 단지 조성을 위한 Dubai Design District (D3)가 건설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년 3월 두바이에서는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Design Days Dubai), 아트 두바이 (Art Dubai), 시카 (Sikka) 이렇게 세 개의 아트 & 디자인 이벤트가 열린다. 그중에서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는 중동과 남아시아에서 열리는 유일한 디자인 박람회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만들어지는 가구와 디자인 오브제를 전시한다. 중동 외에 아시아, 유럽에 있는 디자인 갤러리들이 참여하고, 토크, 워크숍, 인스톨레이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두바이에 가기 전,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 인턴십에 지원을 해서 디자인 이벤트 관련 경력도 쌓고 관광도 하는 걸로 두바이 여행 계획을 짜게 되었다. 인턴십 지원서를 다운받아 지원동기, 스킬 등을 상세히 적었다. 지원서를 보낸 지 한 달 후 스카이프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이 왔고, 인터뷰 한지 2주 뒤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두바이에서는 디자인 관련 인턴십이 흔치 않기 때문에 두바이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턴십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막상 가보니 두바이뿐만 아니라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인턴들도 있었다.


이번 두바이 방문을 통해 두바이 아트 & 디자인 신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이번에 아트 위크에 참여하는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 아트 두바이, 시카를 모두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기억하며 온라인 리서치를 통해 두바이의 유명한 갤러리와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 관련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두바이 디자인 데이즈 인턴십

인턴십 기간 동안,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안내하는 일과 퍼블릭 프로그램을 어시스트하는 업무, 전시에 참여하는 갤러리스트와 디자이너들이 필요한 것을 체크하고 박람회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일들을 맡았다.


두바이에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네이티브 급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영어와 아랍어로 학교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그들은 2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한다. 미디어 코디네이터인 Meshary는 나에게 중동에 사는 젊은 세대들의 특징을 설명해 주었는데 두바이에서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현재 젊은 세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뻘 되는 세대들은 엄청난 경제적인 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을 할 필요가 없고 하지도 않지만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일을 하기를 원하고 그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 싶어 한다고 말해주었다.


인턴십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 American University of Sharjah에서 온 세 명의 학생들이 기억에 남는다. Hafsa와 Revathy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Faryal은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두바이의 디자인 교육과 디자인 산업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고 이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Sharjah는 두바이 바로 옆에서 있는 도시로 두바이가 지나치게 서구화되어 있는 반면 Sharjah는 전통과 현대적인 요소를 적절히 조합하여 도시를 디자인하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harjah에 가보면 전통적인 아랍 스타일의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아랍 특유의 문화를 두바이보다 훨씬 많이 느낄 수 있다.


세 명의 친구들 모두 디자인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내가 질문을 할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인도에서 온 Revathy는 학교 수업에 만족하지만 교수들이 내주는 과제가 너무 럭셔리 브랜드에만 치중되어 있는 게 불만이라고 했다. 특히 대부분의 교수들이 주로 하이엔드 브랜드와 작업한 경력이 많고 이들이 내주는 과제 또한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Revathy 자신은 졸업 후 인도로 돌아가서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구매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한데 교수들은 이걸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바이 디자인 마켓은 돈이 많은 상류층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팔리는 제품도, 시장에 나오는 제품도 고가의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당시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에 전시되어 있는 디자인 오브제들만 보아도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상류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었다. 두바이의 일반 시민들은 디자인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 즉 부자들만 즐길 수 있는 영역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현재 필요한 것은 대중들이 친근하고 쉽게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함으로써 대중들과 디자이너의 지식과 경험의 갭 (gap)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두바이에서 만난 사람들

Tashkeel에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Khalid도 기억에 남는다. Tashkeel은 아랍 국가에서 거주하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 스튜디오와 시설을 제공하고 외부의 예술 학교 및 단체들과 협력하여 그들에게 서포트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의 누나는 Hind Mezaina 두바이 문화와 아트를 주제로 글을 쓰는 유명한 블로거이다. Khalid는 American University of Sharjah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Tashkeel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나중에 Sikka를 방문했을 때 로모그래피와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아티스트가 Hind Mezaina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Satellite Voices에서 그녀를 소개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약 3년 전 온라인에서 기사를 통해 접했던 사람들을 두바이에서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Hind는 당시 어느 회사에도 소속되어있지 않은 독립 블로거이자 로모그래퍼로 활동하고 있었다. 특정 회사에 속하는 순간 자신의 의견보다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독립 블로거로 활동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녀는 Sharjar 아트 씬은 주목할만한 곳이라면서 런던으로 돌아가기 전에 Sharjah Art Foundation을 반드시 방문해볼 것을 추천했다. 두바이 문화와 아트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그녀는 두바이 예술 문화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Kriti는 함께 일했던 인턴들 중에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와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다. Kriti는 인도에서 크래프트 디자인을 공부한 후 두바이에 있는 작은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인턴십 기간 동안 그녀와 함께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와 스튜디오가 몰려있는 Al-Quoz District에 방문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인도로 돌아가 젊은 디자이너들이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의 작업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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