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새로운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오감을 활용하여 느끼는 '컬처 브레일링'이라는 테크닉을 다루었습니다.
트렌드를 발견했다면 트렌드가 발생한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었죠. 이때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해당 트렌드를 누가 시작했는지, 어떤 명칭으로 불러야 하는지, 어디에서 전파되었는지, 이게 왜 지금 나타나는지, 처음으로 언제 언급되었는지 등등 이해해야 합니다. 이걸 모르는 상태에서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게 된다면 해당 트렌드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누가(WHO) : 혁신자/이노베이터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혁신층(Innovator)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트렌드 매핑을 다루는 책 <티핑 포인트>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쿨헌팅(coolhunting)에서 중요한 건 먼저 쿨한 사람(cool people)을 찾는 것이 첫 번째이고, 이후 쿨한 것(cool things)을 찾는 것입니다. 이걸 반대로 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쿨한 것들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죠. 사실 무엇을 찾아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뿐더러 그걸 찾기란 더 어렵습니다."
변화를 선도하는 혁신층과 조기 수용층은 출판물, 페스티벌, 이벤트, 소셜미디어 등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혁신층은 멀티 태스킹에 능한 청소년과 20대 초반의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은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인 이슈에 민감하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스스럼없이 자신을 표현합니다. 인터넷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에 관계없이 누군가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데 적극적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노베이터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WHAT) : 트렌드 & 혁신
'무엇(what)'은 이전 포스팅에서 설명했던 ‘새로운 것'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혁신 또는 문화적 변화를 나타내는 특성이 될 수 있습니다. 메트로섹슈얼 사례를 가지고 아래에 설명해보겠습니다.
1994년, 저널리스트 마크 심슨은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 칼럼에서 자신이 런던에서 발견한 새로운 남성 유형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도시에서 거주하며 고소득 직업군에서 일하는 남성들인데요. 추후 10년 동안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 그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런 유형의 남성들은 80년대 남성 패션 잡지 GQ, 리바이스 청바지의 TV 광고, 혹은 게이 바에서 주로 발견되었지만 90년대에 이르면서 레스토랑, 쇼핑몰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슨은 이들의 특성이 섹슈얼리티와 쇼핑 습관, 외적인 모습을 가꾸는 방식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도시를 뜻하는 ‘메트로(metro)'와 성을 뜻하는 '섹슈얼(sexual)'을 결합하여 '메트로섹슈얼'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됩니다.
여기에서 심슨이 인지한 혁신 또는 변화가 '무엇(what)’이 됩니다. 그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이 변화를 조기 수용자 그룹 (Early Adopters)에게 전달합니다. 칼럼을 읽은 조기 수용층 그룹에는 마리안 살즈먼이라는 미국 작가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녀는 더 큰 미디어(예: TV 프로그램)를 통해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용어를 대중화하고 광고와 마케팅에 소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미디어 에이전시들은 화장품과 남성용 제품을 홍보할 때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됩니다.
어디(WHERE): 트렌드가 시작된 곳
'어디(where)'는 혁신가들이 모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생하는 곳입니다. 이 장소는 실제로 방문할 수 있는 장소일 수도 있고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라이언 매튜스와 와츠 와커는 저서 <괴짜의 시대>에서 말하길, 이노베이션은 보통 비주류 사회 또는 문화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트렌드 예측가는 누가,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예측가들은 이들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온라인 리서치에 그치지 않고 ‘현장'으로 가서 떠오르는 트렌드를 직접 관찰하고 목격하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새로운 트렌드와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현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변화를 기록하고 관찰하게 됩니다.
트렌드 컨설팅 회사 PSFK 공동 창립자 피어스 포크스(Piers Fawkes)는 회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이언트가 소비자의 새로운 행동, 사고방식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유행을 선도하는 이노베이터와 얼리 어답터들이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그의 팀은 네트워크에 업로드된 자료를 분석하고 잠재적인 트렌드를 암시하는 부분을 선별하여 클라이언트가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왜(WHY): 트렌드를 발생시키는 동인
‘왜(why)’는 트렌드가 바로 지금, 그곳에 등장하는 이유를 의미합니다.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먼저 광범위한 문화적 맥락에서 트렌드가 스스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구매를 자제하는 이유,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려는 움직임, 경험 추구 등 다양한 트렌드를 발견했다면, 사회 내부의 근본적인 요인 즉, 특정 방향으로 소비자들이 행동하게끔 밀어붙이는 요인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요인들은 심리적, 윤리적,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인 이슈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발견한 이슈들이 미미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러나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혁신층과 조기 수용층 사이에서 해당 이슈가 자주 다뤄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게 됨에 따라 결국 눈에 띄게 됩니다. 결국 그 이슈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죠.
언제(WHEN): THE RIGHT TIME TO LOOK FOR A TREND 트렌드를 찾는 적절한 시기
트렌드가 발생하는 시기는 트렌드가 생기는 이유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혁신이 일어났던 특정 시기가 있어요. 18세기의 계몽주의, 20세기의 유럽 모더니즘 탄생이 있습니다. 역사상 이런 시기는 무작위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창의력과 혁신은 혁신층과 조기 수용층이 서로 연결되어 소통할 수 있었던 곳에서 일어났어요.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이종 계층의 교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시, 클럽, 사회, 과학 및 예술 공동체 내에서 혁신이 발생합니다. 18세기 계몽주의는 프랑스 살롱 문화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살롱에서 작가, 성직자, 건축가, 조각가, 화가, 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지성인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면서 계몽주의 정신이 피어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것이죠.
토론토 대학교 교수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저서 <The Rise of The Creative of Class>에서 말하길, 창조성이 높은 도시는 예술가, 과학자, 기술자, 성적 소수자 등 다양한 인종과 분야의 사람들이 대학, 기관, 커뮤니티에 섞여 있기 때문에 서로 쉽게 만날 수 있고 아이디어 교환이 더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또한 격변의 순간이나 경기 침체기 또는 기술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날 때, 우연한 발견과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 이유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협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서비스가 나타난 것처럼요)이때 발생한 혁신은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고요. 도시, 지역 사회, 교육 기관이 다양성을 가지고 아이디어와 태도가 상호 연결되는 순간, 트렌드가 발생하며 이 순간을 트렌드 예측가는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포스트: 트렌드 예측 테크닉(3): 분석, 전문가 인터뷰, 트렌드 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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