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메타버스를 모른다면
썸네일 이미지 ©Nintendo
트렌드를 아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생계형트렌드 입니다.
이번 마켓 동향은 <메타버스>입니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대체하는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로 이해하면 더 쉽습니다. 이런 메타버스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란 무엇이고, 어떻게 시장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전망을 갖게 될지 이번 생계형 트렌드를 통해 다뤄보겠습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의 더 진보된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현실과의 경계가 사라지는 연결성의 측면,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세계관을 만들어간다는 능동성의 측면, 그리고 메타버스 안에서 다양한 경제적 행위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사실 메타버스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미니미를 통해 나를 발산하던 싸이월드가 있었고, 가상의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메타버스는 5G, AI 등 기술의 진보와 이에서 비롯한 초연결성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제 메타버스를 구현할 '방법'들이 달라진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상세계만이 가지는 확장성과 초월성으로 인해, 메타버스는 많은 유저들과 기업들을 매력적으로 사로잡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에 진심인 건 MZ세대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특히 메타버스를 경험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필요 없고, 시·공간의 제약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바타를 만들 수 있기까지 한 메타버스에 MZ세대는 열광하고 있다. 이러한 MZ세대를 필두로 한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메타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요즘 유튜브를 둘러보다 보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스트리밍을 하는 듯한 썸네일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버추얼 유튜버 V 유튜버가 그 주인공이다. 유튜브 통계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1년 1월 전 세계 슈퍼챗 상위 30개 채널 가운데 22개 채널이 버추얼 유튜버라고 한다. 특히 이 상위 22개 채널은 모두 일본 채널인데 버추얼 유튜버 역시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만큼 일본은 버추얼 캐릭터 시장이 활성화돼있다. 일본에서의 버추얼 유튜버의 높은 인기에 일본 연예 기획사는 기업형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버추얼 유튜버는 모션캡쳐로 모델링한 가상의 캐릭터에 실제 성우의 목소리를 덧입혀 탄생한다. 실제 사람처럼 방송을 진행하고 시청자와 소통한다. 생방송 소통 방송, 먹방, 게임방송, 댄스 방송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그 결과 국내에서도 많은 버추얼 유튜버가 등장했다. 국내 최초의 버추얼 유튜버는 2018년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스마일게이트가 모바일 게임 '에픽세븐'의 홍보를 위해 제작한 '세아(SE:A)'다. 세아는 초창기에는 녹화한 영상을 올리던 형태에서 시작하여 트위치 스트리밍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을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현재 트위치와 유튜브 통합 구독자 수가 9만 명을 넘으며 성장세에 있다. 세아는 작년 샌드박스와 크리에이터 전속 계약을 했다. MCN 기업도 V 유튜버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MCN 기업 '크리에이터버스'는 지난해 버추얼 유튜버 채널 '아리멍뭉'을 오픈했다. 아리멍뭉은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인 '아리'가 주인을 찾아다니다 사람으로 변해 수인 학교에 입학한 후의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샌드박스는 2019년 버추얼 유튜브 채널 '도차피&호요리'를 시작했고, 지난해 대표 V 유튜버 '레비', '슈블'을 영입했다.
아뽀키(APOKI) 역시 대표적인 국내 버추얼 유튜버다. VV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아폴로 11호'와 '토끼'의 합성어로 위대한 첫 발을 내딛는 시도이자 범우주적으로 유명해지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아뽀키는 유튜브를 통해 매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커버한다. 최근 'GET IT OUT'이라는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아뽀키는 틱톡을 통해 'GET IT OUT' 챌린지를 전개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아뽀키는 틱톡에서 210만 명을 이끄는 인플루언서로 국내 틱톡 팔로워 랭킹 TOP 100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아뽀키는 2019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인플루언서로도 영향력을 뽐내고 있다. 이를 통해 버추얼 유튜버의 실제 사람을 대체하는 다양한 활동 스팩트럼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버추얼 유튜브의 시장이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여 유튜브 생태계에서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버추얼 유튜버뿐만 아니라 버추얼 휴먼도 존재한다. 버추얼 휴먼은 생김새가 진짜 사람 같다는 게 특징이다. 버추얼 휴먼은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미국의 '릴 미켈라', 일본의 '이마'가 대표적인 예다. 릴 미켈라를 개발한 미국 AI 스타트업 '브러드'가 2019년 벌어들인 수익은 1170만 달러(약 130억 원)에 달하고, 이케아 도쿄의 모델로 발탁돼 화제를 모은 이마가 한 해에 벌어들이는 수익은 7억 원이 넘는다. 이처럼 광고시장에서 버추얼 휴먼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원이 제약되는 지금, 버추얼 휴먼은 이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더욱 각광받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버추얼 휴먼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작년 10월 브랜드가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 가상 인간에게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은 2022년 1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국내 버추얼 휴먼 시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디오비스튜디오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루이'가 대표적이다. 루이는 몸과 목소리는 실제 사람이고, 얼굴은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여 새롭게 구현하였다. 루이는 유튜브 '루이커버리'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채널을 통해 브이로그, 노래커버 등을 올리며 이미지를 넘어서 영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루이는 한국새생명복지재단의 디지털 홍보대사로 임명되며 리얼 휴먼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LG역시 이번 CES를 시작으로 버추얼 휴면 '래아'를 소개했다. 래아는 미래 래(來), 아이 아(兒)를 사용하여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래아는 SNS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앞으로 김래아의 앨범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예고했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국내 최초로 소통이 가능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를 선보였다. 특히 로지는 Z세대가 좋아하는 셀럽을 분석해 모델링하였다. 동양적인 외모와 남다른 신체 비율로 기존의 미인형 얼굴을 벗어나 개성 있는 얼굴과 남다른 감성 표현력을 갖춘 캐릭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한다. 로지는 일반 인플루언서처럼 SNS를 통해 일상과 화보를 공유하고 댓글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활발히 소통하며 현재 1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버추얼 휴먼은 실제 사람과의 구분이 점점 어려워지며 실제 사람과 흡사한 모습으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사람을 대체하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가상'이라는 점 때문에 제약이 더 적은 버추얼 휴먼은 화보, 영상, 홍보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하여 사이버 성폭력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제도적 기반과 악용 시의 법적 처벌이 단단히 지탱해 주어야 관련 시장이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새로운 흐름에 발맞춘 제도적, 법제적 기반, 그리고 이용자들의 성숙한 이용 의식이 뒷받침되어야겠다. 이것들이 전제된 후에 차세대 K 콘텐츠로 더욱 원활히 세계 시장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메타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는 플랫폼들이 있다. 요즘 청소년들의 인싸앱, 제페토가 메타버스 유망주로 떠오른다. 네이버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제페토는 출시 2년 만에 글로벌 가입자 약 2억 명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갖고 있다. 그중 80%는 10대로, 제페토의 비즈니스는 근미래에 핵심 소비자로 떠오를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제페토가 메타버스로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수익성이다. 이용자들은 제페토 세상에서 ‘크리에이터’ 기능을 활용해 현실처럼 돈을 벌 수 있다. 바로 아바타들이 입을 옷을 디자인해 판매하는 것인데, 이 크리에이터의 수는 약 6만여 명이며 최고 수익으로 한 달에 300만 원을 번 이용자까지 있다고 하니,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직업이 단순 부업을 넘어 현실의 직업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메타버스 안에서 창작물이 저작권 인정을 받고 경제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메타버스의 무한한 확장성을 예견하는 지점이다. 한편 현재 제페토 사용자의 90%는 해외 이용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번 국내에 불어온 메타버스 바람이 제페토를 비롯한 메타버스의 대중화를 이끌길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인트로에서 살짝 언급했듯, 최근 재런칭을 앞두고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역시 메타버스의 시조 격이다. 다만 싸이월드가 과거 유저들의 기대 충족을 넘어 플랫폼 강자로 살아남기 위해선 과거의 재현도 좋지만 메타버스의 특성을 적극 반영해 한 단계 나아간 서비스 선보이는 것이 좋겠다. 다시 말해 싸이월드는 SNS를 넘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카테고리 재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전엔 서로의 룸(미니홈피)에 파도타기 해 댓글을 쓰는 식의 소통에 그쳤다면, 이제는 미니홈피에서 서로의 미니미(아바타)가 만나고 실시간 상호 소통을 가능케 하는 등 여타 SNS와 확실히 구분될 수 있는 메타버스적 면모를 십 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 유저들이 미니홈피라는 가상공간 속에서 경제 수완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기존의 부활이 아닌 왕좌의 귀환이라는 수식어까지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메타버스는 게임 산업에도 반영되었다. 청소년들에게 제페토가 대세라면, 아기 때부터 핸드폰을 쥐고 자랐던 V세대(2010년대 출생)에게는 로블록스가 인기다. 샌드박스를 플랫폼으로 블록 형태의 캐릭터를 조작하며 다양한 게임 맵을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재밌는 점은 로블록스 속 모든 게임이 이용자들이 직접 만들어낸 게임이라는 것이다. 약 34만 명의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그 수익이 지난해 기준 무려 2.5억 달러를 상회한다고 전한다.
로블록스의 공간은 유명 아티스트의 현실 콘서트 공간으로 탈바꿈되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 래퍼 릴 나스 엑스는 지난해 11월 로블록스에서 가상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는 로블록스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주목시켰다. 릴 나스 엑스의 음악적 무대와 더불어 로블록스의 물리적 기반 렌더링, 안면 인식 기술, 최첨단 연출이 더해지며 구현되었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가상 세계에서 말 그대로 ‘방구석 *원격현전’을 이뤄낸 것이다.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로블록스 글로벌 음악 부문 대표 존 블라소풀로스는 “이번 콘서트는 게임 플레이어와 음악 팬들을 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 세계)로 안내하고, 나아가 몰입형 소셜 네트워킹의 미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원격현전: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의해 어떤 환경 속에 실재하고 있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생동감과 상호작용성으로 대별된다.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모동숲) 게임도 메타버스의 좋은 예시다. 모동숲은 나만의 무인도에서 집을 꾸미거나 농사를 짓는 등 마음대로 지낼 수 있는 가상공간 게임이다. 게임 속 시간이 실제 세상의 시간과 똑같이 흘러간다는 점에서 ‘가상과 현실의 연결’이라는 메타버스적 특성이 드러난다. 이용자들은 게임 속 주어진 일들을 수행하기 위해서 하루에도 수 번씩 현실 세계에서 가상 세계로 접속하게 된다. 또한 이용자끼리는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가상과 현실과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미국의 59번째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해 대선 캠프 활동의 장으로 메타버스인 모동숲을 활용했다. ‘바이든 섬’을 열어 지지 팻말과 아바타에 적용할 수 있는 바이든 티셔츠를 배포했다. 또, 바이든 후보의 아바타를 만나 말을 걸면 대선 캠페인 슬로건을 얘기해주는 등 가상공간을 현실 진영의 홍보 수단으로 톡톡히 활용했다. 바이든 후보의 지지자들은 바이든 섬에 모여 바이든의 이름을 연창 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번 동숲 세상에서 선거 캠프를 벌인 데에는 코로나의 여파도 있었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함이 크다. 이는 가상 세계가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고 친밀감을 얻기 위한 새로운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우리나라 진영에서도 밀레니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주력하는데, 바이든의 메타버스 소통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메타버스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또 다른 시장은 바로 엔터시장이다. 앞서 말한 제페토 역시 엔터 기업이 활발히 이용하며 메타버스를 이용해 MZ세대에게 더욱 다가가고 있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Z는 YG엔터, 빅히트엔터, JYP엔터로부터 총 17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기도 하며 앞으로 엔터 산업에서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 공간이 활발히 이용될 전망이다. 실제로 YG엔터테인먼트는 제페토에서 블랙핑크의 버추얼 팬사인회를 개최하여 전 세계 5000만 명 팬의 참여를 이끌었다. 또한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의 3D 아바타로 'Ice Cream' 댄스 퍼포먼스 비디오를 공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빅히트엔터 역시 메타버스의 흐름에 빠르게 발맞춰 움직였다.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안무 버전을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공개했고 제페토에서 의상 아이템을 판매하며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또한 빅히트는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합한 플랫폼을 출시한다고 밝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가 JYP엔터의 신인 걸그룹 '니쥬'를 AR과 VR 콘텐츠 형태로 제공할 예정으로 알려져 JYP도 메타버스의 흐름에 탑승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극적으로 메타버스의 흐름을 반영한 건 SM엔터가 아닐까 싶다. SM엔터테인먼트가 6년 만에 선보인 걸그룹 '에스파'는 4명의 멤버와 각 멤버를 닮은 가상의 아바타 아이(AE) 4명으로 구성됐다. 현실의 멤버와 가상의 아이가 서로 소통하며 교류한다는 설정이다. 데뷔곡 '블랙맘바' 역시 현실과 가상의 멤버의 연결을 방해하는 존재를 표현한 것으로, 철저하게 메타버스 세계관 하에서 기획된 아이돌 그룹임을 알 수 있다. 이수만 SM엔터 총괄 PD가 tvN '월간 커넥트'에서 "문화기술인 CT(Culture Technology)'를 통해 K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다"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의 양상이 더욱 기대된다.
에스파 이전에 아바타를 이용한 또 다른 걸그룹이 있었다. 바로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가상 걸그룹 'K/DA'다. 'K/DA'는 K-POP 기반의 가상 걸그룹으로 자사의 인기 캐릭터인 아리, 카이사, 이블린, 아칼리로 구성됐다. 2018년 롤드컵 결승전 오프닝 무대에서 데뷔를 하며 첫 등장 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K/DA는 작년 11월 정규 앨범 'ALL OUT'을 발매하는 등 꾸준히 신곡을 공개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앨번의 타이틀 곡 'MORE'는 공개 후 아이튠즈 K-POP차트 1위에 오르며 K/DA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특히 K/DA의 노래에 트와이스, (여자)아이들 같은 실제 케이팝 가수들의 피처링이 더해져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는 K/DA 유니버스를 구축하여 각 멤버에 대한 프로필과 소개글을 공개하며 메타버스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에, 가상세계에서 팬미팅, 콘서트, 캐릭터 스킨 등 다양한 경제활동이 행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맞물리며 점점 더 고도화된다. 메타버스는 우리의 일상과 라이프스타일까지도 바꾸는데, 코로나의 여파로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지고 있다. 메타버스 대세화와 더불어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시장의 성장 역시 가속화된다. AR·VR 시장은 그동안 기기의 필요성, 불편한 착용감 및 사용성 등으로 대중적인 성장에 잠시 주춤했으나, 메타버스 트렌드가 그 성장을 견인했다. 메타버스 인프라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므로 AR·VR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예견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트에서는 메타버스를 반영한 현재 모습을 통해 근미래를 내다보고, 그 속에서 AR·VR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SNS 강자 페이스북은 가상공간에 VR을 접목한 새로운 VR 세상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선보이며 ‘소셜 VR 플랫폼’이라는 큰 청사진을 완성했다. 호라이즌에선 아바타의 모습을 한 이용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세계를 여행하고, 집을 짓고, 멀리 떨어진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등 가상 세계 속 또 다른 현실을 살아갈 수 있다. 차세대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2’ 기기를 쓰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 웃는 표정을, 아래로 내리면 우는 표정을 전달하는 등 아바타의 감정까지 조절하고 표현할 수 있다. 또,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9월 공개한 ‘인피니트 오피스’를 머지않은 미래에 구현될 차세대 사무실이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가 자리 잡을 뉴 노멀 시대에 좀 더 효과적인 근무 환경과 효율을 위해 만들어진 가상 오피스 공간으로, 현실의 몸은 침대에 있지만 가상 세계 속 나의 아바타는 정장을 입고 진지한 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가상 세계에서 회의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9년 12월부터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해왔다. 설계 검증부터 디자인 품평 그리고 무려 주행 검증까지 모두 가상 환경에서 가능하다. 이는 특히 코로나 확산 이후 제 가치를 드러냈는데, 전 세계 디자인센터 직원들이 가상공간에 아바타로 모여 개발 회의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VR 헤드셋을 끼고 손짓 한 번으로 디자인의 모양과 색상을 바꾼다. 도면으로 일일이 그려 설명해야 했던 일반적인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다. 현대 디지털 디자인팀 관계자는 “유렵, 미국 등 해외 디자인센터 직원들도 동일하게 아바타로 접속해 실제 공간에서 회의하듯 협의한다”며 “특히 올해는 코로나 19로 해외 현장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웠는데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똑같이 협업할 수 있어 VR 회의 효과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의 버추얼 개발 회의 사례를 통해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물리적 제약 없이 전 세계로 협업하는 것이 더욱 쉬워지고 활발해질 것이라는 근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지난주엔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AR 글라스 ‘삼성 글라스 라이트(가칭)’로 추정되는 기기의 주요 기능이 담긴 영상이 유출되는 일이 있었다. IT 전문 트위터리안인 ‘워킹캣’은 삼성 글라스 라이트 콘셉트 영상을 게재했는데, 첫 번째 영상은 AR 글라스를 통해 영화를 보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두 번째 영상에선 남자가 테이블에서 가상 키보드를 두드리고 AR 글라스를 통해 보이는 홀로그램 화면을 보며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나온다. 삼성의 영원한 경쟁자 애플 역시 VR·AR용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사를 인수하고, 기기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관계자는 애플의 AR 글라스는 2023년 이후 출시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닌 대표적인 글로벌 제조사들이 AR VR 제품 출시에 다시 힘 쏟고 있다고 하니, 메타버스와 기기의 대중화는 머지않은 미래로 보인다.
다음 사례를 보면 메타버스 세상이 우리에게 크게 한 걸음 다가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지난 3월 2일 SK 텔레콤과 순천향대학교의 협력으로 이뤄진 ‘메타버스 신입생 입학식’이다. 2021년 순천향대학교의 신입생들은 과잠을 입은 아바타의 모습으로 sk ‘점프VR’ 플랫폼 속 운동장에 모였다. 마치 실제 본교처럼 구성한 공간을 소속 학과 별로 나누고, 총장의 인사말과 신입생 대표의 입학 선서를 듣고 선후배 간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대학 생활의 시작인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이 코로나19로 인해 축소 진행되는 등 대학 교육 환경과 문화가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메타버스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 소통하고 함께 즐기는 색다른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순천향대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신입생 전원에게 사전 지급하며, 앞으로의 메타버스 속 만남이 입학식에 그치지 않고 주요 학사 일정과 비대면 강의들 역시 ‘점프VR’플랫폼을 이용해 진행할 계획임을 언급했다.
추가로 메타버스와 비슷한 듯 다른 '디지털 트윈'이라는 기술을 간단히 살펴보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트윈을 “현실 세계에서 실체를 갖고 있는 물리적 시스템과 이것의 기능과 동작을 그대로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연결함으로써 거울을 앞에 두고 서로 쌍둥이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기술”로 풀이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가상세계 속에서 활동하는 것이라면, 디지털 트윈은 '쌍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제 건물의 창문을 열면 디지털 세계에서도 창문이 열리고, 그 반대도 가능한 식이다. 이 기술은 국가·도시행정 산업에 주로 사용된다. 싱가포르의 디지털 트윈, '버추얼 싱가포르'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가상 도시에서 시뮬레이션하는 프로젝트로 현실의 동적 데이터를 동기화하여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다. 우리나라 역시 세종시와 대전시가 손잡고 디지털 트윈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 들끓는 도시 문제를 디지털 트윈이 해결하고 예방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지금까지 메타버스 관련 트렌드와 움직임을 살펴봤다. 기술적인 면에서 근미래를 함께 예측해볼 수 있었는데, 그렇다면 기술 말고 우리 인간은 어떻게 될까. 흥미로운 시각이 있어서 그 내용을 가져와봤다. 다음은 강현주 칼럼니스트의 글의 일부다.
# 외모보단 ‘콘텐츠’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 올까
가상의 삶의 비중이 커지는 날이 온다면, 실제 외모의 중요성이 낮아지지 않을까. 지금도 누구나 연예인 얼굴로 만들어주는 사진 및 동영상 편집 앱들이 많아 SNS에는 미남 미녀가 넘친다. 가령 최근 페이스북에서는 한 정치인과 배우 정우성의 얼굴에 ‘페이스앱’을 이용해 전후 사진을 비교한 포스팅이 주목받았다. 이 정치인은 전후 차이가 큰 반면, 정우성은 손대지 않은 사진도 이미 충분히 호감을 끌어 앱 변환이 별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얻었다.
즉 아바타로 활동하는 가상의 세계가 메인이 되는 날이 온다면 실제 뛰어난 외모를 가진 이들이 손해보는 구조가 될지도 모른다. 기뻐할 일(?)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메타버스 시대는 콘텐츠와 인성의 중요성이 훨씬 더 높아지는 시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즈한국 발췌
정말 가상의 삶이 현실의 삶과 비등해지는 때가 온다면, 겉모습보다 개인의 능력과 인성이 더욱 중요해질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이외에도 메타버스가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자신감이 되고 희망적인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시각을 덧붙이며 본문을 마친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자 메타버스 세계가 열렸다. 가상 아바타, 가상공간 등의 메타버스는 우리에게 놀이 공간이 되기도 하고, 현실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일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가상 세계 속 업무가 우리에게 현실 수익 창구가 되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이렇게 기존의 산업 지형을 하나하나 바꿔놓기 시작했다. 메타버스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메타버스는 게임, 엔터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메타버스 유망 비즈니스로 서비스 제품을 넘어 관광, 은행, 증권, 보험 등을 언급하며 메타버스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를 또 한 번 강조했다.
반면, 우리는 아직 메타버스를 체험하고 연습하는 단계이기에 메타버스가 가져올 부작용엔 대비되지 않은 상태다. 메타버스 세상은 현실보다 자유롭다. 이는 곧 예상치 못할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메타버스 속에서 일어나는 범죄 혹은 그에 버금가는 갈등들 그리고 가상과 현실을 혼동해 발생하게 되는 사건들에 대한 우려는 계속 있어왔다. 또 가상 세계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제도적 받침은 더욱 공고히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곧 도래할 메타버스 시대는 누군가에게는 소통의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경제적인 일자리 수단, 또 누군가에겐 신체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우리에게 희망적인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기술의 진보와 함께, 제도의 마련 그리고 개인들의 성숙한 의식이 수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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