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몰 브랜딩 고군분투기
(아래 글은 브랜딩에 도전하는 소호몰에게 업계 관계자로 조언을 주면서 간접 경험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신생 브랜드의 극초기 성장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데요. 비슷한 고민을 가지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주위에서 정말 흔하게 팝업 스토어를 볼 수 있습니다. 유통 점포 입장에서는 신선함을 주기 위해, 브랜드 입장에서는 더 많은 새로운 고객들을 만나고 브랜딩을 하기 위해, 팝업 스토어라는 선택지를 택합니다. 이렇듯 둘 모두에게 윈윈 할 수 있지만요. 아무나 팝업 스토어를 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기성 유통 매장에 입점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한 신생 브랜드가 입점을 타진했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그 브랜드는 온라인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오프라인 접점을 통해 고객들과 직접 만나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당시 입점을 결정하던 업체의 담당자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 점포의 격이 있는데, 인지도가 없는 브랜드의 입점을 허락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이렇게 거절당한 브랜드는 놀랍게도 '스타일난다'였습니다. 네 바로 로레알이 공을 들여 무려 6,000억 원에 인수했던 그 브랜드도 초창기만 해도 이런 취급을 당했던 겁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온라인 브랜드라고 해도, 힙하고 핫하다면, 유명 백화점에서도 이들을 모셔갑니다. 아니 브랜드가 아니라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스타일난다에서 겪은 뼈아픈 경험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고요. 잘 키운 브랜드가 일궈낸 성공 사례들이 누적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열렸다지만, 이렇게 기회를 얻는 브랜드는 극히 일부입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브랜드는 작은 매대 하나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호몰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요. 이렇게 수요는 늘어난 데 반해, 매장이라는 입지의 공급은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작은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만나는 일,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요? 아닙니다. 이제 작은 브랜드, 심지어 개인 브랜드라도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한 작은 소호몰이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나눠보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소호몰의 브랜딩 분투기를 소개하기 전에, 혹시 의문이 생기지 않으시나요? 작년 기준 스마트스토어가 무려 42만 개. 이와 같은 쇼핑몰들을 우리는 브랜드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부터 브랜드라 할 수 있을까요? 소호몰에서 브랜드로 거듭나는 변곡점은 어디로 봐야 할까요?
물론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각자 내리는 기준이 다를 겁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브랜드라 칭하려면, 자체 생산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업계에서는 소싱이라 부르는 생산을 직접 수행해야 하나의 브랜드라 할 수 있는 거지요.
온라인 쇼핑몰들이 이렇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데에는 물론 최근 이커머스 시장 자체가 급성장해서이긴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이 쇼핑몰을 운영하기 좋은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선 카페24처럼 손쉽게 온라인 매장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들이 정말 많아졌고요. 네이버나 쿠팡과 같은 오픈마켓 판매자가 되기는 더욱 쉽습니다.
하지만 가게만 있다고 장사를 할 순 없겠지요. 당연히 팔 상품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판매할 상품을 도매로 구매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혹시 동대문 시장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가면, 어디서 어떤 상품을 구할 수 있는지부터가 막막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에 이러한 도매 관련 정보가 모두 오픈되어 있습니다. 신사임당처럼 쇼핑몰 운영에 관한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도 많고요. 도매 커머스 플랫폼들도 생겨서, 온라인으로 상품 사입도 가능합니다. 심지어 에이블리나 브랜디처럼 아예 상품 사입부터 배송까지 풀 패키지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 단순 사입 만으로는 브랜드라 칭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도매가격으로 상품을 사 올 수 있는데, 여기서 차별점을 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쇼핑몰을 넘어서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자체 생산 상품을 갖춰야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브랜드는 유아이너프인데요. 이제 생긴 지 갓 1년이 넘었습니다. 유아이너프의 주력 카테고리는 여성 이너웨어로, 특히 DEF컵 사이즈 전문 브랜드를 표방합니다. D컵 이상의 여성 비중은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대로 잡아도 10% 내외에 불과한데요. 시장 논리상 수가 적으면 아무래도 소외될 수밖에 없지요. 유아이너프의 이름에는 이러한 여성 분들에게 던지는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타깃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소호몰에서 판매할 상품을 도매에서 찾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생산을 고려하였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1인 브랜드 특성상 자본이 충분치 않고, 그렇기에 생산을 위한 최소 수량을 확보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당시 이와 같은 고민에 대해 주었던 조언은 와디즈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하는 거였습니다. 크라우딩 펀딩 플랫폼을 통해, 이제 작은 브랜드들도 과감하게 생산에 나설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렇게 작년에 1차 펀딩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2차 펀딩을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당연히, 펀딩을 한다고 모두가 성공하진 않습니다. 작년에 진행했던 1차 펀딩은 여러모로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2차 펀딩에서 더 나은 성과를 거두려면 어떤 액션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마케터로서 내린 처방은 역시나 브랜딩이었습니다. 조금 더 고객과 밀접하게 만나고, 브랜드의 이름을 알려야, 더 큰 볼륨의 펀딩 금액을 모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팝업 스토어를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사실 이너웨어라는 상품 특성상 시착을 하지 않고는 정확한 핏 등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1차 펀딩 때도 공간 와디즈에서 상품 전시를 하였다고 하는데요. 공간 와디즈는 여러 메이커들의 상품이 동시에 전시되기 때문에 개별 업체들이 브랜딩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유아이너프처럼 뾰족한 타깃을 가진 경우에는, 실제 고객과 만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단독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작은 신생 브랜드가 자리 잡을 만한 곳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와 같은 수요에 반응한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테이지 망원이라는 공간이었는데요. 위와 같은 작은 브랜드들이 고객들과 만날 공간을 제공하고, 여기에 더해 BX 디자인 솔루션까지 패키지로 준다고 합니다.
이곳은 블루발코니라는 디자인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를 찾아가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유아이너프에게는 운이 좋게도 블루발코니 이후, 일정을 함께하게 되었고요. 현재 망원동에서 2차 펀딩 오픈 기념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신생 브랜드들이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제공해주는 곳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었습니다. 마치 와디즈가 생산을 위한 펀딩 금액을 모아주고, 신상 마켓 등이 상품 사입을 원활하게 만들었듯이, 팝업도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어가고 있는 셈인데요. 정말 새로운 브랜드가 성장하기 점점 좋은 시대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공간이 생겼다고 무작정 팝업을 진행하면 안 됩니다. 꼼꼼히 따져보고 시작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요. 여기서 가장 먼저 확인할 점은 브랜드의 메인 타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냐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유아이너프 같은 브랜드는 워낙 타깃이 뾰족하기 때문에 최대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택해야 합니다. 또한 여성 고객들이 찾아오기에 부담이 없어야 하고요. 아무래도 바이럴 효과를 낼 수 있는 집단이 많은 곳이면 더욱 좋겠지요.
이러한 면에서 망원동은 최적의 입지였습니다. 서울 시내 주요 핫플레이스 중 하나이고요. 스테이지 망원 자체가 망원역에서 2분 거리라, 접근성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맞은편에 소금집 델리라는 유명 맛집이 있어서 유동인구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대기고객으로 늘 붐비는 곳이라, 자연 유입도 기대할만했습니다.
공간 자체가 크지 않다는 것도 적합해 보였습니다. 개별 브랜드마다 적당한 면적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소개해 드린 오롤리데이의 경우, 워낙 상품 수도 많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캐릭터 기반의 다양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여유 공간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더 현대 서울은 다양한 포토존까지 구성 가능한 넓은 면적을 제공하였던 거죠.
하지만 유아이너프는 정말 작은 브랜드이고, 상품도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넓은 공간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더군다나 이너웨어라는 상품 특성상 너무 드러내는 것도 그리 좋지 않지요. 그래서 외부 디자인 자체를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진행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어진 본격적인 팝업 스토어 준비. 신생 브랜드라도 정말 효과적인 브랜딩을 위해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유아이너프 팝업 스토어도 이러한 면에서 여러 액션들을 진행했는데요. 역시 눈에 띄었던 것은 다양한 굿즈였습니다.
방문한 고객이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엽서와 스티커 같은 작은 굿즈들을 준비해두었는데요. 확실히 인지도 낮은 신생 브랜드에게는 꼭 필요한 액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알리고 머릿속에 인지시켜야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가장 필수적인 요소, 체험형 콘텐츠도 빼놓지 않았는데요. 역시나 온라인에서 할 수 없는 피팅을 메인 경험으로 잡고, 피팅룸 디자인에 가장 많이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접근법은 올해 오픈했던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과도 같은 접근법이었는데요. 패션은 역시 피팅 자체가 너무 강력하다 보니 이를 살리고 강화하는 것에 많이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구슬이 많더라도 꿰어야 보물이 되겠지요? 준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결국 홍보가 되어야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하는 것이 팝업 스토어인데요. 그 팝업 스토어를 또다시 홍보해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스테이지 망원이 제안해준 방법은 이메일이었습니다. 뉴스레터 운영자로 정말 공감이 가는 포인트였는데요. 위와 같은 초대장을 만들어, 기존 구매 고객들과 향후 유망 고객들에게 보냈던 거죠. 특히 사전 예약을 받았다는 점은 칭찬할만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 경험이 적은 곳이다 보니, 운영적인 실수를 줄이는 데는 역시 예약만큼 좋은 전략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유아이너프와 스테이지 망원 SNS 계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그 덕에 오픈 초기부터 다행히 집객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집객은 확실히 향후 브랜딩으로 이어지는 게 업계 관계자들과의 미팅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라 합니다. 실제 블루발코니 같은 경우, 팝업 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여러 기회 요소들을 붙잡았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주변 신생 브랜드 사례를 통해, 하나의 소호몰이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초기 단계에 대해 다뤄보았는데요. 우리는 보통 다 성장한 브랜드 만을 경험하기 때문에 때로는 이처럼 새로 시작하는 곳을 찾아가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치 한때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 프로그램들이 유행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특히 근래 들어, 온라인 기반으로 쇼핑몰을 열기가 쉬워지고, 사입과 생산 관련 솔루션들도 늘어나면서 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시대인 만큼 새로운 브랜드들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망원동에 들리시는 분은 소금집 델리 맞은편, 스테이지 망원을 한번쯤은 들려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