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현대 서울 오롤리데이 팝업스토어 다녀왔습니다-
팝업스토어는 신생 브랜드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 중 하나입니다. 특히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팝업스토어는 브랜드의 위상까지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데요. 이를 지원하는 유통점포 입장에서도, 방문하는 고객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기에 아예 팝업 전용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팝업스토어의 효과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오히려 정말 인상 깊은 팝업스토어를 만나긴 어려워졌습니다. 대부분은 천편일률적인 구성을 보이고요. 심지어 단순히 판매를 하는 선에서 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새 잘 나가는 더 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는 역시 달랐습니다.
우연히 더 현대 서울에서 오롤리데이가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소식을 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감탄할 줄은 몰랐는데요. 잘 만든 팝업스토어의 정석을 보여준 오를리데이, 지금부터 어떠한 점이 그렇게나 매력적이었는지, 하나하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근데 오롤리데이가 뭔가요?
오롤리데이는 2014년에 탄생한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어느덧 8년 차 브랜드로, '당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유쾌한 못난이 3형제 캐릭터로 특히 유명하고요. 팝업스토어 방문 전에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던 저도 이 캐릭터 자체는 대단히 익숙했습니다. 특히 주변의 평을 듣다 보니, 요새 가장 콘텐츠를 잘 만드는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대중적으로 엄청 알려진 건 아니지만, 분명 사랑받는 브랜드임에는 분명했는데요. 사실 올해 오롤리데이는 큰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중국 브랜드가 디자인을 도용하여 상표권과 저작권을 무단으로 등록하고, 칭다오에 매장까지 버젓이 냈기 때문입니다. 오롤리데이는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인데요. 사실 작은 브랜드가 국제적인 법적 분쟁을 감당한다는 게 쉽진 않습니다. 그래서 오롤리데이는 법적 소송을 위해 와디즈 펀딩을 진행하였는데요. 여기에 무려 1,000명이 참여하였습니다. 정말 많은 찐 팬들을 보유한 브랜드인 거죠.
2. 팝업스토어, 이건 방문하지 않곤 못 참게 만든 비결!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팝업스토어에 대해 하나씩 잘한 부분들을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오롤리데이 팝업스토어가 위치한 곳은 더 현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자리입니다. 지하 2층에서 지하철과 IFC 몰로 연결된 입구 바로 앞이기 때문인데요. 그렇기에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오롤리데이는 디자인 브랜드입니다. 특히 색감도 원색 기반으로 눈에 매우 잘 띕니다. 그런 디자인 요소들이 일단 그냥 지나 가려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지 못하듯,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럭키 드로우 이벤트입니다. 럭키 드로우 이벤트는 매시 정각마다 딱 10분만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아쉽게도 시간을 못 맞춰서 참여를 못했지만, 이벤트 진행할 때마다 옆 면까지 길게 줄을 섰다고 합니다. 줄 세우기는 가장 고전적인 집객 요소인데요.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스팟에서, 이렇게 필살기까지 써버리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요.
결국 결론은 집객에선 대박을 칩니다. 제가 방문한 시간 자체가 수요일 오후 시간대라 정말 애매할 때였거든요. 백화점에서 손님이 가장 없을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독 오롤리데이 팝업스토어는 가득 찬 손님으로 북적거렸습니다. 시선을 끌고 발길을 붙잡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3. 팬이 아니라도 구매하고 가게 만든 비밀 병기는?
물론 목이 좋으니, 사실 어떤 브랜드가 팝업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오롤리데이가 정말 현명했던 건, 우연히 방문한 고객도 뭐라도 사갈 수 있게 상품 준비를 했다는 겁니다. 캐릭터 상품의 경우 강력한 팬덤을 일단 확보하면, 뭘 만들어도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팬이 아닌 경우, 오히려 구매가 부담스럽다는 약점도 동시에 가집니다.
그래서 팬심이 깊어질 때까지 입덕용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오롤리데이가 준비한 비밀 병기는 바로 스티커였습니다. 스티커를 브랜딩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이긴 합니다. 브랜드는 물론 회사들까지 홍보용으로 스티커를 적극 활용합니다. 하지만 오롤리데이가 대단했던 건 우선 스티커의 종류가 정말 많았다는 겁니다. 고르는 재미가 있었고요. 마트라는 컨셉에 맞게 풀은 디자인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더욱이 재사용이 가능한 리무버블 제품으로 제작했다는 것도 확실히 스티커 맛집 다운 디테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여러 스티커들을 담아갈 수 있는 디자인 봉투와 콜렉팅북을 같이 판매한다는 점도 인상 깊었는데요. 찐 팬들은 스티커를 수집할 수 있을 테고요. 아예 팝업을 통해 처음 접한 사람이라도 선물용으로 사기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품 구성 자체가 정말 입덕 시키기 위해 딱인 느낌이랄까요?
여기에 더해 심지어 구매하지 않더라도,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집어 갈 수 있는 기념품을 준비하였는데요.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면 자석 병따개를 주는 것도 좋았지만, 더욱 기억에 남는 건 메시지 카드였습니다. 행복한 순간들을 담은 메시지 카드를 만들고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러한 카드를 담아갈 수 있는 종이 장바구니였습니다. 마트라는 컨셉에 충실하면서 정말 감성을 건드리는 이벤트였는데요.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한 번은 더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를 기억할 수 있는 장치로 정말 훌륭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카드마다 오롤리데이 상품 소개와, 구매 가능한 온라인 몰로 연결된 QR코드가 뒷면에 새겨져 있기도 했고요.
실제로 팝업스토어 기간 동안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를 여기서 처음 접한 고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입덕을 위한 가벼운 굿즈와 의미 있는 이벤트를 잘 준비했으니, 이번 팝업을 계기로 팬들이 많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다른 곳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굿즈와 이벤트였지만, 콜렉팅이라는 디테일을 더하면서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만든 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4.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체험형 공간부터 쇼룸(?)까지-
온라인과 차별되는 오프라인 공간 만의 강점은 공감각적 구성 요소와 체험 요소를 넣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오롤리데이가 팝업을 벌인 공간은 사실 아주 넓지는 않았는데요. 한정된 공간이지만 정말 알차게 구성하여, 필요한 건 다 채워 넣은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스토어의 전체적인 컨셉은 마트였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티커 디자인이나 이벤트에서도 이이를 잘 녹여냈지요. 심지어 마트 전단지 같은 홍보물을 만들기도 했고요. 내부 디자인도 실제 마트처럼 레일을 깔아 놓는 등 매장 자체가 주는 시각적인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정말 찐 팬 중의 찐 팬의 책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책상도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케아가 자랑하는 쇼룸을 떠올랐습니다. 이번 팝업을 위해 가구나 집기 등을 일부는 직접 제작까지 했다고 들었는데요. 이러한 숨겨진 노력이 있었기에, 이렇게 매력적인 공간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기에 요즘 대세, 빠지면 섭섭한 체험 요소까지 그 좁은 공간 내에 적절히 배치하였는데요. 우선 앞서 소개한 럭키 드로우 뽑기나 메시지 카드도 일종의 체험 요소라 할 수 있고요. 여기에 포토존이 빠지면 이상하겠죠. 사실 위의 책상 쇼룸(?)도 포토존 중 하나였는데요. 메인 포토존만 5개에, 거울 셀카존, 포토메틱 부스까지 인증샷 찍을 장소도 무지하게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킬 포인트가 스탬프 존이었는데요. 스탬프를 찍고 벽에 남길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이는 앞서 다른 이벤트들처럼 콜렉팅이라는 동일한 메시지의 연장 선상이기도 하고요. 스티커처럼 스탬프도 여러 종류를 준비해서, 최대한 오래도록 머무르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여러 후기들을 봤을 때, 너무 당연하지만 잘 찍혀서 참여할 맛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모두들 스탬프 이벤트 참여하다가 흐릿하게 나와서 흥미를 잃었던 경험들이 한 번쯤은 있잖아요.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공간 구성과 참여형 요소들, 뭐 생각 나시는 키워드가 하나 있지 않으신가요? 모두 지극히 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거 느껴지시죠. 팝업스토어의 공간 구성과 이벤트 설계가 이렇게 잘 짜여 있다면, 인기가 당연히 터질 수밖에요.
5. 팬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남달랐던 홍보 방식
이와 같이 잘 준비한 팝업스토어 잘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팝업스토어 홍보기사 하나 나지 않았더라고요. 이는 기존에 전통적인 브랜드가 하던 방식으로 홍보를 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팬심으로 먹고 브랜드답게 철저하게 온드 미디어(Owned Media)에 집중하였습니다.
오롤리데이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들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요즘 가장 핫한 매체 중 하나인 뉴스레터도 운영하고 있다는 것! SNS 채널과 별개로 해피어레터라는 소통 창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고요. 여기서도 당연히 초대장을 보내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팬들이라면 달려올 수밖에 없는, 아니 매일 같이 출석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도 첨가하였는데요. 팝업스토어 기간 동안 매일 다른 아이템의 세일을 진행하였고요. 특히 중간중간 미스터리 세일을 넣어, 직접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또한 팝업 기간 동안 오직 더 현대 서울에서만 판매하는 상품들도 일부 준비하였고요. 정말 무섭도록 철저한 준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팝업스토어 준비 과정과 운영 애환을 담은 인간극장 컨셉의 영상까지 제작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하였는데요. 이쯤 되니 이 브랜드가 무서워질 정도입니다. 이렇게나 팬들을 위해 충실히 콘텐츠를 만들다니요.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상 팝업스토어 기간 동안 촬영하고 편집한 겁니다. 길이도 짧지 않고, 2편이나 되지만 직접 가지 않고도 팝업스토어를 간접 체험하실 수 있으니 꼭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6. 현대 백화점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번 팝업 스토어에는 숨은 공신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오롤리데이 팝업스토어를 기획한 더 현대 서울인데요. 이미 오픈 때부터 사무엘스몰즈 같은 핫한 편집샵의 팝업스토어를 유치하고요. 나이스웨더를 입점시키는 등 힙하면서도 핫한 콘텐츠를 찾아내고 입점까지 시키는 실력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더욱이 더 현대 서울은 현대 백화점이 사활을 걸고 만든 점포입니다. 그래서 지하 2층을 과감하게 MZ세대를 위해 MD를 했다거나 가장 목이 좋은 곳을 팝업스토어 구역으로 비워 둔다는 등의 선택은 정말 파격적이었는데요. 이러한 파격이 있었기에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최대 히트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욱이 최근 나이스웨더에 투자하며, 차별화 콘텐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의사까지 밝혔는데요. 앞으로도 적어도 오프라인에선 현대 백화점의 질주가 당분간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7. 조금은 아쉬웠던 점들
물론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아쉬웠던 점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너무 사람이 몰리다 보니, 이벤트 내용에 대한 안내가 상세하게 이루어 지지는 못했습니다. 럭키 드로우 이벤트도 알 수 없었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여러 추가 사은품을 주는 내용들도 명확하게 공지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캐릭터나 브랜드의 팬으로 이끄는 요소들은 충분했지만, 자체 온라인 몰의 회원으로 유도하는 부분이 빠져 있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이벤트가 있긴 했지만, 인스타그램 채널 자체는 관여도도 낮고 향후 마케팅 액션으로 이어가는 데도 한계가 많습니다. 앞서 소개한 뉴스레터 구독 이벤트나 온라인 몰 가입 혜택 등이 더 준비되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물론 전단지 형태의 출력물 밑에 쿠폰 코드도 있고, 메시지 카드 뒤에도 QR이 있는 등 온라인 몰로 갈 수 있는 장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확실히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네요.
마지막으로 매우 사소한 부분이지만 QR코드로 연결된 링크의 별도의 추적 코드가 없다는 점도 눈에 밟혔습니다. 분명 이번 팝업스토어가 좋은 기회였는데, 유입된 고객도 파악하고 가입 전환 효과도 측정하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요. 특히 오프라인-온라인 전환의 경우, 예전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의 경우 잘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오롤리데이도 이런 부분까지 보완한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금까지 오롤리데이 팝업스토어 탐방기를 나눠 보았는데요. 콘텐츠 맛집답게, 여러 요소들을 잘 버무려서 보여주면서, 브랜드의 색을 드러내는 디테일을 넣어 차별화시킨 점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근래 봤던 여러 팝업스토어들 중에 가장 잘 구현되었다고 생각하고요. 정말 이렇게까지 완성도 높은 팝업스토어를 구현한 오롤리데이 직원 분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게 쇼핑을 하면서 브랜드의 매력에 푹 빠지기도 했고요. 확실히 이런 매력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온라인이 발전하더라도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