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매 시장의 성장은 정체된 가운데, 유독 이커머스 시장 만이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밝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이커머스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체 시장 파이의 성장 속도는 더딘 만큼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도 다소 둔화되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다시금 여기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커머스 업체의 미친듯한 성장이 다시 시작된 겁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장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물론 기존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더 많이 산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 내 급격한 변화는, 온라인 쇼핑에 부정적이던 보수적인 소비자들. 즉 5060 연령대의 시니어 세대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하면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한번 가속화된 변화의 흐름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데요. 우리가 앞으로 이커머스 트렌드에서 이들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인 부머 쇼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01 시작은 온라인 장보기부터였습니다
이들이 온라인 쇼핑에 빠지게 된 계기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코로나19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당장 마트 가는 것도 꺼려지게 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은 온라인 장보기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상상과 달리 온라인 장보기는 신세계였습니다. 우선 과거와 달리 전체적인 신선식품의 구색과 품질이 올라갔고요. 무엇보다 새벽 배송으로 대표되는 배송 서비스는 정말 편리했습니다. 그렇게 이들은 로켓 프레시와 샛별 배송의 팬이 되어 갔습니다. 강제로 시작한 온라인 장보기가 이제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부머쇼퍼, 이들이 더 무서운 점은 일단 이용하기 시작하면 손이 크다는 겁니다 (출처: 마켓컬리)
실제로 올해 6월 마켓컬리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5060 가입자 수 증가율은 전년 대비로도 무려 188%로 전체 평균인 95%의 2배에 달했습니다. 물론 이는 증가율이기 때문에, 실제 숫자는 여전히 기존 온라인 쇼핑의 주축 3040이 더 많을 겁니다. 하지만 5060은 상대적으로 2가지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5060은 손이 큽니다. 즉 일단 쇼핑을 시작한다면 장바구니에 더 많이 담는다는 건데요. 가구 규모가 아무래도 클 수밖에 없고요. 직접 요리를 하는 비율도 높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더 많이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고객당 매출액이 크다는 걸 의미하고요. 당연히 쇼핑몰 입장에서는 5060 세대가 더 탐이 나는 고객일 수밖에 없습니다.
5060의 영향으로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출처: 동아일보)
또한 5060은 향후 기대되는 성장성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당장의 숫자는 작지만, 그만큼 오프라인에 남아 있는 고객 수가 많다는 거니까요. 일반적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은 가장 많은 마케팅 비용을 신규 고객 유치에 투자합니다. 특히나 한 번 구매한 뒤 재구매율이 높은 장보기 플랫폼은 더욱 그러한데요. 실제로 5060 세대가 대거 이커머스 시장으로 나오기 시작한 2020년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성장세도 가팔라지기 시작했고요. 따라서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이들 5060 세대를 붙잡기 위한 마케팅 액션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02 그럼에도 그들은 홀대받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신선식품과 생필품 이외 카테고리에서도 5060 세대가 환영받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성장성은 높지만, 여전히 그들의 숫자는 적었고, 5060 고객들도 아직은 보수적이었습니다. 장보기야 필수적이고, 당장 저녁 준비는 했어야 하니 썼지만, 다른 카테고리 상품 구매는 쫌 미뤄도 문제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 찾기는 어렵습니다. 오프라인 쇼핑과는 다른 편의성이 있으니 말입니다. 더욱이 식품은 원래 가장 이커머스 침투율이 낮은 상품군이기도 했습니다. 품질, 특히 신선도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장보기에도 성공하자, 5060 세대는 당연히 다른 카테고리 쇼핑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식품보다 거리낄 것도 별로 없으니, 진입 장벽이 오히려 낮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본격적으로 가족을 위한 쇼핑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쇼핑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즉 온라인 여성 패션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습니다. 숫자가 적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준비된 쇼핑 공간이 없었던 겁니다.
50대도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를 사용한다는 건 어찌 보면 서글픈 일입니다 (출처: 모바일인덱스HD)
위의 도표에 연령별 패션 앱 사용자 순위를 보면, 당시 시장에서 50대 이상 고객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라는 1020 세대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들이 전 연령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이들 3개 플랫폼의 시장 장악력이 높다는 것을 의하기도 하지만, 5060 세대가 쇼핑할 공간이 그만큼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옷 쇼핑을 하고 싶긴 한데, 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겁니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상황은 이랬습니다.
03 이제 차세대 대세가 된 시니어 여성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더욱 급변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숫자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면서, 아예 이들 만을 위한 서비스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인수한 뒤 본격적인 첫행보로 시니어 여성을 타깃으로 한 플랫폼 포스티 론칭을 택했다는 건 상당히 상징적인 일입니다.
카카오스타일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5060 여성을 선택한 건 상당히 의미 있습니다 (출처: 카카오스타일)
사실 이번 카카오스타일의 선택은 예상치 못한 일이긴 했습니다. 지그재그가 워낙 10대 중심의 패션 플랫폼으로 유명했고요. 따라서 뷰티 등 연관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안전한 방법도 있었는데, 아예 새로운 연령대 공략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업 확장의 경우, 기존에 쌓인 노하우 활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카카오스타일에게도 모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카카오스타일은 시니어 여성 플랫폼에 도전하게 된 것일까요.
04 퀸잇이 보여준 가능성
퀸잇은 그동안 소외받던 시니어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최초의 패션 앱입니다 (출처: 퀸잇)
이렇게 카카오스타일이 과감하게 베팅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최근 4050 여성을 타깃으로 한 퀸잇이 로켓 성장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퀸잇은 작년 9월 론칭한 4050 여성 패션 앱입니다. 그런데 고작 론칭한 지 채 1년도 안돼서, DAU가 10만에 육박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버린 겁니다. 거래액도 1월 대비 10배나 성장하고요. DAU 10만이면, 국내 최대 패션 기업 중 하나인 LF의 LF몰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정말 무서운 성장 속도 아닌가요?
퀸잇이 무에서 DAU 10만 앱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출처: 모바일인덱스HD)
퀸잇은 이러한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 7월에는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까지 했습니다. 비록 비전펀드는 아니었지만, 주요 투자자 중 소프트뱅크벤처스도 포함되어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고요. 이렇게 시니어 여성 패션 시장이 가능성을 보이자, 카카오스타일도 탐내기 시작한 겁니다.
05 부머쇼퍼들을 공략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
그렇다면 부머쇼퍼들을 공략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특히 뜨고 있는 여성 패션 시장을 선점하려면요. 이번에 카카오스타일이 포스티 론칭 과정에 바로 답이 있습니다. 카카오스타일이 포스티 오픈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상품 확보입니다. 올리비아로렌, 온앤온, 이엔씨, 마리끌레르, BCBG 등 무려 60여 개 브랜드 본사와 직접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흔히 1020, 3040, 5060처럼 연령 별로 세대를 구분하기 하지만요. 과거와 달리 이들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뚜렷하게 차이 나진 않습니다. 물론 취향 차이가 없진 않겠지만, 시니어 고객들도 젊은 감각을 추구하기 때문에, 30대와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도 될 정도입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으니, 바로 사이즈입니다.
기존에 온라인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는 대부분 동대문 기반 보세 거나, 태생부터 온라인 중심으로 탄생한 브랜드, 혹은 SPA와 같은 일부 대형 브랜드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MZ세대 체형에 맞게 사이즈가 구성되어 있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부머쇼퍼들은 온라인 쇼핑에서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50대 이상이 기존에 좋아하던 브랜드들은 대부분 영세한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자체적인 온라인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대리점 기반의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어서, 온라인 판매에 대한 내부 반발도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카카오스타일이 본사와 직접 계약을 하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정면 돌파하려 한 겁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우선 플랫폼 사업자는 그동안 무신사가 그랬듯이 오프라인 기반 브랜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지원하며 같이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이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물류 인프라를 제공하면 경쟁에서 앞서갈 가능성이 큽니다.
홈쇼핑처럼 자체 브랜드 구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현대홈쇼핑)
또한 과거 이들 부머쇼퍼들을 꽉 잡고 있던 홈쇼핑 업체들이 했던 것처럼 자체 PB 브랜드 라인업을 갖추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수익성이 좋지 않은 이커머스 플랫폼에게는 추가 이익 확보라는 부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