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첫 스타트업 투자의 의미
지난 8월 4일 현대백화점이 편집샵 나이스웨더의 지분 20%를 30억 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현대백화점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유통업계 경쟁사인 롯데나 신세계, GS리테일 등이 이미 활발하게 투자나 인수를 하고 있는 것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긴 합니다. 더욱이 투자 대상 자체도 다른 유통업계 경쟁사들의 포트폴리오와는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나이스웨더는 편의점 콘셉트의 신개념 라이프스타일샵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상반기 유통업계 최대 히트작 중 하나인 더 현대 서울에도 입점해 있습니다. 이번 투자 의사결정도 더 현대 서울에서 나이스웨더가 거둔 성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요. 구매 고객 중 80%가 2030세대이고, 95%가 과거에 현대백화점 구매 이력이 없던 고객이라는 점은 현대백화점에게 상당한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을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경쟁사들은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커머스 기반의 브랜드나 플랫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데 반해, 현대백화점은 오히려 오프라인 편집샵을 선택했다는 점은 시장의 트렌드와 역행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고요. 심지어 나이스웨더의 지점이 아직 세 군데에 불과하다는 것까지 알게 되면, 도대체 왜 현대백화점은 이곳에 베팅했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스웨더를 만든 모회사가 어딘지를 알면, 우리의 의문은 상당수 풀리게 됩니다. 나이스웨더를 만든 곳이 바로 그 유명한 CNP 컴퍼니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CNP 컴퍼니도 낯설다고요? 그럼 혹시 아우어 베이커리나 도산분식은 혹시 들어보셨나요? 네 그렇습니다. CNP 컴퍼니는 외식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유명한 콘텐츠 회사입니다. 아우어 베이커리, 도산분식은 물론, 무차초, 호랑이 식당, 땡스피자 등 여러 외식 브랜드를 시작으로 편집샵 나이스웨더까지 만든 걸로 유명하지요.
이러한 CNP 컴퍼니가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으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이 만들었던 매장마다 길게 줄이 늘어섰고요. 이를 본 다양한 유통업체들이 앞다투어 CNP 컴퍼니의 브랜드들을 모셔갔습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나 고메이 494 한남에 아우어 베이커리가 입점한 것이 대표적이지요.
그렇다면 현대백화점이 나이스웨더를 선택한 이유가 이제는 슬슬 이해가실 텐데요. 현대백화점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이 더 이상 백화점을 찾지 않는 것. 특히 젊은 고객들이 백화점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번 더 현대 서울을 통해 현대백화점은 떠나간 고객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였고요.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2030세대를 줄 서서 방문케 하는 노하우를 본격적으로 내재화하려는 거 아닐까요?
특히 현대백화점은 여러 대형 유통업체 중 거의 유일하게 외형 확장 보다는 차별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걸로도 유명합니다. 다만 이러한 차별화를 통한 생존이 그냥 이루어지지 않겠죠? 그래서 차별화의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강화와 트렌디한 콘텐츠 독점 확보에 집중하려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오프라인의 성공은 곧 온라인 차별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나이스웨더 지분 투자 이후로 상호 협력 하에 단독 상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 하는데요. 이미 현대백화점의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에서는 몽탄, 금돼지 식당 등 오프라인 맛집들과 같이 개발한 단독상품을 출시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더 뾰족한 콘텐츠를 확보하여 오프라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이전시킨다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현대백화점은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