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커머스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7월 1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온라인 쇼핑의 시대가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커머스 모델은 또다시 새로운 진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간 기술의 발전에 따라 커머스의 형태도 끊임없이 변화해왔는데요. 우리는 오랜 기간 오직 물리적 공간에서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고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커머스의 시대가 도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커머스가 아예 현실 공간의 한계를 넘으려 하고 있는데요. 가상공간에서 쇼핑을 하며, 완전히 다른 형태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을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메타커머스'라고 지칭한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메타커머스는 가상공간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체험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방식을 말하는데요. 현실 공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기반으로 했기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고요. 기존 2차원 공간의 한계를 벗어난, VR, AR 등을 기반으로 한 3차원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이커머스와의 차이점입니다.
현재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브랜드 체험 공간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요. 국내에서는 CU가 제페토 내에서 매장을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만 커머스라고 지칭하기엔, 단순 브랜드 홍보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한데요. 아직은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을 연계하여 경험을 선사하고, 이를 구매로 전환시키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현실과 가상공간을 포괄한 채널을 구축하는 건 기술적 한계로 어려운 일이었지만요. 아예 소비 자체가 가상공간 내에서 온전히 발생하는 순수 가상 시장의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D2A(Direct-to-Avatar)라고 용어로 정의하곤 하는데요. 구매하는 상품 자체가 실존하지 않고, 가상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 커머스와는 완전히 결을 달리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의 고유한 아바타가 될, 디지털 트윈을 위해 무엇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일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이미 우리는 오래전부터 게임에서 사용하기 위한 아이템을 구매해왔으니 말입니다. 싸이월드를 경험했던 세대라면, 미니룸을 꾸미기 위해 도토리를 샀던 기억이 있을 거고요. 하지만 이러한 가상 소비와 현실 소비의 구분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고, 심지어 시장 규모 또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트렌드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을 거라는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가장 잘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가, 구찌가 가상공간인 제페토 내에서 명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일이라 할 수 있는데요. 메타버스 내에서 자신을 뽐내기 위해, 심지어 100만 원 대 상품까지 구매하고 있다고 하고요. 이와 같이 메타커머스가 단지 광고 효과뿐 아니라, 실제적인 매출을 일으키는데도 유효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디올이나 나이키 등도 앞다투어 제페토에 입점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존재합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순수 가상공간 내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경우, 독점적인 소유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을 한계로 많이 지적하곤 했는데요. 이 때문에 가상의 상품은 언제든 무한히 생성이 가능하고, 따라서 가치의 변동성 리스크가 너무 클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서 실제로 게임 아이템의 불법 복제 논란이 터지면 아예 전체 게임의 흥행 자체가 제동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NFT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메타커머스는 위와 같은 한계조차 극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NFT 기술을 활용하면, 디지털 상품의 독점적인 소유권도 허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NFT 작품 경매가 활발히 이뤄지며,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을 수 있던 것도, 이와 같이 독점이 가능하다는 특성 덕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메타커머스는 언제쯤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서기도 했고, VR, AR과 같은 기술의 발전도 아직은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부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 기업 만이 기회를 잡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메타커머스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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