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흐름은 거스르지 말고 올라타야 합니다
지난 12월 15일, 법원은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불복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1월 공정위는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정이 자사의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한 것이고, 이로 인해 스마트스토어가 성장한 것으로 판단하여 26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는데요. 네이버는 단지 정기적인 알고리즘 개선이었으며, 스마트스토어의 성장 또한 자체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법원이 결국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이와 같은 판결 결과가, 현재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흐름에 더 힘을 더해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 소송의 또 다른 주인공인 공정위가 이달 말 제정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에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심사지침이 향후 네이버 사례처럼 제재를 받을 대상을 선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1월에 공정위는 심사지침 마련을 행정 예고하며, 경쟁제한행위의 대표적인 유형 4가지를 제시한 바 있는데요. 경쟁 온라인 플랫폼 이용을 방해하는 멀티호밍 제한, 타 채널 대비 유리한 거래조건을 요규하는 최혜대우 요구, 자사 상품을 직/간접적으로 우대하는 자사 우대, 다른 상품을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끼워팔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이중에서도 자사 우대 조항에 대해선 시장 상황에 맞지 않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자사 우대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의 PB상품 판매가 문제가 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까지 규제의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은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도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아마존의 사업 확장에 태클을 걸고 있는데, 중심 논제 중 하나가 바로 PB 상품이고요. 이로 인해 한때 아마존의 PB 사업 철수설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나선다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가부터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플랫폼 규제의 목적과 주어진 환경적인 상황이 미국, 유럽과 국내 실정은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요. 우선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매출 규모나 시장 지배력 등에서 정말 차원이 다릅니다. 규제 대상 조건부터가 최소 5천만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 시가 총액 또는 매출액이 6,000억 달러 초과 등이니까요. 심지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이들과 직접적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데, 같은 잣대로 보는 것이 맞느냐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또한 가장 적극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유럽 역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여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의 규제는 국내 기업 죽이기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에 더해 온오프라인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마련되는 지침은 오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미 오프라인에서는 PB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는 등의 행위까지 크게 문제 되지 않고 있는데, 유사한 행위가 온라인에서 벌어지면 규제된다는 건 불공평하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규제의 실효성 측면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규제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지 않냐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고요. 이러한 정책들이 의도한 결과를 가져올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선 독점 플랫폼의 지위가 영속될 거라는 보장이 없기도 한데요. 일례로 국내에선 한때 시장의 압도적인 1위이던 이베이코리아가 현재는 3위 사업자로 밀리기도 했고, 중국의 알리바바를 핀둬둬가 위협한다던가, 메타가 틱톡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등 단기간 내 시장 지위가 뒤집힌 사례가 매우 많으니 말입니다.
이와 같은 비판적 의견을 의식했는지, 연초에 행정 예고했던 초안에 비해 이번에 제정될 심사지침은 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적용 범위가 상당히 축소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경쟁제한에 따른 폐해보다 시장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지침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어도 소비자 편익이 크다면 위법하지 않은 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 원칙을 세웠다고도 하는데요. 결국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걸 선언한 셈입니다.
사실 이미 예전부터 빅테크 규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러한 대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은 있어 왔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규제를 마련하기 이전에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 가치로 삼던 기존의 원칙을 폐기한다고 발표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국내의 경우, 많은 고민과 논의 없이, 정치적 사유나 일시적 여론에 의해 좌지우지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규제 지침 역시 소비자 후생 만을 고려했다면 사실 제정될 필요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르고요. 아직은 국내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사회적 공론의 장이 열리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삼을지 합의가 이루어진 건 아니지만요. 확실한 건, 국내에서도 ESG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새로운 흐름이 확실히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과거와 달리 앞으로 곧 주주나 최종 소비자뿐 아니라 모든 이해 관계자의 이익, 더 나아가 지구의 환경까지 고려하는 것이 새로운 기준이 될 거라는 걸 뜻합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조금 더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규제의 강도가 완화되었지만, 아마 앞으로는 조금씩 강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주주 혹은 고객 우선주의는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최고의 방법론 중 하나였는데요. 앞으로는 바뀌어 나갈 사회적 원칙에 발맞춰 기업들의 전략도 수정되어야 할 겁니다.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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