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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Dec 15. 2022

11번가는 더 과감해져야 합니다

전면전보다는 자신 있는 전장을 골라 싸워야 그나마 승산이 있습니다

아래 글은 2022년 12월 1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11번가 2.0', 뭔가 아쉽습니다


 지난 12월 7일, 11번가의 분사 이후 첫 개발자 콘퍼런스, TECH TALK 2022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11번가의 새로운 비전인, '11번가 2.0'이 공개되었는데요.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조금 아쉬웠습니다. 재도약을 위한 전략이라기엔 어디서 본 듯 익숙하고 뻔한 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년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11번가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단 11번가는 한때 단일 플랫폼으로는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올랐었던 저력 있는 곳이었고요. 비록 쿠팡과 네이버에게 추월당하긴 했지만, 여전히 3위 자리를 두고 SSG와 다투고 있을 만큼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11번가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2018년 투자를 받은 조건으로 내년까지 무조건 상장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앞선 선두그룹과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면서 성공적인 상장의 길과는 오히려 멀어지고 있었고요. 그래서 이미 지난 4월에 11번가가 상장하려면 조금 더 과감하게 지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드린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대외적으로 밝힌 11번가 1.0과 2.0 모두 정공법이긴 하나, 여전히 과감함은 결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선 1.0에서 가장 애를 쏟았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파급력이 미미하였고요. 라이브 커머스 고도화나 우주패스 멤버십 론칭도 큰 변화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언가 정량 성과가 같이 공유되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앞으로 집중할 2.0은 방향 자체는 동의되는 부분이긴 했습니다. 하형일 대표는 기존 차별화 요소인 아마존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슈팅배송이라 부르는 직매입 서비스를 확대하며, 멤버십 중심으로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동시에 데이터 기반의 신사업을 로드맵으로 제시하였는데요. 이 4가지는 커머스 플랫폼이라면 모두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영역이긴 합니다. 다만 그렇기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따라서 11번가 만의 차별화 요소라 하기에는 뭔가 애매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진취적인 안이 제시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11번가는 무언가 조심스럽구나를 느끼게 되었고요.


▶ 11번가 하형일 대표 발표 영상 보러 가기



하나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단 11번가가 직면한 가장 큰 난관은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래 사업보다는 현재의 정체된 거래액을 타개할 대책이 필요하고요. 빠르게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무언가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 특성상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보단 더 성과를 내기 쉬운 길이니까요. 그리고 결국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직매입 비즈니스 강화밖에 없습니다.


11번가는 최근 직매입 사업인 슈팅배송을 꾸준히 강화 중입니다 (출처: 11번가)


 그리고 11번가는 직매입 사업을 빠르게 확장 중에 있습니다. 슈팅배송 거래액은 이미 3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3.9배나 증가하였고요. 실제로 11번가 2.0에서도 이는 4가지 전략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11번가는 여전히 과거 강자의 기억을 다 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직매입 비즈니스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무리 11번가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쿠팡 로켓배송이 쌓아 올린 경제의 해자는 너무나도 깊습니다. 단순히 직매입 거래액 비중을 늘리는 것만으론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인데요. 따라서 집중할 카테고리를 선정하여, 거기서 만큼은 1위로 올라서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11번가에게 가장 적합한 카테고리는 어디일까요? 아무래도 11번가에겐 디지털, 가전이 훌륭한 선택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미 이번 발표에서도 애플, 삼성 등 스마트 디지털 디바이스 제조사들과의 전략적 협약도 준비 중이란 언급이 있었는데요. 미국의 베스트바이와 같은 가전 양판점이 적어도 온라인 채널엔 없는 상황입니다. 오프라인의 강자인 하이마트 등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졌기 때문인데요. 본래 전통적인 오픈마켓 플랫폼들은 가전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데다가, 아마존 직구라는 훌륭한 보완재도 11번가는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디지털, 가전 시장은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관계사인 SKT와 협력하여 스마트폰 자급제 시장만 잡아도 상장 가치를 어느 정도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11번가 내부적으로 봤을 때 더 가능성 높은 시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아쉬웠던 건, 이번 11번가 2.0 비전에는 여전히 뾰족함이 부재했다는 점입니다. 11번가는 이제 후발 주자임을 인정하고, 더 세밀한 타깃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쿠팡과 네이버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위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제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경쟁은, 3위 자리다툼이 될 겁니다. 11번가는 물론, SSG, 그리고 롯데온과 카카오까지 이를 노리는 후보군들이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요. 최근 이들의 노림수가 공개되면서 경쟁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SSG는 중복되는 채널을 정리하는 한편, 새벽배송보단 매장 기반의 쓱배송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롯데온은 기존 플랫폼은 패션과 뷰티 중심의 버티컬로 개편하고, 장보기 기능은 오카도 솔루션 기반의 신규 채널을 론칭한다고 발표하였고요. 카카오는 커머스 기능을 다시 품은 뒤, 우선은 선물하기 영역을 더욱 강화 중입니다. 혹시 이들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전면전보다는 국지전을 택해서 전장을 좁히고 있습니다. 그래야 쿠팡, 네이버와 싸울 수 있을 테니까요.


 11번가에게도 3위 막차는 소중합니다. 적어도 3위 자리는 유지해야 현재의 거래액 규모를 유지하고, 상장까지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앞서 여러 번 강조했듯이 11번가도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입니다. 11번가 2.0에서 제대로 방향은 잡았으니,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좁힐 필요가 있고요. 여기에 과감한 베팅이 이어져야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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