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희망 보입니다
아래 글은 2023년 05월 1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네이버가 2023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였습니다. 기대 이상의 깜짝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특히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은, 작년 인수한 포시마크의 성적표였습니다. 미국 플랫폼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포시마크의 거래액과 매출이 모두 성장했으며, 심지어 조정된 EBITDA 기준으로 흑자까지 기록했거든요.
사실 포시마크 인수 당시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매우 차가웠는데요. C2C 기반의 커머스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다만 네이버는 이에 대해, 인하우스 솔루션 대체를 통해 수익 개선이 가능하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한 분기 만에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연 네이버가 어떤 마법을 부렸기에,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네이버 인수 후 포시마크가 어떤 변화를 해왔는지, 추적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진 않습니다. 단지 네이버는 실적 개선을 위해 아주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했을 뿐이었습니다.
우선 네이버는 인수한 지 약 2달 만에 일부 인원을 감축하였습니다. 포시마크의 직원 수는 약 800명으로, 당시 정리 해고 규모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공개되진 않았는데요. 국내와 달리 비교적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이고, 이미 많은 테크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한 이후였기에, 국내에선 크게 화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를 통해 이번 실적 개선을 이끈 요인이 매출 증대보다는 확실히 비용 절감에 가깝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동시에 포시마크는 배송료 인상을 단행하며, 수익 개선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올해 2월 배송 비용을 7.67달러에서 7.97달러로 0.3달러 올렸는데, 상세한 설명 없이 이메일로 갑작스레 고지되어 일부 판매자들은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반면 그 사이 포시마크를 향한 특별한 관심도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는데요. 따라서 거래액과 매출 성장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다만 올해 1월 TV 광고를 포함한 캠페인을 진행했던 걸로 확인되었는데요. 이러한 요소들이 경쟁자들과의 차이를 불러왔고, 유일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이번 실적 한 번 만으로 네이버가 포시마크의 체질을 성공적으로 바꾸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빠르게 손익이 개선되었다는 점은, 확실히 네이버에게 좋은 시그널이긴 한데요. 이는 곧 일부 인력 감축과 비용 개선 만으로도 전체 손익이 움직일 정도로 비용 구조가 무겁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항시 추구해 온 에셋 라이트 모델에도 부합되는 바이기도 하고요. 더욱이 최근 포시마크는 신규 광고 상품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며, 네이버 가진 노하우를 기반으로 광고 기반의 수익모델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우려와 달리, 손익 자체는 올해 상당 부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남은 과제는 인수 시 밝힌 것처럼 20%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하는 거일 텐데요. 네이버 쇼핑 라이브 기술을 기반으로 한, 'Posh Shows'를 론칭하면서 성장 동력 확보에도 나섰습니다. 이미 라이브 쇼핑 기능은 작년 4분기부터 테스트해 보면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하고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목표 수준의 성장을 이루는 건 쉽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그렇기에 네이버는 앞으로 거래액 확대보다는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춘 활동에 보다 집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되면, 거래액보다는 수수료율을 높여 매출을 키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니까요.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대상 유료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네이버의 시도들이 1분기뿐 아니라, 그다음 분기 그리고 더 나아가 올해 내내 꾸준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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