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술적 혁신은 사람이 중심일 때 의미가 있습니다
아래 글은 2024년 01월 17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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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CEO 더그 맥밀런이 CES 2024 기조 연설자로 나섰습니다. CES는 본래 전자제품 위주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융합 전시회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러한 행사에 전통적인 리테일 기업인 월마트 CEO가 무려 기조연설을 했다는 것이 다소 어색할 순 있지만요. 알고 보면 이미 2021년에도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CEO가 참여한 바 있기에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는 이제 전통적인 리테일에서도 기술 혁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월마트가 공개한 구체적 혁신 사례들은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기사화된 바 있기 때문에, 오늘 자세히 다루진 않으려 합니다. 오히려 저는 이번 연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월마트가 밝힌 자신들의 비전이었는데요.
We are a people-led, tech-powered omnichannel retailer dedicated to helping people save money and live better.
(우리는 사람 중심의 기술 주도 옴니채널 소매업체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며 절약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전념합니다)
이러한 신념 아래 진행되는, 이들의 디지털 전환과 옴니채널 구축은 확실히 다른 회사들이 걸어온 행보와 명확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연설 내내 체감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 중심의 기술 혁신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옴니채널은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러한 월마트와 대척점에 선 곳은 아무래도 아마존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은 사실 아마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10년에 걸쳐 해온 이른바 오프라인 실험은 현재까진 실패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마존의 수많은 시행착오들은 결국 사람을 놓쳤기에 발생한 것들이었습니다.
대표작인 아마존고만 해도 그렇습니다. 작년에 런던 아마존 프레시에서 '그냥 걸어 나가기만 해도 자동으로 결제된다는 Just Walk Out 기술'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요. 혁신적인 기술 구현을 위해서 매장 고객 경험을 제한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매장 규모도, 진열 상품 구색도 타매장 대비 경쟁력이 너무 떨어졌거든요. 반면에 해당 기능이 주는 효용은 적었습니다. 애초에 도심 슈퍼마켓에선 그리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사는 물건의 수량도 많지 않아 셀프 계산대 만으로도 충분하고요. 그래서인지 결국 아마존고 확장 계획은 폐기되고 맙니다.
반면에 월마트가 공개한 스캔 앤 고(Scan & Go) 기술은 겉보기엔 그리 특별하진 않습니다. 고객이 쇼핑하는 동안 자신의 모바일 기기로 상품을 스캔하고 결제하는 것이 다인데요. 다만 샘스클럽에 적용된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였습니다. 샘스클럽은 월마트가 운영하는 코스트코 형태의 창고형 할인점 브랜드인데요. 창고형 할인점은 워낙 대량 구매를 하기에, 계산 대기 시간이 매우 깁니다. 따라서 줄을 서지 않을 수 있다면, 충분히 셀프 계산 할만한 유인이 생기지 않을까요? 고객의 필요에 맞춰 기술은 단지 보조를 할 뿐, 과도한 기능 없이도 충분히 더 나은 경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가정용 보충(In Home Replacement) 서비스'에도 비슷한 맥락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이미 2019년에 아마존은 아마존 대시라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버튼 클릭 한 번 만으로 생필품을 보충할 수 있게 한 서비스였는데요.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불편 요소들로 인해 단종되고 맙니다. 이외에도 많은 구독 상품들도 있지만요. 이들 역시 실제 필요보다는 정해진 구독 주기에 맞춰서 주문을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월마트의 새로운 서비스는 AI를 활용하여 추가적인 노력 없이 단지 장바구니에 필요하다고 예측되는 상품을 추가해 주는 보조적 역할만 수행합니다. 특히 발표자는 이를 소개하는 동안 수차례 구독과는 다르다고 언급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사람이 기술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에 맞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더불어 공급망 기술 혁신이 향후 '적응형 리테일' 구현으로 이어질 거라는 전망 또한 향후 월마트의 행보를 기대케 했는데요. 본래 월마트는 물류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그래서 고객 수요 예측을 토대로 온오프라인이 모두 연결된 물류 네트워크를 만들고요. 향후 드론 배송 등을 도입하여 배송 혁신까지 연결하겠다는 포부가 결코 빈 말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고객 관점의 기술 적용과 실질적인 경쟁력에서의 변화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월마트의 디지털 혁신을 바라보면서, 왜 월마트가 아마존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도 사람 중심의 기술 주도로 더 진화해 나갈 월마트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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