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1 인사이트 - 우리는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CES 2021 인사이트 - 커머스 편
아래 글은 2021년 01월 2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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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 IT 전시회인 CES도 코로나를 피해 갈 순 없었습니다. 올해 열린 CES 2021은 코로나를 피해 전체 일정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는데, 다행히 우려와 달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테크쇼답게 주인공은 역시 IT기업들이었는데요. 국내 기업 중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특히 주목받았고요. 그중에서도 LG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이른바 롤러블폰은 5초가량의 영상만으로 화제의 중심에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테크쇼라고 전자, IT회사만 초대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업계의 여러 리더가 초대받아 기조연설은 진행하였는데, 그중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커머스 기업의 CEO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나왔냐고요? 아닙니다. 이번에 초대받은 기업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기업, 월마트와 베스트바이였습니다.
커머스 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리더들이 던진 메시지의 핵심은 과연 우리가 코로나 이후 시대에 어떻게 생존해나갈 것인가 였습니다. 작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달 만에 2년 치 디지털 혁신이 일어났다고 평한 바 있는데요. 이렇듯 급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베스트바이와 월마트의 사례를 통해 커머스 기업, 특히 오프라인 매장 기반의 기업이 내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먼저 베스트바이는 코로나를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요? 베스트바이는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을 때, 고객이 있는 곳 어디서든 만날 수 있도록 접점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갑작스레 팬데믹이 시작되자, 베스트바이는 3가지를 보았다고 합니다. 먼저 1] 집에 갇힌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필요하다. 하지만 2] 이들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은 기존과 달라야 한다. 그래서 3] 우리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먼저 그들은 재고를 확보했습니다. 웹캠처럼 재택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의 수요가 폭증하여,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웹캠, 마이크, 홈시어터 등의 재고는 늘리고 가정용 가전기기가 아닌 제품의 재고는 줄였습니다. 또한 공급망 관리에 계획상으론 4년 치로 잡혀있던 부분을 과감하게 일거에 배팅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베스트바이는 고객이 카운터에 있든, 소파에 있든 만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결국 베스트바이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9년 대비 21%의 매출 성장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온라인이 이를 견인하였는데요. 온라인 매출은 무려 174%나 성장하였고, 전체 매출 중 차지하는 비중도 19년 15.6%에서 20년엔 35.6%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이와 같은 온라인 매출의 40%가 오프라인 매장 픽업에서 발생했다는 겁니다. 언택트 상황에서도 고객들은 여전히 배송을 기다리기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매장에서 상품을 찾아가길 원했던 겁니다.
그래서 이제 베스트바이는 오프라인 매장을 풀필먼트 거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전략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매장을 오직 풀필먼트 거점으로만 활용하자는 건 아닙니다. 삼성, 소니 등 주요 브랜드의 체험공간을 마련하는 등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체험의 가치도 매장에 더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어떤 유통 기업들에게는 짐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베스트바이는 오히려 차별화 요소로 재정의해 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베스트바이가 매장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월마트가 던진 메시지는 조금 더 CES에 어울렸습니다. 월마트가 맞이한 상황 인식도 다른 회사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회사가 요구받는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죠. 그래서 월마트는 5G, AI, 로봇을 통해 비즈니스를 혁신시켜 이러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려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월마트가 완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또 아닙니다. 월마트는 코로나 19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월마트의 철학, 가격과 공급망 관리에 집중한 EDLP(Every Day Low Price)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 말합니다. 다만 방법론이 머신러닝이나 로봇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거죠.
이를 상징하는 것으로 월마트는 지난해 9월 론칭한 유료 멤버십 월마트 플러스를 꼽았습니다. 월마트 플러스는 기존 공급망을 확장하여, 무료배송, 당일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매장 내에서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스캔&고 서비스 등도 녹였습니다. 이러한 월마트 플러스를 기반으로, 기존의 물류 역량에 더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함으로 보다 효과적인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월마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베스트바이와 월마트의 메시지, 무언가 비슷하지 않은가요?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이 꼭 나를 버리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만 있지는 않죠. 베스트바이는 고객과 만나는 매장, 월마트는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라는 본질적인 부분은 유지한 채, 혁신을 추구하여 코로나 시대에도 생존을 넘어서 성장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의 시기일수록, 급류에 무작정 휩쓸리기보다는, 반드시 지켜야 할 본질적인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