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조합, 과연 시너지 냈을까?
아래 글은 2021년 01월 2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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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신사야? 무신사, 요즘 아주 물이 올랐습니다. 작년 10월 유아인을 뮤즈로 발탁한 TV CF를 히트시키더니, 여세를 모아 11월 블랙프라이데이에선 완전 대박을 쳤었죠. 12월은 그나마 쫌 조용하게 넘어가나 싶더니, 이번에 또 한 번 사고(?)를 쳤습니다. 뭔 사고냐고요? 바로 지난 1월 11일 요기요와 역대급 콜라보 이벤트를 진행한 것입니다.
요기요? 그 배달 앱 요기요 맞습니다. 아니, 요기요와 무신사라니. 정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조합 아닌가요? 일단 둘의 만남만으로도 화제성 확실했고요. 실제 효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1월 11일 하루 일방문자 수가 직전 2주간 평균 대비 25% 이상 증가했고요. 앱 다운 수도 약 40% 정도나 늘었습니다. 효과는 최소 이틀 정도 지속된 것으로 파악되고요. 이 정도면 무신사 입장에선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열일한 무신사 마케팅팀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다면, 요기요도 웃고 있을까요? 슬프게도 요기요는 또다시 새드 엔딩을 맞이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요기요는 행사 시작한 당일 오히려 일방문자 수가 30% 정도 감소했고요. 직전 1주 대비 신규 앱 설치자 수는 반토막 났습니다. 엥 같이 콜라보로 이벤트를 했는데, 이렇게 성과가 극명하게 갈리다니요. 대체 왜 무신사는 웃었는데, 요기요는 웃지 못했을까요.
일단 먼저 판 자체가 잘못 짜인 걸로 보입니다. 배달 앱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요일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바로 주말, 그중에서도 일요일입니다. 반대로 가장 적게 들어가는 건 월요일이고요. 일단 기본적으로 월요일은 일요일 대비 7~80% 정도만 방문합니다. 요기요의 입장에선 사람이 가장 몰리지 않을 때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벌인 셈입니다.
하지만 쇼핑 앱은 다릅니다. 요일 편차가 그렇게 크지 않고요. 일반적으로 매주 월요일 행사가 바뀌기 때문에, 월요일 방문 비중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 무신사는 심지어 월요일이 제일 많이 방문하는 요일이고요. 따라서 무신사에게 월요일은 행사하기 참 좋은 날이었던 거죠. 왜 하필 월요일에 콜라보 이벤트를 시작했을지, 요기요에겐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천재지변도 한몫 거들었는데요. 행사 2일 차인, 1월 12일 예기치 않은 폭설이 내려 배달 서비스가 모두 먹통이 되어버린 겁니다. 요기요는 정말 하늘이 야속할 수밖에요. 결과적으로 요기요는 이렇게 큰 콜라보를 성사시키기도 그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둘의 만남은 결국 한쪽만 웃은 채 끝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작부터 무신사가 유리했던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요기요가 앱 방문자 수 기준으로 무신사 대비 4배 정도 큰 플랫폼이었기 때문입니다. 상호 노출했을 때, 무신사가 무조건 이득을 보는 게임이었던 거죠. 더욱이 무신사는 이러한 특가 이벤트에 매우 최적화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메인 연령대가 2030으로 젊을 뿐 아니라, 평소에도 랜덤 쿠폰, 실시간 검색어 이벤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지 신규 고객 확보뿐 아니라 기존 고객을 다시 불러오는 데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벤트 혜택으로 내건 상품도 나름 의미심장한데요. 요기요는 치킨 교환권을 걸었는데,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힛탠다드 상품을 제공했습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요기요는 마케팅 비용으로 100% 지출하는 반면, 무신사는 판매가 기준이 아니라 원가 기준으로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건 뭐 거의 봉이 김선달 수준이네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무신사의 계획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무신사는 이번 콜라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물물교환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요. 앞으로도 이러한 형태의 콜라보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거라는 거죠. 실제로 물물교환 "1탄"이라고 한 네이밍에서도 이는 잘 드러납니다. 무신사가 과연 영리한 콜라보를 또다시 성사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