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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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째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 커머스의 국내 진출 본격화. 흔히 언론에서는 이들의 대표 주자로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쉬인을 꼽으며, 알테쉬라는 약어를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다만 이들 중 유독 쉬인의 존재감은 적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던 알리, 미친듯한 성장 속도를 보여준 테무에 비해 무언가 쉬인의 활동은 소극적이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이랬던 쉬인마저 국내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올해 들어 국내 유명 SPA 브랜드에 입점을 제안하고, 알리바바처럼 에이블리 투자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쉬인의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한번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쉬인은 알리, 테무와는 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국내 주요 언론에서 알리와 테무를 다루는 기조는 살짝 변했는데요. 과거에는 이들의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다뤘다면, 요즘에는 주요 생필품 가격은 알고 보면 알리가 쿠팡보다 비싸다는 등, 중국 커머스의 한계를 지적하는 투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실제로도 알리, 테무의 위협은 어느 정도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우선 이들의 트래픽 성장이 매서웠던 건 사실이지만, 결제 금액 규모는 쿠팡, 네이버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진 상황이었고요. 더욱이 이들이 강점을 가진 카테고리는 한정적이었던지라, 장기적인 전망도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상위 플랫폼들의 입지는 앞으로도 굳건할 것이며, 분명 여파가 있겠지만 주로, 기존 중국 사입에 의존하던 셀러들에게 그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쉬인은 애초부터 버티컬 패션 플랫폼, 아니 정확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아마 당분간은 쉬인의 직접적 경쟁자는 유니클로, 탑텐, 스파오, 자라 같은 브랜드들이 될 거고요. 장기적으로도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패션 버티컬 커머스들의 자리를 노릴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패션 브랜드 혹은 버티컬 커머스의 덩치가 쿠팡, 네이버 등 종합 커머스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이러한 외부 위협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데이터만 봐도 쉬인은 이미 국내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우선 쉬인을 단일 브랜드라고 본다면, 쉬인 앱의 트래픽은 업계 1위인 유니클로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였였고요. 심지어 패션 버티컬 커머스라고 본다 하더라도, 무신사, 에이블리, 퀸잇 등 최상위 업체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쟁자들을 이미 추월하였습니다.
물론 쉬인 역시 매출액 기준으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고 보긴 어렵겠지만요. 북미 시장에서 아마존과의 거래액 격차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큰 테무와 달리, 자라와 H&M을 이미 추월한 쉬인의 저력을 생각하면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릅니다. 소형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 일부 카테고리 내에서만 경쟁력을 가졌기에 상한선이 분명한 알리, 테무와 달리, 쉬인은 패션이라는 하나의 시장 안에서는 한계 없이 점유율을 늘려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쉬인은 프리미엄 라인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쉬인X 프로젝트를 통해 유망한 디자이너들을 섭외하여 이미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고요. 따라서 아예 포지션이 완전히 다른 럭셔리 브랜드라면 모를까,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까지는 쉬인의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분명 국내 패션 업계는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도약의 기회를 잡은 상황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고요. 무신사는 물론 신세계, 현대백화점 같은 전통 리테일 기업들까지 이들의 손을 잡고 거대한 패션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막강한 자본력과 엄청난 생산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메기' 쉬인이 등장한다면, 시장은 매우 크게 흔들리게 될 겁니다. 특히 쉬인은 북미에서 이제는 단일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마켓 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기에 위험성이 더욱 큰데요. 근래 들어 쉬인은 포에버21 같은 대형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적극적인 브랜드 유치에 나섰습니다. 유력 국내 SPA 브랜드 입점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일이고요. 이들이 브랜드를 넘어서 이처럼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면, 에이블리, 지그재그는 물론 무신사도 안심할 수는 없을 겁니다. 특히 아예 국내 패션 생태계 전체가 위험해질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기획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자본과 생산 인프라에 더해 판매 채널까지 쉬인에 의존한다면, 결국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넷플릭스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는데요. 국내 콘텐츠 제작 업계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고, 그 덕에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서, 넷플릭스를 통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만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요. 날이 갈수록 이러한 종속 관계는 계속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패션업계는 이를 잘 반면교사 삼아 쉬인과의 관계를 잘 맺어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좋은 파트너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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