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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un 11. 2024

무신사가 엠프티로 꿈꾸는 것은?

패션 격전지 압구정에 무신사 합류, 성공적인 실험이 되기 위한 과제는?

이 글은 패션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컨퍼런스&미디어 플랫폼 [디토앤디토]에 기고한 글입니다



 무신사가 편집샵 엠프티의 2번째 매장을 압구정에 선보였습니다. 엠프티는 무신사의 브랜드 비즈니스 자회사인 무신사트레이딩에서 운영하는 편집샵인데요. 지난 2022년 9월 성수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뒤이어 온라인까지 론칭하였고, 이번에는 압구정으로 그 무대를 옮겨 2호점, 엠프티 압구정 베이스먼트를 선보인 겁니다.


지하이긴 했지만 350평에 달하는 공간 자체는 상당히 압도적이었습니다 ⓒ직접 촬영


 국내 패션 업계의 가장 큰 손 중 하나가 된 무신사의 행보는 아무래도 업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새로운 매장 오픈 소식에 담긴 무신사의 전략과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패션 업계의 흐름에 대해 한번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신사가 성수에서 압구정으로 향한 까닭은


 엠프티 2호점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만 한 포인트는 바로 '압구정'이라는 위치입니다. 그간 무신사의 오프라인 공간들은 주로 성수와 홍대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홍대는 국내 스트리트 패션의 산실이자, 무신사의 뿌리를 상징한다면, 성수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모든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더욱이 현재 무신사는 성수를 무신사 타운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다양한 공간들을 이곳에 밀집시키고 있기도 하고요.


 이렇듯 하나의 지역, 더 나아가 도시를 자신들의 무대로 뒤바꾸려 하면서 대대적으로 부동산 개발에 투자하는 건, 거대한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 LVMH는 뉴욕, LA, 런던, 파리의 오래된 쇼핑센터, 호텔, 창고 등을 매입하여 하나의 거대한 럭셔리 도시를 만들려 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브랜딩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임대료는 아끼고, 장기적으로 자산은 늘어나는 실리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무신사가 최근 성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같은 결의 일이라 볼 수 있고요.


 그렇다면 무신사는 왜 성수에 이어 압구정으로 향한 걸까요? 그 이유는 압구정 인근이 패션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압구정은 오프너, 웍스아웃, 에딕티드 등 이미 예전부터 국내외 주요 브랜드들을 취급하는 유명 편집숍들이 여럿 자리 잡고 있는 지역입니다. 더욱이 소득 수준도 타 지역 대비 매우 높고요. 이처럼 이미 패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들이 많이 만날 수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노아시티하우스를 비롯하여 주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매장들이 압구정으로 모였습니다 ⓒ무신사트레이딩


 이를 바탕으로 최근 압구정동은 가로수길을 급속도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높은 임대료로 대형 브랜드들마저 가로수길을 떠나면서, 압구정이 새로운 대체재가 되어 버린 건데요. 압구정 로데오 상권은 오랜 침체를 겪어 왔던 터라, 공실보다 낮은 임대료를 선택하는 건물주가 늘어나면서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매장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슈프림’, ‘노아’, ‘팔라스’, ‘스투시’ 등 4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1호점의 위치로 이곳을 낙점한 것이 결정적이었는데요. 이중 노아의 경우, 무신사트레이딩이 들여온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직은 성수에 비해선 무신사 타운이라 부르기엔 부족하나, 점차 압구정 내에서도 무신사의 존재감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거죠.


 무신사 관계자는 당장은 추가적인 부동산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밝히긴 했는데요. 아마 성수에 일종의 무신사 타운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실제 효과를 거둔다면 그 다음 타깃은 압구정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 무신사뿐 아니라 다른 패션 리테일러들과 브랜드들 역시 압구정을 주목할 수밖에 없을 거고요.



무신사는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다만 무신사가 이곳 압구정을 택한 건 보다 실리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현재 엠프티 압구정 베이스먼트가 위치한 공간은 무신사가 법인을 설립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자리 잡았던 사무실로 10년 동안 본사 소재지였으며 바로 직전까지는 무신사 포토 스튜디오로 운영되었습니다. 무신사 입장에선 이미 보유하고 있던 공간인만큼 많은 비용 투자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었던 셈이죠. 이러한 헤리티지는 공간 설계에도 일부 녹아 있었는데요. 기존 사무실 회의 공간을 그대로 브랜드 숍인숍 형태로 꾸민 인테리어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 회의실 공간을 그대로 살린 공간 설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접 촬영


 그리고 실제로 여기까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무신사의 첫 사무실에 다른 것도 아닌 엠프티가 자리 잡게 된 것은 다른 의미로 매우 의미심장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무신사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 소식을 전하던 커뮤니티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하지만 조 단위를 넘어가는 거대한 패션 온라인 스토어가 된 지금은 이러한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었습니다. 트렌디하기보다 대중적인 플랫폼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오히려 많습니다. 이는 곧 무신사를 이용하는 것이 더 이상 힙해 보이지 않다는 것을 뜻하고요.


그런데 이는 패션이라는 업 특성상 매우 치명적인 일입니다. 늘 유행을 선도하는 곳이어야, 고객들이 계속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잃어버린다면, 언젠가는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고요. 그리고 엠프티는 이러한 무신사가 잃어버린 힙함을 보완해 주는 곳입니다. 초창기 무신사가 그랬듯이 아직 국내에 정보가 부족한 브랜드 소식을 알리는 것은 물론, 아예 이들 상품을 소싱하여 선보이기까지 하고요. 무난함보다는 실험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힙함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엠프티를 만들어 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엠프티 압구정 베이스먼트는 일반적인 매장보다는 거대한 전시관, 박물관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무신사트레이딩


 더욱이 엠프티는 기존 무신사 스토어나 다른 브랜드 지원 프로그램들과의 연계가 눈에 띈다는 점에서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요. 이미 무신사 스토어에서도 튼튼한 입지를 지닌 앤더슨 벨, 그레일즈, 오호스 같은 브랜드들이 엠프티에서 만나볼 수도 있고요. 반대로 엠프티를 통해 소개된 브랜드가 무신사 스토어로 입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신사 패션 장학생이 만든 브랜드가 엠프티에 입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문턱은 낮추고 접근성은 높였습니다


 특히 이번 엠프티 압구정베이스먼트에선 기존 무신사 스토어와 엠프티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무신사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기존 성수점이 해외 브랜드 비중이 70%였다면, 압구정점에서는 이를 60%를 줄이는 등 보다 합리적인 브랜드를 보여주려고 노력한 건데요. 성수에 입점했던 브랜드들이 감도가 강하고 가격도 고가이다 보니, 아무래도 현재의 무신사 스토어 고객들과 거리가 상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압구정은 확실히 조금은 더 대중적인 라인업과 시즌오프 상품들을 잘 믹스해 이러한 부분을 일부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또한 이러한 가격대뿐 아니라, 물리적인 거리를 단축시킨 것도 강조하였는데요. 기존 성수점의 주요 고객 중 하나가 스타일리스트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매력적인 상품을 한데 모아 볼 수 있어 엠프티를 선호하였고요. 엠프티 입장에선 당연히 자신들이 가져온 브랜드를 파급력 높은 유명인들을 통해 알릴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를 보고 브랜드가 유명해지면서 뜨는 경우도 많았고요. 덕분에 성수점은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떠오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만 성수라는 위치가 스타일리스트들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아니라,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압구정 매장을 통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정말로 성공적인 실험으로 남으려면


 다만 아직 엠프티는 아직은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긴 합니다. 유의미한 비즈니스라 보기에는, 매출은 물론이고, 아직은 엠프티의 인지도 또한 그리 높다고 볼 수 없고요. 따라서 앞서 언급했던, 무신사 생태계 내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존재감을 더욱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오픈 초기이긴 하지만 아직은 매장이 다소 한산해 보이긴 했습니다 ⓒ직접 촬영


그런 면에서 이번 압구정 매장 기획 및 공간 설계 측면에서 살짝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무신사 초기 사무실 공간이다 보니, 성수점처럼 눈에 띄는 위치가 아니라, 입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장이 숨어 있다는 점은 안타까웠습니다. 미디어 데이 때 방문하고, 주말 피크 타임에 한번 더 매장을 방문해 보았는데요. 당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이긴 했지만, 확실히 성수점에 비해선 한산한 느낌이 났습니다. 애초에 대중적인 외연을 조금 더 넓히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 만큼 아예 이를 보조할 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니면 차라리 성수점이 대중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맡고, 압구정점에 더 실험적인 브랜드를 배치하는 것이 상권 특성상 맞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건, 무신사는 딱 필요한 시점에 엠프티라는 브랜드를 통해 더욱 단단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압구정에 노아 시티하우스, 엠프티 매장 등을 연이어 오픈하며, 성수에 이은 제2 거점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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