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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ul 28. 2024

주말랭이는 경험을 파는 상점을 키우고 있어요

세상에 없던 경험을 파는 상점을 만들기까지

아래 글은 2024년 07월 2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아래 글은 주말랭이 황엄지 대표님 인터뷰와 책 「찐팬이 키운 주말랭이」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주말랭이, 매주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6만 2천 명의 열렬한 팬덤, '랭랭이'를 보유한 뉴스레터 브랜드입니다. 구독자 수도 많지만 무엇보다 주말랭이는 찐팬이 많은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여전히 40%가 넘는 오픈율을 기록 중이며, 그중 1년간 모든 뉴스레터를 오픈한 열혈 구독자 '찐랭이'가 무려 1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까요. 이처럼 주말랭이는 강력한 브랜드 애착을 지닌 팬덤 고객을 보유한 대표적인 컬트 브랜드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팬들 덕분에 직장인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던 주말랭이는 이제는 어엿한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거듭났고요.


 그런데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수익화라는 커다란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주말랭이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이들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택한 것은 다름 아닌 커머스였습니다. 다만 컬트 브랜드의 사업 확장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팬덤이 탄탄한 만큼, 이들이 돌아선다면 입을 타격 또한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업화 이후 주말랭이는 무려 6개월이나 어떤 수익 모델을 선택할지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고심 끝에 그들이 내린 답이 바로 '일상이 리프레시되는 경험을 파는 곳', 경험상점이었습니다. 다만 경험을 판매한다는 개념부터가 낯설었고, 딱 맞는 레퍼런스도 사실상 없었는데요. 그렇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경험을 파는 상점'을 과연 주말랭이는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을까요? 오늘은 뉴스레터 주말랭이의 경험상점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구독자의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경험상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아보려면, 먼저 주말랭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주말랭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주체적으로 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인 주말을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말에 뭐 하지?'라는 질문에 만족스러운 대답을 찾기 어려운 순간, 주말랭이가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으려 한 건데요.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닌, 제대로 된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구독자들을 직접 만나기 시작한 주말랭이 팀은 콘텐츠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정말 많은 구독자분들을 만나봤어요. 우리의 미션은 사람들의 주말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는데, 뉴스레터를 보긴 하지만 실제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12개의 장소를 소개했지만, 그조차도 많다고 느끼셨죠. 그때 깨달았어요. 콘텐츠만으로는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구나. 그래서 2주에 딱 하나씩 정말 좋은 곳을 소개하고 결제까지 이끌어낸다면, 이분들도 정말 가보고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주말랭이 황엄지 대표)


경험상점은 주말랭이가 가진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주말랭이가 이러한 가설에 확신을 얻게 된 계기는 하나 더 있었습니다. 1년간의 모든 레터를 읽은 '찐랭이들'에게 별도의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참여한 이들 대부분이 지금은 '집콕' 중이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주말랭이를 만나 더 좋은 주말을 꿈꾸게 되었지만,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콘텐츠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면, 구독자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수익화에 대한 주말랭이의 고민도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뉴스레터로만 회사를 이끌어 가기엔 불안했어요. 그래서 독립 후 첫 과제가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죠. 다만 이게 전부였다면 경험상점을 하진 않았을 거예요.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구독자와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벌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경험상점을 선택했습니다."

(주말랭이 황엄지 대표)


 많은 브랜드와 기업들이 고객의 문제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하는 곳은 드뭅니다. 그런데 주말랭이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겁니다. 컬트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콘텐츠에서 커머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던 건데요. 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구독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서비스의 이름을 '경험상점'이라고 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섭니다.



진정성에 데이터를 더했습니다


 이렇게 커머스 사업 진출을 선언하긴 했지만, 막상 주말랭이 팀 내부엔 커머스 경력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대표가 오프라인 예약 서비스 기획 경험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9월에 경험상점을 열기로 결정하고 불과 두 달 후인 11월에 첫 상품이 올라왔으니 추진력 하나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장 중요했을 첫 파트너는 을지로에 위치한 LP바, 인현골방이었습니다. 11월은 왠지 혼술을 하고 싶은 시기로, 단지 술만 마시러 바를 가는 것보단 경험을 하고 싶을 거라 생각해 선택한 장소였다고 하는데요. 평소에도 예약이 쉽지 않은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업 경험 하나 없던 주말랭이 팀이 이곳을 섭외할 수 있었던 건, 수년간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쌓아온 진정성 덕분이었습니다.


"인현골방을 뉴스레터에서 여러 번 소개했기 때문에, 사장님이 저희에게 호의적인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예약을 닫아두고, 검증되지 않은 저희에게 맡긴다는 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고 수수료도 받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놀랍게도 사장님이 한 큐에 수락하셨어요. 오히려 저희가 놀라 이유를 여쭤보니, '의리지'라고 대답하시는데 그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주말랭이 황엄지 대표)


 이렇게 예상외로 손쉽게(?) 성사된 첫 번째 상품은 완전히 매진되며 성공적으로 끝났고, 경험상점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상품들이 매진이 되고 있고, 평균 별점도 4.9점으로 거의 만점에 가깝습니다. 인바운드만으로도 올해 가을까지 이미 파트너 분들이 다 차 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경험상점, 들여다보면 볼수록 특이합니다. 일단 할인을 지양하고요. 오히려 더 멋진 상품 구성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는 걸 적극 유도합니다. 이미 매력적인 경험들이라서, 억지로 매출을 더 늘릴 필요가 적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경험상점은 파트너들의 판매를 돕기보다는 이들이 자신의 스토리를 정리하고 브랜딩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경험상점 판매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요.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좋은 경험들을 발굴하고 소개할 수 있는 건, 그간 뉴스레터 주말랭이로 쌓아온 데이터 덕분이었습니다. 뉴스레터에 소개되는 장소들마다 태깅을 하고, 별도의 페르소나를 부여하여 누가 클릭했는지, 얼마나 클릭을 했는지를 꼼꼼히 분석하고 관리한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최신 여가 트렌드와 선호 장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250여 명에 달하는 객원 에디터들이 계속 새로운 경험을 찾아오고 내부에 축적시키다 보니, 양질의 경험을 팔 수 있게 된 것이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성장합니다

  

 이와 같이 주말랭이가 경험상점을 만들고 키워가는 과정을 보며 놀란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커머스를 하기로 결심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서비스를 론칭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무려 1년 간의 베타 테스트 기간을 가지며, 올해 9월까지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최대한 많이 하기로 정했다는 점입니다.


 보통 스타트업이나 커머스 서비스라면, MVP를 기반으로 테스트가 끝나고 가설이 검증되었다면 빠른 성장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초창기 고객에게 사랑받던 가치를 잃고, 강점이 희석되며 빠르게 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주말랭이는 매출 성장은 더딜 수 있지만, 천천히 다져가면서 더욱 건실하게 성장하는 길을 택한 겁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파트너와 고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확실하게 정립해 가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파트너들에게는 브랜딩의 기회 및 이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와 스토리를 제공하고요. 고객들에게는 단지 판매하는 경험뿐 아니라 그 앞뒤의 주말까지도 온전히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경험 장소 주변 동네의 코스를 짜서 콘텐츠로 만들어 구매자들에게 보내준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이러한 비효율적인 노력 덕분에 협업을 원하는 파트너와 고객이 계속 몰려들 수밖에 없었던 거죠.


주말랭이의 비전은 경험상점 서비스 곳곳에 녹여져 있습니다


 또한, 수익에 대한 큰 욕심을 부리지 않기에, 현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최적의 경험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공간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걸 넘어서 진정한 경험을 만들고 팔고 있는데요. 공간에 국한되면 한계가 있고, 경쟁자들도 만나게 되지만, 세상에 없던 경험을 만들고 판매하다 보니, 경험상점은 정말로 유니크한 커머스 서비스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현재는 베타 기간이라 비교적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요. 이렇게 탄탄히 서비스의 기초 체력을 쌓고, 이후 본격적으로 확장하게 되면 더 다양한 체계를 만들어, 본래 목적이었던 안정적인 수익 기반 마련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잘하는 거에 더 집중합니다


 이렇듯 여러 실험 끝에 경험상점이 더욱 집중하기로 결정한 영역은, 새로운 경험을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판매하는 일입니다. 일반적인 커머스에 빗대자면, 일종의 PB상품을 만드는 거라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첫 경험이, '오늘은 초보지만 내일은 나도 러너'였습니다. 룰루레몬 앰배서더인 지인과 함께 만든 원데이 클래스였는데, 이는 오픈 하루 만에 완판이 되었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수없이 듣고 확인했던 구독자들의 필요를 정확히 저격한 건데요. 이후에도 '나를 닮은 고유한 정원 만들기'처럼 계속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간 이용권 판매보다는 경험 그 자체를 기획하는 것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 합니다.


물론 경험상점이 우리가 경험을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아닙니다. 여행 상품을 파는 마이리얼트립이나, 액티비티를 파는 프립, 소셜링을 제공하는 넷플연가 등은 모두 경험상점의 강력한 라이벌입니다. 하지만 경험상점은 이들에겐 없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무엇보다 경험상점은 주말랭이가 쌓아온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에요. 그동안의 다른 커머스들은 상품은 많이 가지고 있지만, 단지 나열되어 있을 뿐 맥락을 주는 것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경험은 의식주와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굳이 내가 돈을 내고 해야 하는 맥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콘텐츠라 할 수 있고요."

(주말랭이 황엄지 대표)


 이처럼 주말랭이 뉴스레터는 경험상점에 관심 있는 트래픽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경험을 발굴하고 기획할 때, 구독자들을 통해 수요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아 시너지를 냅니다. 경험상점이 자신들 만이 가진 특별한 경험 콘텐츠, 일종의 PB상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뉴스레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획하고, 이들을 원할 것 같은 페르소나들을 가지고 검증할 수 있으며, 또한 영업에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경험상점을 보면서, 29CM가 떠올랐습니다.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우리가 이 물건을 사야 한다는 맥락을 제공한다는 측면에 유사했기 때문인데요. 그리고 경험상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좋은 경험을 제안하는 걸 넘어서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말만 바라보고 달려갑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주말랭이와 경험상점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일단 경험상점은 올해 9월까지의 베타 기간이 끝나면, 제안하고 판매하는 경험의 범위를 대폭 늘릴 예정입니다. 2주에 하나씩 오픈하는 것 이외에도 상시로 예약 가능한 경험 풀을 확보한다고 하고요. 누가 와도 좋은 경험을 제안하고, 직접 기획할 수 있도록 내부 업무 프로세스도 정비할 것입니다. 또한 웹 고도화와 앱 개발도 준비 중이라 합니다.


하반기부터는 주말랭이의 외국어 버전도 공개할 계획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즐기는 것에 대한 수요가 높고, 메일링 자체는 오히려 해외에서 더 친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금방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데요. 이후에는 각 국가마다 별도의 로컬 메일을 만들어 주말을 잘 보내는 법을 글로벌 전역으로 알리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처럼 주말랭이가 주말이라는 가치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다면, 경험상점 이외에도 더 많은 비즈니스로 확장할 수 있을 거고요. 가장 먼저 탄생한 경험상점 역시, 기존에 없던 좋은 서비스로 거듭나기를 바라봅니다.



☞ 오늘은 주로 주말랭이의 여러 사업 중에서도 경험상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드렸는데요. 정말 체계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기에, 주말랭이 뉴스레터를 성장시킨 스토리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찐팬이 키운 브랜드 주말랭이」를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이 글은 출판사 리드앤두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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