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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Aug 09. 2024

올리브영이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법

옴니 채널 기반으로 글로벌 몰을 키우고, PB를 앞세워 해외로 나갑니다

이 글은 패션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컨퍼런스&미디어 플랫폼 [디토앤디토]에 기고한 글입니다



 'K-뷰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 특히 중국 시장에서 전성기를 누린 바 있었습니다. 설화수를 앞세운 아모레퍼시픽과 후를 대표로 하는 LG생활건강은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었고요. 그러나 2017년 사드 사태로 인한 한한령과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 화장품은 큰 위기를 맞이합니다. 중국인들의 선호는 자국 브랜드로 옮겨갔고, 그나마 잘 버틴 미국과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애매한 포지션에 있던 한국 브랜드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겁니다.


조선미녀는 국내보다 글로벌을 우선 공략하여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아마존


 하지만 최근 국내 뷰티 브랜드들의 움직임은 다소 다릅니다. 우선 시장이 중국에서 북미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역시 기존 대기업에서 인디 브랜드로 옮겨갔습니다.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 크레이버(스킨천사) 등 이름도 낯선 기업과 브랜드들이 아마존에서 판매량 상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디 브랜드들의 성공 기반을 만든 것은 올리브영입니다. 작년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입점 브랜드의 절반이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였습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로 대표되는 ODM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 시장 특성상, 기획력만 있으면 새로운 상품을 내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에 올리브영이라는 거대한 기회의 땅이 존재하니 계속 새로운 성공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잘 나가는 올리브영도 최근 고민이 생겼습니다. 작년 매출이 3조 8,6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1%나 성장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로 나가려 해도 리테일로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어 걸림돌이 되었고요. 실제로 올리브영의 과거 해외 진출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죠. 올리브영은 작년을 기점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절치부심했을 올리브영의 글로벌 확장 전략은 무엇일지, 오늘 한번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글로벌 몰도 오프라인부터 시작합니다


 현재의 올리브영을 만든 1등 공신 중 하나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었습니다. 많은 경쟁자들이 코로나19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이, 올리브영은 오히려 온라인 비중을 늘리며 더 큰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리테일 중 거의 유일하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사례로, 이들의 비결은 그 누구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적절히 활용한 데 있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역시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입니다. 매장을 거점으로 한 퀵커머스를 성공시켜, 그들만의 차별화된 영역을 확보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칭찬할 만한 점은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포인트 적립 및 사용, 상품평 등을 통합하여 고객이 온오프라인 매장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만들었고, 특히 '오늘드림 픽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매장 고객이 앱에 가입하고 이용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프로모션도 더해졌고요.


 그리고 올리브영은 이번에도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해외 진출의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관광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일부 올리브영 매장에서 외국인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리브영 명동타운점 고객의 80%가 외국인이라고 하는데요. 올해 1분기만 해도 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0% 증가했다고 합니다.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SNS 인기 매대와 기프트 키오스크 ⓒ리테일톡


 이에 올리브영은 지난해 글로벌 전담 조직을 구성하여, 외국인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 글로벌 관광 상권 매장 60여 개를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올리브영이 영리했던 점은, 단지 매장을 외국인이 쇼핑하기 쉽게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이곳을 글로벌 몰의 고객을 확보하는 채널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올리브영은 이미 2019년 글로벌 몰을 론칭하고,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150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연평균 80% 이상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그간 국내에서는 올리브영의 인지도가 높지만, 해외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고전하는 측면도 있었을 텐데요. 그러나 국내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을 올리브영 글로벌 몰에 신규 가입시켜 이들을 성장의 마중물로 활용하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로 명동타운점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기프트 키오스크가 하루 800여 명이 글로벌 몰에 가입할 정도로 효과가 좋아 다른 매장으로도 확대하고 있다고 하고요.


 이처럼 올리브영 매장이 관광지로 주목받는 것은 앞서 언급한 K-뷰티가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면서 외국인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통해 매장 매출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추후 글로벌 몰의 고객으로 만들어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전략은 과거 올리브영의 디지털 전환 때도 증명된 바 있는 효과적인 접근법이라,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PB 브랜드로 새로운 기회를 잡아갑니다


 지난 5월 올리브영은 기업 설명회에서 크게 두 가지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온오프라인 매장 연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몰 성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바로 PB(자체 브랜드) 브랜드 육성이었습니다. 올리브영은 다양한 PB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바이오힐보(기초 화장품), 웨이크메이크(색조 화장품), 필리밀리(미용 소품) 등을 라쿠텐, 큐텐 재팬, 아마존 등 해외 플랫폼에서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올리브영이 리테일 기업으로서 직접 해외에 진출하기보다는 PB 브랜드를 통한 우회 전략을 택한 것은 과거 실패의 경험 때문입니다. 2010년대 초반 중국 오프라인 진출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하며 실패로 끝났고, 2018년 미국 진출은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렇다고 온라인에만 올인하는 것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글로벌 몰로 가능성을 타진 중이지만, 단기간 내에 해외 플랫폼과 직접 경쟁할 정도로 성장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한 건데요. 대신, 국내 시장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브랜드 사업자로 나서는 것이 승산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케이콘 재팬 올리브영 부스가 관람객으로 붐비고 있습니다 ⓒCJ올리브영


 특히 올리브영은 K-뷰티 트렌드의 발판이 된 K-컬처 붐을 제대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에 109평 규모의 부스로 참여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자체 색조 브랜드는 물론, 국내 점포에 입점한 다양한 중소 뷰티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렸습니다. 이러한 노력들 덕분인지, 올리브영 PB의 일본 매출은 지난 4년간 연평균 125% 성장했다고 하니, 확실히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같은 듯 다른 뷰티와 패션의 해외 진출 전략


 올리브영의 해외 진출 행보를 보다 보면 무신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무신사와 올리브영은 각각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이후 옴니채널을 지향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인디 브랜드들을 포괄하는 생태계를 지향하며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플랫폼보다는 브랜드 사업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고요.


 하지만 구체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보다는 파트너 브랜드를 밀어주는데 더 집중하는 반면, 올리브영은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보다는 자체 브랜드를 우선시합니다. 이는 패션과 뷰티 시장의 특성 차이에서 기인하는데요. K-뷰티는 중저가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강점도 기능성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국내 ODM 인프라가 이들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지원하고 있고요. 더군다나 이들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한 숏폼 마케팅 덕을 많이 보고 있으며, 주력 판매 채널 역시 아마존, 라쿠텐 등 마켓 플레이스들입니다. 따라서 중소 브랜드들은 올리브영의 지원 없이도 충분히 해외 시장에 진출할 만합니다. 장기적인 브랜딩의 필요성이 비교적 적고, 마켓 플레이스 입점이나 판매 등도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리브영의 대표적인 자체 브랜드 바이오힐보 ⓒCJ올리브영


 반면, 인디 패션 브랜드는 오로지 브랜딩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이미 국내 동대문 인프라로는 중국이나 동남아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데요. 따라서 뚜렷한 정체성을 강조하고, 뷰티보단 상대적으로 고가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더욱이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아마존 등 플랫폼을 직접 활용하기 어렵고요. 현지 브랜딩을 위한 지원 또한  필수적입니다. 무신사는 이러한 필요를 잘 공략하여 파트너 브랜드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거고요. 올리브영 역시 내심 PB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디 브랜드들을 하나로 묶어 해외 확장을 원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야 글로벌 몰을 더욱 성장시키고, 국내 시장에서의 장악력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산과 브랜딩을 모두 중소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소화 가능한 상황에서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올리브영의 해외 진출은 현재까지 상당히 성공적입니다. 옴니채널이나 PB 브랜드를 앞세운 전략도 합리적이고, 성장 속도도 빠릅니다. 다만, 이러한 방법으로 4조 원 규모의 올리브영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칠 만한 스케일을 만들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특히, 온라인 몰을 유의미한 수준까지 성장시키는 것은 해외 물류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가능하더라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향후 올리브영의 글로벌 성공 여부는 PB 브랜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국내에서 차근차근 키운 후, 체급을 키운 채 해외로 나가는 것도 옵션이긴 하지만, 이는 독과점 논란 등으로 어려울 겁니다. 그렇기에 차라리 조선미녀나 스킨천사처럼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신규 브랜드를 여러 개 론칭하여 계속 시도하는 것이 적합해 보이는데요. 그간 올리브영의 성공을 만들어낸 것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 성공을 장담할 순 없을 겁니다. 과연 리테일 기업 올리브영이 브랜드 사업자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며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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