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프렌즈샵 온라인 스토어를 파헤쳐 보자-
여기 한 온라인 쇼핑몰이 있다. 무언가 커머스보다는 SNS, 특히 인스타그램의 향기가 나는 그곳. 쇼핑몰에 상품보다 콘텐츠가 더 먼저 반겨주는 곳, 상품 카테고리가 아닌 캐릭터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곳, 카카오 프렌즈샵이 오늘 집중 탐구해볼 곳이다.
카카오 프렌즈샵은 지난해 11월 25일 커뮤니티 스토어 공간으로 리뉴얼하여 새롭게 오픈하였다. 그 전에는 이 곳도 여느 쇼핑몰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상품을 '잘' 팔기 위해 설계된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흔히 봐오던 온라인 스토어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큰 배너가 전면에 있고, 클릭하면 보통 '기획전'이라는 콘텐츠로 넘어간다. 기획전 안에는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고 말이다. 즉 MD가 팔릴만한 상품들을 나름의 관점으로 이것저것 모아놓은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흔히 봐오던, 쇼핑몰과 쇼핑몰의 콘텐츠였다.
하지만 카카오 프렌즈샵 온라인 스토어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스토어에 접속하자마자 보이는 풍경 자체가 낯설다. 이게 무슨 쇼핑몰인가 싶은 독특한 UI가 우리를 반긴다. 아니 정확히는 익숙한 화면이기도 하다. SNS,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의 화면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상단을 보면 3가지 탭으로 나눠져 있는데, 인스타그램처럼 보이는 곳은 오늘 탭에 해당된다. 탭은 오늘 탭 말고도, 신규, 인기, 마이까지 총 4가지가 존재하며, 왼쪽 햄버거 메뉴를 누르면, 주문 내역 등과 카테고리 선택이 가능한 구조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오늘 탭은 아주 인스타그램과 똑 닮았다. 여기에서,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마다 별도의 계정이 있고, 각기 게시물을 올라간다. 우리가 직접 계정을 만들어, 게시글을 올리지 못할 뿐 나머지는 사실상 보통의 SNS와 완전히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는 올려진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를 수도 있고,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커뮤니티 공간과 동일한 형태인 것이다.
다만 여기서 놀라운 점은 고객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좋아요는 최소 수백 개에서 많게는 천여 개, 댓글도 수십 개에서 수백 개가 달려있다. 일반적인 쇼핑몰에서 보기 어려운 광경 아닌가? 인기글 중 하나인 요즘 대세 춘식이 굿즈 출시 글을 한번 눌러보자. 우리가 스타의 SNS 계정에서 자주 보던 팬심을 표현한 댓글부터, 일반적인 쇼핑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재입고 요청 댓글까지.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재입고 일정이나 문의 등을 댓글로 서로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어엿한 커뮤니티가 되어버린 셈이다.
물론 이곳의 본질은 스토어이다. 그래서일까? 오늘 탭이 커뮤니티를 상징한다면, 신규 탭은 우리에게 익숙한 쇼핑몰의 모습을 띄고 있다. 큼지막한 배너를 누르면, 우리에게 익숙한 기획전으로 넘어간다. 아래에는 상품 리스트가 또한 쭉 펼쳐져 있다. 다만 확실히 힘을 뺀 느낌은 확실히 든다. 콘텐츠 수도 앞서 오늘 탭에 비하면 적고 말이다. 상품 자체도, 물론 전체 상품 수가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정확하게 신상품을 소개하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 보일뿐. 신상품을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역시 굿즈란 스테디셀러보단 한정판이 인기를 끌기 마련이기에, 이러한 특성에 맞춘 설계로 보여진다.
그리고 인기 탭은 커머스와 SNS의 혼종과 같은 느낌이다. 기능적으로는 쇼핑몰의 베스트 메뉴처럼 인기 상품을 따로 큐레이션 하여 노출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지만, 비주얼적인 측면은 이거 완전히 또 인스타그램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보여주는 형태가 이건 뭐 베꼈다고 해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이다. 여기서 정말 특이한 점은 판매나 인기의 순위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상품명은 물론, 가격도 없이 오로지 이미지로만 노출된다는 점도 보통 쇼핑몰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역시 캐릭터 상품이라는 점 덕분에 이렇게 신박한 기획이 가능하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다만 마이 탭이나 햄버거 메뉴는 일반적인 쇼핑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여기서도 독특한 점이 2개 정도 보였는데, 우선 마이 탭의 [내 활동]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본 상품은 요새 웬만한 쇼핑몰에는 다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내 활동] 메뉴는 내가 한 좋아요, 남긴 댓글 등의 정보가 남는다는 점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기능에 가까웠다.
또한 카테고리에서는 캐릭터 별로 노출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포인트! 캐릭터를 누르면 해당 캐릭터의 굿즈만 노출이 되며, 여기선 판매량 순 등 일반적인 필터가 적용된다. 이러한 부분은 검색 결과 창에서도 동일한 구조로 나오는데, 캐릭터 콘텐츠가 궁금해서 찾아온 비목적성 고객과 특정한 아이템 혹은 캐릭터를 찾아온 목적성 고객 별로 적합한 UX를 제공하고자 하는 고민의 산물 같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숨겨진 포인트는 글로벌. 영문 페이지를 제공한다는 점. 추가로 검색 결과 등에서도 해외 배송 가능 상품만 따로 볼 수 있는데, 카카오프렌즈가 엄연히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캐릭터라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거 보면 정말 아이돌 그룹의 굿즈샵이라고 해도, 뭐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커뮤니티 커머스, 어떻게 운영할까? 대체 왜 스토어도, 커뮤니티도 아닌 이 요상한 곳은 오픈한 지 1달 넘게 붐비고 있는 것일까? 스토어든, 커뮤니티든 성공하려면 우선 트래픽이 모여야 한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트래픽이 모이려면, 1) 양질의 콘텐츠와 2) 적극성을 가진 시드 유저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통은 이 둘을 만들지 못해 대부분은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카카오 프렌즈샵은 달랐다. 이들은 콘텐츠 만드는 데 도사이면서, 열렬한 코어 팬들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프렌즈샵 오늘 탭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의 상당수는 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 계정에서 올린 내용과 동일하다. 물론 완전히 똑같이 만드는 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적합한 형태인 인스타툰은 거기서만 볼 수 있고, 반대로 스토어에서만 볼 수 있는 게시물이나 이미지도 있다. 또한 설사 같은 게시물이라도 사이즈와 같은 형태는 플랫폼에 맞춰 변형한다. 더욱이 SNS 계정에는 없는 기능을 활용하여 배경 이미지 등의 작지만 소중한 혜택을 주는 것은 덤이다.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콘텐츠로 차별화시킨다면 초기 유저는 어떻게 확보하냐고? 우선 당연히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 카카오톡채널 메시지 등으로 꾸준히 고객을 유입시킨다. 아까 말한 배경화면 등 다양한 유인을 가지고 끊임 없이 유저를 스토어로 이동시킨다. 또한 춘식이 굿즈처럼 빅 이벤트가 있으면 단독 론칭을 통해 한번에 확 유저를 당기기도 한다. 이처럼 콘텐츠 제작은 기존 SNS에서 하던 것을 재활용 혹은 확장하는 형태로 처리. 초기 유저는 커머스에서 자주 쓰는 선발매, 단독 출시 등의 이벤트를 활용하여 확보. 완벽한 SNS와 커머스의 콜라보 아닌가? 오히려 어설프게 유저들의 콘텐츠 제작이나 글 게시 등을 제한한 것도 신의 한 수로 보인다.
작년 11월 오픈 시 카카오 프렌즈샵의 리뉴얼한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때,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게 얼마나 가겠어라는 생각을 솔직히 했었었다. 유저들과 쌍방향으로 교류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오픈한 지 1달이 쫌 넘었을 뿐이긴 하지만, 카카오 프렌즈샵은 이를 훌륭히 해내고 있다. 더욱이 이번 리뉴얼은 카카오 커머스가 캐릭터 사업을 양수받은 후, 처음으로 보여준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점. 그래서 앞으로 카카오 커머스가 그려나갈 캐릭터 커머스가 얼마나 더 뻗어나갈지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뉴스레터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다 가볍지 않게 나눠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