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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Feb 22. 2021

쿠팡 상장과 함께 드러난 숫자 7가지

가려진 상장 틈 사이로 쿠팡 숫자 보았지-

 쿠팡은 상장도 정말 로켓만큼 빠르네요. 나스닥 예비심사를 마치며, 미국에서 상장을 곧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온 게 어제 같은데, 이제 정말 곧 상장사 쿠팡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에 상장 신고서를 제출하며, 뉴욕 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공식화하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아닌 미국, 그것도 나스닥도 아닌 뉴욕 증권거래소라니! 쿠팡은 정말 기업공개도 파격 그 자체입니다.


 기업공개(IPO)는 이제 외부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공개하고 판매한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기업공개 이후부터는 규제를 받기도 하고, 주가를 올리기 위해 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기업을 공개하는 것이죠. 쿠팡도 이번 상장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여러 숫자들을 공개하기도 하였는데요. 오늘은 상장 신청서와 함께 드러난 , 쿠팡을 해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숫자 7가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1] 55조 원

 여러 전문가들은 상장 후 쿠팡의 기업가치를 최소 30조 원에서 최대 55조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 단위다 보니, 사실 감이 잘 잡히지 않는 숫자인데요. 국내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지난 2월 6일 기준 네이버 시가총액이 58조 원이고요. 순위로는 국내 4위입니다. 따라서 쿠팡은 단순 순위로는 시가총액 순위 5위로 진입하게 되고요. 물론 현재 5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3조 8천억 원, 6위인 현대자동차가 53조라서, 순위 변동은 이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10위권 이내에는 안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주요 유통 기업들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는 놀라운 사실 (출처 : 아주경제)

 더 무서운 점은 직접적인 경쟁사인 타 유통사 대비해서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인데요. 흔히 유통 3사라고 부르는 롯데쇼핑, 이마트/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시총을 모두 합쳐도 13조 원 남짓이니, 이들을 모두 팔아도 쿠팡의 1/3도 못 산다는 것... 그렇다면 도대체 쿠팡은 왜 이렇게 비싼 가격표가 메겨져 있는 걸까요?



[2] 13%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주요 비즈니스 모델도 아마존의 것을 차용하였고요. 미래 전략도 유사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업공개 때도, 아마존의 PSR(주가 매출 비율)을 참조하였다고 합니다. PSR이란 기업의 가치를 매출 대비 배수로 평가하는 것인데요. 만약 A라는 기업의 매출이 1조 원이고, PSR이 2면 기업가치는 2조 원이 되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지난해 쿠팡의 매출 13조 원에 아마존의 PSR인 4.28배를 적용하면 55조 원이 되는 거지요.


시장 점유율 기준 쿠팡의 지배력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출처 : 교보증권)

 하지만 쿠팡의 기업가치에 대해 여전히 의문점은 남습니다. 우선 아마존은 무려 50%가 넘는 점유율로 북미 이커머스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은 13% 정도로 추정됩니다. 심지어 1등은 17%의 네이버이지요. 더욱이 가장 선진 시장인 북미시장을 장악한 데다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마존과 달리 쿠팡은 아직까진 철저한 내수기업입니다. 아무리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전 세계 TOP5 안에 들고 성장성도 높다고 해도,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3] 91%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분명 투자할 가치가 있는 기업입니다. 왜냐하면 쿠팡의 성장성은 정말 무서울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쿠팡의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 성장률은 무려 91%입니다. 사실상 딱 2배 성장한 셈이죠. 쿠팡이 이미 2019년에도 거래액 기준 국내 2위 플랫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도 안 되는 성장세입니다.


11번가(위 그래프)는 고작 3% 성장, 위메프(하단 표)는 오히려 17% 역성장하였습니다 (출처 : 아주경제)

 이러한 로켓성장의 배경에는 코로나 19라는 예기치 않았던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작년 한 해 18.4% 성장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모든 업체가 이러한 거시적 흐름의 덕을 본 것은 아닙니다. 이미 작년 실적 발표를 한 11번가와 위메프는 보합세 혹은 오히려 거래액이 역성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시장 성장률을 웃돈 성장세를 보였고요. 전체 이커머스 성장의 20% 정도는 쿠팡 몫이라고 하니, 미래에 기대되는 시장 점유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4] 470만 명

 그렇다면 이러한 쿠팡의 성장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요? 쿠팡의 힘은 충성고객들에게서 나옵니다. 쿠팡의 작년 4분기 구매고객은 1,485만 명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곧 전 국민 4명 중 1명은 최근 3개월 이내에 쿠팡을 이용해보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중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회원은 무려 470만 명으로 전체 구매고객의 32%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의 구매빈도는 일반 고객의 4배 이상이라 하는데요. 이렇듯 전 국민 10명 중 1명을 팬으로 보유한 플랫폼, 당연히 매력 있을 수밖에요.



쿠팡은 국내 안드로이드 기준 APP MAU 순위에서 10위 안에 드는 유일한 쇼핑 앱입니다 (출처: 모바일인덱스)

 쿠팡은 이러한 멤버십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요. 이중 화룡점정이라고 할만한 것이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론칭한 쿠팡 플레이였습니다. OTT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고객 락인에 정말 목숨을 걸고 있는 겁니다. 또한 이러한 쿠팡의 두터운 고객 집단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앱의 사용자 수인데요. 쿠팡은 국내 안드로이드 마켓 기준으로 지난달 MAU 순위가 무려 9위. 10위 내 유일한 쇼핑앱이고요.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보다도 순위가 높습니다. 그래서 쿠팡은 유일하게 쇼핑 관련 검색을 꽉 잡고 있는 네이버와 경쟁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5] 256달러

 그런데 말입니다. 쿠팡의 진짜 가치는 이러한 팬들의 충성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특히 쿠팡의 고객당 구매금액은 꾸준히 우상향 중인데요. 쿠팡의 ARPU(고객당 수익)은 2018년 127달러에서 2019년에는 161달러로, 2020년에는 256달러로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20년의 성장률은 무려 59%였다는 것이 대단하지요.


쿠팡은 날이 갈수록 고객 락인이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출처 : 쿠팡 상장신청서)

 이렇듯 쿠팡이 무서운 개미지옥이라는 점은 기존 고객의 거래액 비중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매년 거래액 중 기존 고객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인데요. 작년엔 무려 90%의 거래액이 기존 고객들에게서 발생했는데요. 매출은 딱 2배 성장했으니, 그만큼 고객당 매출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코호트 분석(동질집단 분석) 결과를 보면, 기존 고객의 매출 증가 속도도 더욱 빨리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18년 만원을 구매한 신규 고객은 19년에 1만 9천800원을 샀지만요.  2019년에 만원을 구매한 고객은 2020년에 2만 2천 원이나 쿠팡에서 지출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수는 매년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쿠팡이 패션, 신선식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며 점차 모든 쇼핑을 쿠팡 안에서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는 노력이 있었고요.


[6] 3,515억 원
쿠팡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역시 영업 적자라는 점이지요 (출처 : 조선비즈)

 하지만 여전히 쿠팡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특히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쿠팡의 수익구조이지요. 쿠팡의 누적 영업손실은 4조 원을 넘고요. 작년에도 많이 줄이긴 했지만, 58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취약 포인트입니다.


 그래도 확실히 매출 대비 적자 비율은 물론이고, 규모도 동시에 줄여나가고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고요. 작년 코로나 이슈로 인해 추가 지출이 약 5천억 원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적자 규모는 2천억대로 더 작아집니다. 더욱이 추정 택배 건당 비용을 고려할 때, 아마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정도면 연간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쿠팡의 현금흐름 개선은 이번에 공개된 숫자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특히 이미 현금흐름이 3,515 유입으로 전환한 점은 가장 좋은 신호라 할 수 있는데요. 현금흐름이 플러스라는 것은 외부 자금 수혈 없이도 쿠팡이 더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매입채무도 큰 폭으로 증가한 부분은 여전히 위험요소입니다. 현금흐름 자체가 쿠팡의 늦은 정산 시점으로 개선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최장 2달 뒤 정산하는 쿠팡의 정산 프로세스 덕분에 쿠팡은 막대한 영업적자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른바 로켓 정산법, 즉 빠른 정산을 법으로 강제하려는 입법 시도가 있었고요. 이러한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쿠팡에겐 상당한 압박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상장으로 조 단위의 실탄을 거머쥔다면 이 또한 극복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이제 쿠팡이 영업적자로 곧 망할 것이라는 리스크는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7] 29표

  이제  마지막으로 살펴볼 숫자는 쿠팡이 미국에 상장한 이유이기도 한 차등의결권과 관련된 숫자입니다. 이번 상장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내용 중 하나가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일반주의 29배에 해당되는 의결권이 부여되었다는 점이었는데요. 즉 김범석 의장의 한 표는 29표의 가치를 지니게 된 셈입니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김범석 의장은 단 2%의 주식만 보유해도 쿠팡의 경영권을 사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쿠팡의 미래에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지금까지 보여준 김범석 의장의 리더십이 매우 훌륭했고요. 따라서 경영권이 안정화된 점은 앞으로의 쿠팡이 지금까지처럼 잘할 거라는 것을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창업자가 IPO 후에도 꼭 경영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한 때 쿠팡의 경쟁자였던 티몬과 위메프가 대표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것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쿠팡의 상장신청서와 공개된 의미 있는 숫자들을 지금까지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상장은 정말 진짜 수없는 위기설 속에서도 버티고 버틴 쿠팡의 승리가 아닌가 싶고요. 아마 당분간 쿠팡 천하는 지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자금력까지 확보한 쿠팡과 네이버의 1등 경쟁이 더욱 기대되네요.



(참조 - 쿠팡 사야 하나요? 뉴욕증시 상장신청서 번역해드림)

(참조 - 쿠팡 상장 분석, 쿠팡 실적과 미래 성장성을 점검해 보자)

(참조 - 13조·158억·29%... 베일 벗은 쿠팡의 숫자)

(참조 - '미 증시 상장’ 쿠팡, 납품업체 줄 외상값 쥐고 몸값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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