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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Sep 11. 2023

포레스트 검프가 달린 길에서

  


미국에 와서 본 몇 안 되는 영화 중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가 포레스트 검프다. 

아마 열 번은 본 것 같다.




지능이 조금 모자라는 포레스트는 미국 남부의 시골에서 여인숙을 하는 엄마와 산다. 아들이 기죽을 까봐 엄마는 아들의 일이라면 무슨 일이건 해 낸다. 지능이 모자라 집 근처의 학교에 입학을 거절당하자 그 학교 교장을 유혹해  아들을 입학시킨다.

엄마의 말은 절대 불변의 진리처럼 포레스트의 작은 머리에 각인된다.


포레스트가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로 시작하면 그건 그에게 진리다.


학교에 가는 첫날 스쿨버스에서 그는 이미 왕따가 된다. 아무도 자기 옆에 앉지 못하게 하는데 제니라는 여자 아이가 옆에 앉으라고 부른다. 

그날 이후 그녀는 포레스트의 하나뿐인 사랑이 된다. 

그녀는 아버지한테 학대받으며 "새가 되어 멀리멀리 떠나가기를 소원하는" 아이였다.







포레스트, 너는 앞으로 뭐가 될 건지 꿈을 꾸지 않니?

"나는 내가 되는 거 아냐?"

 멋진 대답이다...







꿈을 꿔, 그런데 해야 할 일을 관두지는 말어.





엄마는 언제나 말했어.

"죽는 건 인생의 일 부분이라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다 지쳐 포레스트에게 돌아온 제니가 신발 한 켤레를 선물하고 다시 떠난다.

포레스트는 이 신발을 신고 뛰다가 대륙을 횡단한다.

대단한 철학을 가지고 뛰는 현자인 줄 알고 사람들이 따른다.




엄마가 언제나 말했어.

"앞으로 나가려면 과거는 뒤로 남겨 두라고.."


그가 무슨 말이라도 해 주기를 바라며 따라오는 수많은 추종자들에게 그는 말한다.

"나 피곤해, 집에 가고 싶어."




달려서 대륙횡단을 하는 기이한 사람의 뉴스를 보고 제니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는 한걸음에 사바나로 달려가 버스 정거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며 옆에 앉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다고 했어요. 어떤 걸 먹게 될지 모르니까요"




"난 똑똑하지는 않아도 사랑이 무언 지는 알아.."

제니가 죽고 포레스트가 그녀의 무덤 앞에 가서 하는 독백은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눈물 나게 한다.



"우리가 각각 다른 운명을 타고났는지 , 그냥  바람결에 떠돌다 만난 건지 잘 모르겠어. 나는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났다고 생각해."




내추럴 브리지에서 모뉴먼트 밸리 가는 길에 그가 달렸던 길이 있다.





팻말이 있었는지 내가 못 보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바로 그 자리를 여러 차례 갔었다.




이번엔 이 팻말이 눈에 띄었다.





포레스트 대신 차들이 달려온다.

차들이 지나가고 





그 처럼 길 한가운데 서 보았다.

"피곤해, 집에 갈래" 그의 소리가 들리는 듯...



나에게도 정신없이 돌아다닌 여행이었다. 조금씩 피곤해진다.

그래도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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