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홀로 다실에 앉아 차를 끓이네
물 끓는 소리와 홀연히 스쳐가는 바람소리 음율 넘고
뒷산 언덕배기 대숲에서 소쩍새 울음 귀를 간지럽히네
용정차 보기 좋게 투명컵에 담고 따뜻한 물 부은 뒤
눈 감고 시심(詩心)을 내어보니
오호라! 막힘없어라
그 사이 은은한 차 향기 다방에 한 그득이라
아! 몰아지경(沒我之境)
옛 사람들은 음다(飮茶)가 곧 돈오(頓悟)라 했음이라
혀끝에서 휘감아 치는 쓴맛이 이고(離苦)라
우릴수록 달콤한 맛은 득락(得樂)인가 하노라
아! 다선일미(茶禪一味),
그 말 참말이로고.
*몰아지경(沒我之境) : 어떤 것에 마음을 빼앗겨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는 경지란 뜻으로 주로 망아지경(忘我之境)이라 씀
**돈오(頓悟) : 갑자기 깨달음을 일컫는 불교용어
***이고득락(離苦得樂) :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누린다는 뜻의 불교용어
**** 다선일미(茶禪一味) : 차와 선의 세계는 하나라는 의미로 선종(禪宗)에서 나옴
아, 이 복됨을 어찌할꼬
중국 옛법에 따르면 차를 나눈 사람은 한 가족이 된다는데
남녀가 호감을 표시할 때 차를 권한다는데
마음에 들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들이킨다는데
사위를 맞이하기 전 장인 장모는 차로써 융숭하게 대접한다는데
살아가면서 혹 자기 딸로 인해 힘든 일이 생겨도 이때를 생각해 잘 참고 극복하라는 의미라는데
차는 혼례법에도 깊이 스며있다는데
송나라 땐 약혼을 ‘차를 받았다’는 의미로 수다라 했다는데
약혼 축의금을 다금이라 했다는데
또 신랑이 신부집에 보내는 예물을 다례, 납폐 보내는 일을 하다, 신부가 예물 받는 걸 ‘차를 받았다’하여 흘다라 각각 했다는데
이것이 청나라 때 삼다지례, 즉 혼인의 3가지 법으로 변모했다는데
청혼하는 것은 하다, 혼례식을 정다, 신방에 들어가는 걸 합다라 했다는데
고로 차를 나눈다는 의미는 가족에 버금가는 친교를 뜻하는 것이라는데
나는 한때 그 의미를 잘 모르고, 나누면 무조건 좋은 것인 줄 알고 차를 자랑삼아 나누고 좋은 일했다고 우쭐댄 적 있는데
귀한 차, 좋은 차 일수록 사람을 가려 내놓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몰랐던 것인데
지난날을 후회하고 반성한다
참고로 예로부터 재혼한 여자는 두 집안의 차를 마셨다 하여 수치로 여겼다 하네
요즈음은 ‘부끄러울 취(恥)’를 ‘취할 취(醉)’쯤으로 알고 안하무인격으로 날뛰는 치들이 너무 많아
모두 예를 몰라 그런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