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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Nov 12. 2020

10년차 PD로 살아가기

나는 지금 삶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 걸까 

- PD가 왜 됐어? 

  기자는 이슈 팔로워고 PD는 이슈메이커라는 생각에. 그리고 프리즌브레이크를 시작으로 미드를 연달아 보는데 심취해서 내가 드라마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여자드라마PD공채 1년에 1명 뽑을까말까다. 게다가 스탭들은 거의다 남자라서 여자로서 통솔도 힘들다고하고. 그렇게 된다고치자.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당신에게 김은숙작가 (그럴일은 거의없다) 가 붙는다고 친다면. 당신이 뭐 할 수 있는게 있을까? 매 씬마다 찍고나서 하늘같은 작가님께  전화해서 보고해야할지도 모른다. 아 네 작가님. 3번씬 얘기하신대로 햇살이 많이 담기는 유리창에서 전면풀샷 찍었습니다. 


  암튼.. 대학입시에서 우연히! 신방과를 고른 나는 우연히! 방송제작동아리에 들어갔고 방송과 광고 복수전공속에서 방송이 훨씬 재밌다는걸 알게됐다. 그래서 방송쪽으로 PD/기자시험봤고 그 해에 됐지뭐..... 나이가들수록? 운7기3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는데. 그 이유인즉슨 유독 공채가 많은 해가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코로나같은상황에서는 신입을 무더기로 뽑을래도 뽑을 수가 없다. 그러니 다른쪽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는거고.... 그게 결국 운이 아닌게 싶다. 이 말이 당신에게 좌절을 준다고해도 낙담할 필요없다. 이쪽 문이 잘 안 열리면 저쪽 문을 열면 된다. 세상모든이치가 다 그렇다고 한다. 


- 언론고시 준비하는법 

  무작정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읽어라. 볼때도 그냥보지말고 생각하라. 예를들어보자. 기자지망생이라고 친다면. 지금 핫한이슈는 뭘까? 화이자의 백신이 정말 우리를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도와줄까? 국회는 세종으로 옮기는걸까? 윤석열이 차기 대선후보가 될까? 만약 당신이 언론고시생인데 이러한 이슈들을 바로 떠올릴 수 없다면 내공이 부족한 것. 그냥 보면 된다. 보통 언시생때는 조선일보/한겨레/연합뉴스를 같이보는게 좋다. 그리고 사회각계각층의 칼럼을 보면 된다. 그러다보면 달팽이와 국회의 관계를 말도안되게 화려하게 엮는다거나 내가 카페메뉴고를때의 고민과 선거고민을 병렬식으로 쓴다거나...정도의 레벨이 된다. 그정도가 되면 논술/작문을 구분할 수 없이 쓸 정도가 된다. 

  상식은 위의 신문과 책을 보면서 모르는 단어나 합성어가 나왔을때 다 기억해두고 맥락을 써두면된다. 그러면 이 역시 논술/작문에서 쓸 수 있다. 여기서 플러스 알파를 더 넣고싶다면 해외외신을 봐도 좋겠지. 요새 파파고 번역 잘된다. 굳이 영어로 보면서 고생할 필요도 없다. 

  최근엔 넷플릭스/왓챠에 스페인/덴마크/프랑스/러시아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올라온다. 보면 확실히 정서가 달라서 극의 흐름이 다르다. 러시아 드라마 <인투더레이크>같은경우는 갑자기 폭력적으로 전개된다거나 수위가 높은 씬이 나오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각 나라별로 다큐멘터리에서 문제를 삼는 주제나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다를 것이다. 이에 대해 생각하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난다. 자꾸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메모를 잊지말자. 그게 중요하다. 


-PD로 일하면서 제일 화날 때 

PD가 가장 회의를 느낄 땐 언젤까? PD에게는 직급이 없다는 걸 아는가? 차장부터가 직급이다. 그 위는 팀장. 혹은 부장. 본부장. 총괄본부장. 전무. 상무. 혹은 부대표. 대표. 이 말은 무엇이냐? 사짜라는 직업과는 많이 다르다는 거다. 변호사.의사.세무사들은 원한다면 개인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할 수 있다. 전문의 생활을 다 마친다음에 개인 병원을 연다는거다. 물론 큰 빚을 지고 해야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펌변이 된다거나 프리로 일하면서 같이 병행을 한다거나 하는 일을 할 수 있을거다. 그런데 PD는? 물론 유튜브가 많아졌지. 그렇지만 유튜브의 성공공식과 PD의 성공공식은 다르다. 

아무래도 PD의 가장 큰 문제는 다 나영석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 말은 뭘까?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프로를 원하는 곳에서 찍을 수 없다는 거에 있다. 이 말이 뭐지? 윗사람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는거다. 그게 조직생활이니까. 그럼 가장 힘든 게 뭘까? 내가 뼈빠지게 기획했는데 위에서 맘에안든다고 다 갈아엎으라고할때. 아니면 뼈빠지게기획했는데 오탈자 하나갖고 뭐라고할때. 숲을 만들었는데 나뭇가지하나갖고 뭐라고 하는 꼴이다. 이런일이 왜 일어날까? 우리나라 언론을 보자면 대부분 신문이 먼저 출범하고 70년대에 들어서나 방송이 시작됐다. 그래서 종편같은 경우에도 요직은 신문출신이 많다. 신문기자출신들.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건 오보와 오탈자 맞지않는 맞춤법 표기다. 물론 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게 숲을 차지하는 본질은 아니라는거다. 기자와 PD사이에서 업무상 괴리가 발생하고 이는 결국 쓸데없는 문서업무를 많이 만든다거나 하는 순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당연히! 작문/논술은 창의성도 중요하고 독특함도 필요했는데 업무에서는 모두 다 깎아내서 조직원으로 만드는 생활이 된다는거다. 그게 문제지. 그러면서 연말계획 낼때는 '아 거, 좀 참신하고 새로운거 해봐. PD면서 그런것도 못 해?"하고 호통을 친다. 참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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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주변 친구들과 얘기하다보면 삶이라는 건 단순화 도식화해서 보면 행복한가/행복하지 않은가로 나뉘고 일을 만족하는가/ 만족하지 못하는가로 나뉘는데.... 만족하지 못하는 건 단순히 개인보다는 조직/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가 좋아하는 인재상과 일치하는 여부와도 밀접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개인의 불행과 행복은 이미 어느 정도 어느 나라에서 어떤 직장을 구했냐고 했을 때 이미 80%는 정해졌을수도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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