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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순간 속에서

거리를 걷는다

by 행복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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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하루가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면,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나는 가끔 이 흐름 속에서 멈춰 서서,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문득, 이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보고 싶어진다.


시간이란 건 참 묘하다.

같은 거리, 같은 공간이라도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몇 년이 지나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익숙한 길목을 지날 때 갑자기 낯선 감정이 스며드는 순간이 있다.

현재라는 시간은 과거와 미래의 경계 위에서 잠깐 빛났다 사라진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갈수록 거리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익숙하면서도, 가끔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낯설다.


낮의 거리는 분명하고 선명하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하지만 밤이 되면 거리는 조금 달라진다.

가로등 불빛이 길게 그림자를 만들고, 창문 너머 희미한 조명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밤이 되어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심코 스치는 순간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때때로 강렬하게 마음에 남는다.


길을 걷다 보면 우연히 마주치는 것들이 있다.

순간적으로 스친 눈빛, 길가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멜로디, 모퉁이를 돌아서 만난 반가운 얼굴.

계획되지 않은 만남과 장면들이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같은 장소에서도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우연이란 어쩌면 필연 같은 얼굴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렇게 쌓인 감정들은 결국 우리의 삶을 채우고, 언젠가 문득 떠오르는 특별한 기억이 된다.


사람들은 같은 거리를 걷지만, 같은 것을 보지는 않는다.

같은 풍경 속에서도 시선은 각기 다른 곳에 머문다.

나는 내가 바라본 순간들을 조용히 붙잡아 기록한다.

그것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오늘의 조각들이 내일의 기억이 되듯이.

세상은 여전히 흐르고, 나는 그 안에서 가만히 멈춰선 채 순간을 바라본다.

그리고 내일도, 그다음 날도, 아마도 또 새로운 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또 한 걸음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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