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어느 순간의 나일지도..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수많은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어떤 얼굴은 낯익은 듯 낯설고, 어떤 얼굴은 낯선 듯 익숙하다.
창문에 반사된 모습이 겹쳐질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오래 기억할까?”
사진 속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어쩐지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사람은 창문에 비친 실루엣으로, 다른 한 사람은 그 너머에서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
같은 곳에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 같은 순간에 있지만 어긋난 시선.
아마 몇 정거장 후면 서로의 존재조차 희미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눈길 한 번, 멈칫했던 순간 하나가 오래도록 잔상처럼 남기도 한다.
길을 걷다 스친 얼굴, 우연히 마주친 눈빛, 같은 공간에 있었던 낯선 존재들.
그중에서 우리는 누구를 기억하고, 누구를 흘려보낼까?
어떤 사람은 짧은 순간에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어떤 사람은 오랜 시간을 함께했어도 희미해진다.
기억의 기준은 시간에 있지 않다. 오히려 감정의 결이 더 중요한 법이다.
우리는 대부분 서로의 기억 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
하지만 스쳐 지나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의미 없진 않다.
한때 같은 공기를 나누었다는 사실, 같은 순간을 공유했다는 느낌.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에서도 어떤 순간은 우리 안에 머문다.
잊힌 줄 알았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를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