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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발걸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그들이 향하는 곳

by 행복가진
by Ricoh GR3X


붉은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는 순간, 사람들은 일제히 발을 내딛는다.

저마다의 속도로, 저마다의 무게를 지닌 채.

나는 그 무리에 섞여 흐르는 듯 움직이며, 문득 이 순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수많은 발소리가 뒤섞이고, 쇼핑백이 흔들리고, 어깨가 부딪힌다.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천천히. 우리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지만, 가는 이유는 다 다를 것이다.


횡단보도는 마치 짧은 여행 같다.

몇 초 동안 나는 낯선 사람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저기 앞서가는 여자는 무언가 고민에 잠겨 있고, 옆에 선 남자는 무심히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아이를 안은 엄마는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쇼핑백을 든 사람들은 손가락을 조심스레 움직인다.


그 속에서 나도 내 발걸음을 맞춘다.

가야 할 곳이 있다.

하지만 잠깐, 이 순간의 느낌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


도시는 바쁘다. 늘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때로는 멈춰 서고 싶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신호가 바뀌면 다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다.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도시를 살아간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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