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에이스>를 읽고
정말 오랜만에 출간된 무성애 책이다. 퀴어 서적도 그닥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무성애 혹은 무연정과 관련된 책을 찾기란 어렵다. 아니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출간되는 책이 없으니까.
대형 서점에 가서 무성애를 검색하면 나오는 책은 딱 두개였다. 2013년에 출간된 앤서니 보개트의 무성애를 말하다(원서:Understanding asexuality) 와 레베카 버게스의 에이스가 되는 법(원서: How to be ace ). 이외에는 이제 성애 혹은 무성이 들어간 제목의 책들이 주르륵 뜬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간된 앤젤라 첸의 <에이스>가 무성애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빠밤)
무성애자의 <에이스> 추천글.
<에이스 : 무성애로 다시 읽는 관계와 욕망, 로맨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
들어가는 글
1. 무성애에 도달하다
2. 성적 끌림이 없다는 것
3. 욕정이 보편적이라는 믿음
2부 교차
4.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널 해방할게
5. 인종의 편견 아래
6. 아플 때나 건강할 떄나
3부 타인
7. 로맨스를 다시 생각하기
8. 거절하기에 적절한 이유
9.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10. 애나의 이야기
11. 우리는 어디로 가고 어디에 있었나?
책은 주로 에이섹슈얼을 다루고 있으며 에이로맨틱(무연정) 역시 잠시 나오긴 하지만 주된 내용은 아니다. 3부의 연애정상성을 다루며 언급된다. 일단 에이엄브렐라 당사자들 중에서는 유로맨틱 무성애자가 가장 무난하게 재밌게 읽을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인터뷰한 사람들 중의 대부분이 유로맨틱 무성애자이다.)
책에서 내가 인상깊게 읽었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가져와 보았다.
68p
강제적 섹슈얼리티는 무성애 담론의 중심에 있는 개념으로, 대다수가 섹스를 원하고 섹스를 하며 섹스가 즐거운 행위일수있다는 믿음이 아니다. 강제적 섹슈얼리티란 정산인은 모두 성적이고, (사회가 승인한) 섹스를 원치 않는 건 부자연스럽고 잘못되었으며, 섹슈얼리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필수 불가결한 경험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떠받치는 가정과 행동의 집합이다.
106~107p
한번 더 말하는데, 섹스는 정치적이다. 쾌락을 즐길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 무엇이 관습을 위반한다고 여기는지, 그리고 섹스의 정의가 무엇인지룰 묻는 건 정치적이다.
181p
그러니 여러 집단이 맞서싸우는 대상은 결국 같다 그 대상은 섹스 안하기가 아니라 성 규범성과 성적 통제다. 모든 집단에는 동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더 거대한 싸움은 ‘정상’일 필요가 없다는 것, 필요한 건 오직 우리가 편안하게 느끼는 대로 존재하고 우리 몸과 우리 이야기와 우리 삶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뿐임을 모두가 깨닫게 하는 것이다.
222p.
누군가는 분명 잔악한 성격을 옹호하기 위해 무로맨틱 지향을 끌어다 쓸 것이다. 여기에 속지 말자. (중략) 로맨스 없는 섹스를 원한다고 선을 명확하게 그으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건 가능하고 남는 일이다.
320p
무성애자 해방은 모두가 성적인 것과 로맨틱한 것으로부터의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성애자를 환영하는 사회는 강간 문화, 여성혐오, 인종차별, 비장애중심주의, 동성애 혐오, 트랜스 혐오, 로맨스와 우정을 나누는 위계, 동의를 계약으로 대하는 관념과 절대 나란히 존재할 수 없다. 이 사회는 선택을 존중하고 우리 삶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쾌락을 강조할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믿는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0.아니일단무성애관련한책이없어이게거의유일한데그냥좀읽어주세요
1. 에이엄브렐라에 대한 공감과 이해
백인, 미국거주, 교육받은, 중상류층을 주로 다루는 이야기이고 미국이나 서구적인 관점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국내의 실정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 이 책만큼 에이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책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에이스 당사자라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다른 에이스 지인을 떠올릴 만한 구절들이 많다. 유성애자라면 아마 무성애자를 이해하는데에 용이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굉장히 다양한 무성애자들과의 인터뷰가 나와서 많은 무성애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무성애자라고해서 다 나같은건 아닌데 일단 나는 (이하생략)"을 보다 더 이해할 수 있게되지 않을까 싶다.
2. 교차성과 연대의 관점
앞서서 미국/서구 중심적이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교차와 연대의 관점이 더 강조되는 책이다. 흑인이나 아시안계, 장애(혹은 질병)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분량과 과거에 훨씬 두드러졌던 에이 커뮤니티 내부의 백인중심, 비장애중심등을 명확히 진단하고 비판하고 있다. 나는 다른 인권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런 점이 매우 반가웠다. 개인적으로는 에이엄 당사자로서의 요구가 다른 인권과 어떻게 연대할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또한 여성 무성애자라면(혹은 무성애자가 아닐지라도) '주체적 섹스'를 두고 찬반이 오가는 제드중심의 논쟁에서 소외감이나 모종의 압박감을 느낀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특히 4장에서 다루니 부분적으로 읽어봐도 괜찮을 듯 하다.
+) 번역이 꽤 괜찮다.
'무성애를 말하다'의 경우 번역의 퀄리티가 매우 아쉬웠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는 딱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것 같다. 아주 잘된 번역인지는 원서를 읽어본 것은 아니라 잘 모르겠으나 이해하는데에 무리가 있지 않았다.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는 번역서? 심지어 무성애를 주로 다룬? 이게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 모두가 알 필요가 있다. (사실그건몰라줘도되니까읽어줬으면)
결론적으로 나는 에이엄브렐라 당사자(특히 유연정 무성애자), 에이엄브렐라으로의 정체화를 고민하고있는 퀘스처너리, 에이엄브렐라 앨라이를 자처하는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여러 이유로 구매해 읽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주변 도서관의 신청해서 빌려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책에 대한 자세한 리뷰나 이야기해보고 싶은 지점들은 다음 기회에 써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