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과 인권은 왜 보장되어야 하는가
인권은 무엇이고 왜 보장되어야 하는가?
인간은 더불어 살아갑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에는 많은 양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군주가 모든 신민들을 지배하며 그 위에 군림하는 형태일 수도 있고, 모든 인민이 평등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직접민주제가 채택된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체제건 가리지 않고 인간은 적어도 자신의 생명, 자유, 재산이 '함부로' 침해당하면 '부당'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은 동일합니다. 최근 동물실험의 결과에 따르면 그건 동물들도 마찬가지라고 알려져 있지만, 동물과 인간이 다른 점은 인간은 자신이 느끼는 '부당함의 직관적 감정'을 이성적으로 논리정연하게 정리해서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하게 됩니다. 무릇 정의로운 사회라면 한 개인의 생명, 자유, 재산이 '함부로'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불가피하게 그러한 것을 제한하게 되더라도 이성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정교하게 발전시킨 것이 바로 인권 이론입니다. 인권은 천부인권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의 판본 마냥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아무 이유 없이 내려온 것이 아니라, 이성이 있는 모든 인간은 특정한 경우에 '이건 뭔가 부당하다'는 감각을 갖는다는 보편적이고 자연적인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권은 이성을 가진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면서도 공동체에서 합당하게 존중받을 만한 값어치를 갖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식별하는 과정을 거쳐 내용이 확정됩니다. 이때 어떤 가치를 인권의 집합 안에 포섭하는 일반적인 정식은 '인간이 서로에 대하여 갖는 모든 진지한 도덕적 권리'라는 인권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로 표현됩니다.
이때 '서로에 대하여' 갖는다는 말의 의미는, 인권이란 모든 인간이 이성을 갖고 있거나 가질 역량이 있는 잠재태로서 이성적 존재라는 도덕적 지위의 범주 안에 한 원소로 존재할 수 있기에 주장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호랑이가 한 사람을 물어가서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할지언정, 호랑이는 이성이 없는 자연물이기에 '나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호랑이게 대한 요구가 합당하지 않고 범주 착오의 오류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이러한 경우 호랑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인권 침해 사실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을 뿐일 것입니다.
또 '진지'하다는 말도 단순히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인권 보장을 부르짖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는 주장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원리는 타당한 도덕규범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즉 자신의 권리 침해가 공동체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줘야 하는 진정한 침해인지 공적으로 정당화되고 논증되어야 함을 함축합니다. 단지 자신의 직면한 것이 분명하고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확신하고 큰 소리를 친다고 될 일이 아니란 의미입니다.
기본권이란 무엇이고 왜 보장되어야 하는가?
단적으로 말하자면 기본권은 헌법에 명시되어 실정법화 된 인권입니다. 그만큼 인권 중에서도 특히나 중요한 부분만을 골라 기본권으로 명명해 제정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본이 보장되어야 하는 까닭은 단지 실정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만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인권 중에서도 그것이 국가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해 침해된다면 국가의 체제 정당성(legitimacy)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것을 기본권으로 삼습니다. 즉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국가가 더 이상 국민들에게 법률을 포함하여 그 어떤 명령에도 따르도록 요청할 수 있는 도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토록 기본권이 중대한 무게감을 갖는 까닭은 인권 중에서도 기본권으로 명명하는 것들은 인간존엄성의 가치에 특히 인접해 있기 때문입니다. 영미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은 인간존엄의 원칙을 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 분석하였는데, 첫째는 '본질적 가치의 원칙'입니다. 인간의 삶은 그 어떤 양상이든 본질적으로 객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개인적 책임의 원칙'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종류의 삶이 자신에게 성공적인 것인지에 관해 스스로 판단하고 이를 실현한 자유와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원칙에 기반한 인간존엄성의 가치는 기본권 해석과 설정의 핵심적인 기준이 됩니다. 만일 인간존엄성의 가치가 국가가 합법적 강제력을 행사함에 있어 최소한의 규범적 토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한 사회의 소수이지만 분명히 일부를 구성하는 어떤 인간들이 삶에서 지향하는 가치들은 주류적인 것에 비해 덜 중요한 것으로, 나아가 그런 사람들 자체가 덜 존중해도 되는 열등한 것으로, 더 나아가서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멸절시켜야 하는 유해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앞에서 살펴봤던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비록 그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자들이 '비로소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믿더라 할지라도 객관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합니다.
또 인간이 자신의 삶의 성공을 스스로 판단할 권리와 실현할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령 독재자가 주장하는 대로 프롤레타리아의 영원한 해방 투쟁과 유관한 삶의 방식만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그렇지 않은 모든 행동들은 유해한 것으로 간주된다면, 독재자와 그에 동조하는 소수의 인물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재자가 옹호하는 가치를 옹위하기 위한 한낱 수단으로만 존재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의 모습들은 마찬가지로 모두 모든 인간들이 자연적 감각으로 타고난 '정의로운 상태'에 대한 직관에 비추어 볼 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나가며
기본권과 인권의 기본 개념과 관계 그리고 그것들이 왜 보장되어야 하는 규범적 호소력을 갖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말을 쓸데없어 어렵게 적어놨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령 "인권이란 모든 인간이 이성을 갖고 있거나 가질 역량이 있는 잠재태로서 이성적 존재라는 도덕적 지위의 범주 안에 한 원소로 존재할 수 있기에 주장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같은 문구가 그러합니다. 하지만 제가 쓴 말 중에 이유 없이 어렵게 쓴 말은 없습니다. 이 같은 경우 '어린아이', '치매 환자', '식물인간' 등 이성 능력이 불분명하거나 영구적으로 손상된 존재들까지 모두 '이성적 존재'라는 도덕적 지위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구태여 말을 늘여 쓴 것입니다. 제가 말을 지어내서 임의로 포함시킨 것도 아니고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 윤리학 학계의 비교적 최신 논의를 녹여내 서술한 것입니다.
법철학이나 헌법 이론을 동시에 어느 수준 이상 공부한 사람이라면 너무 사회계약론적, 특히나 '롤스주의적'으로 치우친 설명 같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본 연재는 '로스쿨 면접'을 위한 도구적 가치를 갖습니다. 단지 학술적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사회적 합리성을 만족하는 윤리 이론은 고전적 공리주의가 유일하다는 수학적 증명에 관한 내용을 첨부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한 내용은 단기간에 소화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결정적으로 로스쿨 교수님들이 10~30분 남짓한 면접 시간 동안 제한적인 설명으로는 완전하게 이해하기 어려워하신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본 연재는 제가 로스쿨 면접 대비로 기존의 지식을 정리함과 동시에 그 흔적을 남과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이 헌법 이론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 로스쿨에서 보다 더 논리정연한 말을 그럴듯하게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시작된 것이고 어디까지나 그런 의도 하에서 마무리될 것입니다. 앞서 든 예시 외에도 추가 설명 없이 구태여 복잡하게 쓴 듯한 구절들이 더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추가로 논의해 보는 것도 생산적인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불가피하게 바빠져서 유감스럽게도 다른 연재들을 유기하고 있는데, 이렇게나마 브런치에서 찾아뵙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