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은하수사랑해
33주 진입.. 기약 없는 병원 생활 점점 더 불러오는 배..
마음 같아서는 병원 이곳저곳을 누비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3주 전 입원했을 때는 다른 병실에 있는 삼둥이 언니들을 몰래 만나러 갔다가 의료진에게 걸려서(ㅋㅋㅋ) 쫓겨나기도 했었는데 33주에 접어드니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병실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병실 안 화장실에 가는 것도 한세월이 걸렸고 고작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인데 녹초가 되었다. 낮이고 밤이고 친구들이랑 카톡을 하거나, 삼둥이 단체 카톡방에서 미리 출산한 아가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 그마저도 태동기 3개와 수축기 1개를 배에 부착하고 있어 꼼짝 마라 자세로 해야 하니, 쉽지는 않았다. 확실히 33주가 되니 몸이 더 힘들었지만 앞으로 2주만 더 버티면 된다는 생각에 고지가 눈 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몇 개월 혹은 몇 주 먼저 출산한 세쌍둥이 엄마들이 35주, 36주까지 버텼기에 나도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33주 4일 아침, 여느 때처럼 아침 회진을 온 교수님이 뜸을 들이더니 말씀하셨다. 항상 쿨하고 빠르게 인사하고 가시는 분인데 주저하는 모습이 어색했다.
"내일 낳자."
"네?"
"내일 낳아야 해. 내일 인큐베이터 자리가 3개 나온대. 3개 확보 정말 어렵게 했어. 낳자 내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휴 뭘 또 울고 그래.. 이렇게 버틴 것도 잘한 거야. 세쌍둥이를 33주 넘게 품고 있었는데 이거 100점 만점에 1000점이야. 울지 마 울지 마.."
"저.. 더 버틸 수 있어요. 버티면 안 돼요? ㅠㅠㅠㅠㅠㅠ"
"아니야.. 그러다 엄마가 죽어.. 낳아야 돼.. 그간 고생 많았어 내일 낳자. 내가 수술 잘 해줄게.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면 돼. 걱정하지 마! 애들도 다 건강하게 잘 키워놓고 왜 울어! 괜찮아 괜찮아."
교수님은 내 손을 꼭 붙잡고 괜찮다 괜찮다며 위로해주셨다. '내일 낳자'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눈물 콧물이 다 쏟아졌다. 아 정말 난 버틸 수 있는데 더 할 수 있는데 더 키울 수 있는데 낳아야 한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엄마 뱃속에서의 하루는 인큐베이터에서의 일주일이라는 말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더 그랬다. 나름 (만으로) 20대 산모라고 당연히 35주까지 버틸 거라 자신만만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출산을 해야 한다니, 절망스러웠다. 고작 2주를 더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이 33주 동안 힘들게 버텨온 그간의 나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래도 아이들 셋 모두 건강하게 33주 까지 키운 것도 대단한 거라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가 다시 또 절망에 빠졌다가.. 대한민국 최고라 하는 병원에서 이른둥이를 얼마나 잘 키워주겠냐며 위로했다가 또 울기를 반복했다.
지금까지 잘 버텼다며 아가들도 건강하니 걱정 말라는 의료진의 위로도 네가 너무 힘드니 이제 그만 버티고 낳는 게 더 좋다는 친정 엄마, 아빠의 말씀도 위로가 되었다가 또 금세 무겁게 떨어졌다.
몇 시간을 속상함에 울다가 진정했다가를 반복하니, 배가 점점 불편해졌다. 찌르르하는 느낌이 들더니, 배가 아팠다. 수축기에 파동이 세지다가 맨 아래 있던 아기가 아래로 조금 내려온 느낌이 들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니, 위에 있는 두 명의 아가와 맨 아래 있던 한 명의 아가 사이에 빈 공간이 생겼다. 원래 틈 없이 촘촘하게 아가들이 붙어있는 느낌이었는데 빈 공간을 손으로 누르면 쑥쑥 들어갔다. 다행히 수축이 계속 진행되거나, 자궁문이 더 열리지는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다. 그보다 시시때때로 내진하고 자궁경으로 속을 들여다보는 게 너무나 아프고 불편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픈 건
35주까지 버티지 못하고 33주에 출산을 해야 한다는 사실..... 이었다.
아가들아 미안해..
우리 푸른, 하늘, 은하수야 미안해 엄마가 더 버티지 못해서 미안해.. 더 품어주지 못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