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a good trip

2025년 3월 5일

by 경희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에 오면 꼭 들리는 한식당이 있다. 해물순두부찌개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웠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KTX에 올랐다. 장시간 이동으로 몸은 천근만근이나 캐리어를 들고 버스를 탔다.


뒤이어 외국인 두 사람이 버스를 탔는데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보는 나도 당황스럽고, 그들도 꽤나 곤혹스러워 보였다. 내가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사이 한 사람이 지갑에서 현금을 꺼냈다. 버스 기사님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어찌 할 바를 몰라했다. 내가 대신 결제를 해 주어야 하나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거스름돈으로 동전이 쏟아지는 소리가 차갑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버스 기사님의 짜증스러운 말투와 퉁명스러운 태도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터 그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독일에서 6일을 머무르는 동안 맑은 하늘은 본 날이 딱 하루 있었다. 우중충한 하늘만 보다가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구시가지로 가려면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도이칠란드 티켓이 있으니 이왕이면 버스를 타기로 했다. 도이칠란드 티켓으로 기차는 이용해 보았으나 버스는 처음이라 버스 기사님께 휴대폰에 저장된 티켓을 보여드렸다. 버스 티켓을 달라고 한다. 도이칠란드 티켓이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고압적인 말투와 태도로 티켓을 구매해 오라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기다리던 엄마가 버스 안으로 걸어가자 티켓을 구매해 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XX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여기는 타지이고 도와줄 이 하나 없으니 불미스러운 일은 만들지 않는 게 낫다. 그래 버스 이거 하나만 있는 거 아니니 내렸다. 다음 버스 기사님은 별 다른 말 없이 타라고 하더만. 훌훌 털어버리고 웃어보려고 했으나 찌그러진 마음이 쉬이 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이 신경 쓰였다. 그들도 하루를 망쳐버릴까 봐.

선불 교통카드를 검색하고 버스 뒷자리에 앉은 그들에게 갔다. 교통카드가 있는지 물어보니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왜 결제가 되지 않았냐고 물으니 충전된 금액이 부족했다고 하였다. 여기는 이동할 때 주로 버스를 타야 하는데 교통카드가 없는지 알고 알려주려고 했다고 하니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하였다. 조금이나마 밝아진 얼굴을 보니 나도 마음이 놓였다. 그들이 내리는 정거장에 도착하기 한 정거장 전에 알려주기로 하고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인사라도 나눌까 싶어 내리는 승객들을 눈으로 좇는데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하고 어어어 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님, 뒤에 문 좀 열어주세요. 무사히 내린 그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었다. 부디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돌아가기를.


P.S. 그들의 배낭에는 뮌헨-인천행 태그가 달려 있었다. 뮌헨에서부터 여기까지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기차를 타고 온 것이다. 그들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남겨둔 비밀이다.

작가의 이전글Merry christmas Mr.Law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