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9일 리더알프(2025년 2월 중)
이탈리아로 바로 넘어가기에는 아쉬워서 가까운 곳에 들렀다가 오후 2시 33분 열차를 타고 넘어가기로 하였다.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음이 촉박한데 뫼렐역에 내려 이동하는 사람들은 그런 기색이 없다. 작은 역이라서 탑승객들을 기다려주는 건가 싶어서 사람들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맙소사, 대다수가 매표소를 지나쳐 곧장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게 아닌가!!! 시즌권을 끊은 모양이다. 째깍째깍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속은 타들어가는데 앞사람이 질문을 많이 한 탓에 결국 리더알프 미테행 케이블카를 놓쳤다. 기다리느니 바로 옆에 상시로 운행 중인 리더알프 웨스트행 케이블카를 탔다. 두 역간 거리가 걸어서 10분 정도라고 하니 나쁘지 않다. 케이블카 아래로 슈가파우더를 듬뿍 뿌린 듯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장관이다.
아이젠과 슈패츠를 착용하고 케이블카 역 밖으로 나왔다.
지붕 위에는 눈이 두툼하게 쌓여있고,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나무 위에도 눈이 소복이 내렸다.
쿱에서 빵과 커피를 사고 계산을 하면서 직원 분에게 마을이 너무 아름답다고 하니, 날이 좋은 날에는 마테호른도 보인다고 하였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지상 낙원을 발견했다는 이야기 속 장소가 여기라면 수긍이 간다. 엄마와 나는 여기에 더 있고 싶다고, 떠나기 싫다고 입을 모았다.
노란색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베트머알프까지 걸어서 25분이 걸린다고 한다. 파랑새 아니, 노랑새가 이끄는 대로 낙원 깊숙이 따라나섰다. 어느새 날이 개어 쾌청한 하늘 아래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안평대군은 꿈에서 본 몽유도원을 설명하여 안견에게 그림으로 그리게 하였다고 하는데, 나는 설명할 재간이 없어 사진으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