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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2024년 7월 22일 오르세 미술관

by 경희


Renoir, "A Box at the Theatre"

2019년 8월 9일 비 내리는 아침,

느지막이 숙소를 나서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재회의 기쁨에 들떠 5층으로 한달음에 내달렸으나 그만 멈칫하였다.


처음 이 방으로 들어서던 때,

놀람과 환희로 가득했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혹스러운 와중에 한 작품에 이끌렸다.


'검정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드레스가 발하는 색이 아름다워 홀린 듯 한참을 바라보았다.


'호호, 이 사람 재미있는걸.'

그림 속 그녀도 한 손으로 턱을 괜 채 그런 나를 흥미롭게 응시하지 않았을까.


나는 한국에서,

그녀는 미국 클라크 미술관(Clark Art Institute)에서

물 건너 바다 건너 파리에서 조우하였다.


같은 장소라고 해도 우연이 깃들어 새로움을 빚어내니 다음이 기려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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