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순박하고 싶은 시간이 가득한 삶이길
난 매몰차게 사는법을 배우지 못했다
지금까지 서너번의 추돌사고를 당했지만 아이고 뒷목이야! 를 외쳐본적이 없다
식당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수도없이 많이 나왔어도 슬그머니 빼내곤 게걸스럽게 잘도 먹었다
윗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한시간이 넘게 들려올때도 그저 신이 많이 났다보다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실수로 내게 피해가 온다해도 그 피해가 경미한 수준이라면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살았다는게 자랑이라면 자랑이 되겠다
그러나
이십대후반까진 나도 한성격했다
오죽하면 싸움닭이란 별명을 다 얻었을까?
내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거나 욕을 한다면 왜 좋은 주먹을 놔두고 말로하느냐가 내 삶의 모토였었다
시퍼렇게 날이 서있던 날카로운 자아는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면서 상당히 무디어져 갔다
성격이 누그러질수록 보이지 않던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려의 즐거움을 알아버리게 된것이었다
느긋하게 살기가 이토록 즐거운것인가를 소스라치도록 느끼게 된거였다
차창밖으로 빠르게 흘려보내던 풍경을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는 기분이랄까?
새로샀던 차의 뒷범퍼를 살짜쿵!했던 뒷차 운전사에게 별 표시도 안나니 살짝 패인곳만 땜방하겠다고 견적서를 보냈다 그런데 그는 두배의 금액을 내게 보냈다
카운터에서 음식값 계산을 끝내고 머리카락이 나왔노라고 은근슬쩍 이야기를 해주자 식당주인은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었다
어제 친척들이 많이 놀러와 시끄럽게해서 미안하다며 윗집 아주머니는 달콤한 천혜향 한박스를 들고 내려왔다
물론 나의 양보와 배려가 항상 긍정적인 결말로 끝난건 아니다
그러나 난 느긋하게 한 템포를 쉬어가며 스스로 만들어내는 스트레스를 안받는것만로도 이미 충분히 즐거울수 있었다
이것이 매몰차게 살지않는 삶이 누릴수있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손톱만큼도 손해보질 않으려는 각박한 세상이다
그러나 간간히 노인에게 음식값을 받지 않았다는 식당주인 이야기가, 평생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기부했다는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가,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지팡이를 짚고 가는 노인을 부축하는 청년의 이야기가 세상을 사랑스럽게한다
사람이 아름다워지는것은 참 쉽다
그저 약간만 느긋해지면 된다
그저 씨익 웃을줄 알면 된다
하지만
불의에 대해 분노하는것은 필요하다
세상을 발전시키는건 불의에 대한 항거가 항상 큰몫을 해왔다
그러나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들은 희안하게도 불의 앞에선 나약하다
그들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에게라도 예수같은 삶을 살아달라고 강요할순 없다
그래도 한번 느긋해져보세요라고는 권하고 싶다
잃는것보다는 오히려 얻는게 참 많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내게 주어진 시간을 할애해서 이 글을 썼다 축복이란게 바로 이런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