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이모

by 산돌림

<순례이모>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난 꼴에 전년도 초등학교 동창회 총무였다

작년 한해 수고 했다고 신임 회장인 내친구. .

그녀가 한잔 사는 자리였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그녀는

아이자랑 남편자랑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자랑을 한가지 한다


결혼후 10년동안 매일 시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렸노라고,

병원에 입원했을때 조차도 그랬노라고. .


*


순례이모는 아버지의 먼 친척이다

아버지의 고향 상주에 시집와서 살아가시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는데 살아 생전 시어머니께 그렇게 구박을 당하셨단다


칠거지악중 하나인 아들을 낳지 못한죄였다


머슴도 상머슴의 삶이었으리라

한번도 방에 앉아 맘 편히 밥을 못먹고 부엌의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바가지에 밥과 반찬을 쓸어담아 그저 끼니를 때우는 삶이었다고 이야기하셨다


그 고약한 시어미는 죽을병이 걸려서도 순례이모를 괴롭혔다지. . .


밭일에, 집안일에. . 바빠서 물 한모금 할 시간도 없는 순례이모를 그렇게나 불러 대었고 시키는것 없이 되돌려보내고 또 다시 불러대고. .


매일 시어미의 똥귀저기를 갈아대고

욕창으로 짓무른 살들을 주물러 주는것으로

손주녀석을 안겨드리지 못한 죄를 탕감받으려 했던 순례이모. . . 그녀도 서서히 모진 삶에 지쳐갔었고

호미질 하던 손을 놓고 먼 산머리위 삐죽히 솟아나온 나무 한그루를 멍하니 쳐다 보던 어느날. .


시어머니가 위급하다는 소식에 황급히 집으로 달려갔는데. . .


꺼져가는 마지막 소중한 한모금 숨을 아끼며 시어미는 순례이모의 손을 잡고 두번을 불렀다고 한다


"순례야. . 순례야. . . ."


*


내 친구는 참 곱다

누가봐도 귀티가 나며

배려심도 많고 웃음이 귀여운 친구다


그녀가 다른 자랑도 아닌 시어머니와의 참 좋은 관계를 자랑했던건 어떤이유였을까?


나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노라고

그래서 이렇게 웃을수 있노라고

친구들에게 이것만큼은 자랑할수 있노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것은 아니었을까. . .


그녀이자 며느리이자

내친구에게 이노래를 바친다. . .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chris de bur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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