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 운동화
<대결 ㅡ마징가 운동화>
어제 초등학교 친구를 보았고
오늘도 또 초등 동창 친구들을 보러간다
치과의사이자 동창인 친구가
나의 이빨 주치의 되시겠는데 근처 사는 친구들 몇명이서 저녁을 같이 하잔다
그리고 이 의사친구는 내게 치료기간동안
금주하라는 말을 이젠 포기한듯하다
날보는 얼굴 표정이 딱 이렇다
"니가 술을? 야 개가 똥을 참지. . "
이야기가 어째 개와 똥으로 샜다
*
초등학교때
정말 가난했다
정확히는 조부모님과 아버지가 가난했다
딸린 식구들도 당연히 가난했다
가난이라. .
그 시절의 가난을 지금에 이야기해봐야
공감대가 형성이나 될까만은
난 1년 내내 츄리링 한벌로 학교를 다녔다는
말로 그 가난한 시절을 상징해 본다
6학년이 되자 어떤 어린이가 되고 싶어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예술적인 어린이가 되고 싶다는
대답을 할만큼 난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가난은 그렇게 아이를 일찍 키워버렸다
1년 내내 입고다니든, 어디서 얻어온 옷이든
투정부리지 않았고 수긍해가고 있었다
*
같은반인 소녀는 내마음을 훔쳐갔다
등교길, 하교길에 어떻게든 소녀와 함께하려 했고
그것만이 유일한 관심의 표현이었다
선생님은 학교가 파하고 청소가 끝난후
소녀를 불러 노래를 시키곤했다
선생님의 올갠 반주에 맞추어 낭랑하게 부르는
노랫소리를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들으며
난 잘사는집 아이인 소녀와 가난한집 아이인 나와의 사이에 철조망을 치고 있었다
그날도
잠시 쪼그리고 앉아 소녀의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교실 문이 열렸다
후덕하게 생기신 아줌마였던
우리 선생님께서 날 쳐다보았다
"도형이 집에 안갔네?
잘됬다 안그래도 도형이랑 같이 갈곳 있었는데 오늘 가자~~"
영문도 모른채 선생님과 같이 학교를 나서는데
어디를 가는지 궁금한것보다는 소녀와 같이 집으로 가지 못하는것이 더 아쉬웠다
*
촌지 선생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우리 선생님은 평판이 그닥 좋진 않았다
아이들도, 학부모도 수근댄다는걸 철이 일찍든 나는 알고는 있었다
당시에 촌지로부터 자유로울 선생이 누가 있었겠나
그러나 극명하게 경제의 가치와 불평등함을 알아버린 난
머 별로 신경쓰지도 않은 부분이었고
아이들에게 체벌을 잘하지 않는것으로 만족스런 선생이었다
나에겐 그저 화장실도 안가실것 같은 그런 선생님일뿐이었는데 나와 대체 어딜 가시자는걸까?
소녀의 모습이 멀리 사라지자 그제서야 궁금해졌다
영등포 시장의 한 신발가게앞에서 선생님은 걸음을 멈추었다
신발가게에선 강한 중독성의 고무와 본드냄새가 흘러나왔다
마징가가 그려진 어린이 운동화를 고른후 선생님은 내게 신어보라셨다
신발은 딱 맞았다
아니 맞지 않더라도 상관없었을 거였다
옆가게에서 선생님은 남색 운동복도 한벌 골랐다
"도형아 친구들한테는 선생님이 사주었다고 말하면 안되~"
괜히 내가 놀림을 받거나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어서라고. . 선생님의 이 발언을 지금까지도 믿고있다
그날 저녁
이불속에 누운 나는 마징가 운동화를 가슴에 안고
까닭 모를 눈물을 계속 흘렸다
그리고 눈물속으로 소녀가 저 멀리 철조망 뒤에서 슬픈 눈으로 웃고 있었다
*
몇십년이 흐르고
이제서야 말해본다
"친구들아!
그때 니들이 멋지다고 한 마징가 운동화는
6학년 5반 우리 담임선생님이 사주신거야!"
*
5월에 올리고 싶었던 글이었는데
급한 성격덕에. .
초등학교 친구를 보는덕에. .
지금 올린다
소녀는 흐르는 소문을 잠시 붙잡아 들어보니
너무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면 됬다
아이적의 순수와
설레임과
그리움과
운동화 본드 냄새와
엄마가 없던 내게 잠시 엄마가 되주셨던
선생님과
지나간 모든것들의 댓가로서. . .
*
그나저나 진료받은날
그것도 주치의 앞에서
. . 술 마셔도 되나?
머라 안하겠지?. . 이젠 머 내게. . 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