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우체국
6시도 안된 이른 시각의 신림역 입구에서
누군가 길을 묻는다
난 전형적인 팔자걸음이라
조금 걷는게 느리다
팔자가 아닌 사람에 비하면
백보를 걸으면 최소 다섯발자국은 손해를 본다
그래서인가 자주 길물음을 당하는 편이다
빠르게 걸어가는 사람들보다는 아무래도 접근성면에서
수월할 나의 걸음일테지...
그래서 도를 아시는분들의 접근도 많다
이때는 최대한 발걸음을 빨리해본다
도를 아십니까? 후다닭! 이방법이 최고란걸 알기에 말이다
내팔자 걸음은. .그래서 내 팔자려니 하고산다
"남서울 우체국 쪽이 어디입니까?"
팔자걸음이 심한만큼 난 친절하다
자세히 이짝으로 가시다가 저짝으로 가시고 거기서 눈을 좌측으로 돌리면 그 건물이 바로 보일것이라는 상당히 일목요연한 답을 해주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한 기분으로
전철을 탄다
비가 그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거리로 걸어가던
내게 길물음을 했던 그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떠올리면서...
빈자리에 앉는다
아뿔사!
아까 내가 이짝을 저짝으로 반대로 말했슴을 깨닫는다!
그는 남서울 우체국의 반대편으로 어느 팔자걸음의 사내말을 철석같이 믿고 추운 이른 아침거리를 배회할것 아닌가?
아 내가 왜그랬을까?
군대 있을때만해도 똑똑했는데
바람이 불었고
잠이 덜 깨었다고 애써 변명해본다
내게 길을 물었던 그대여
미안합니다
혹시나 내게 졌다고 생각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