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

용가리와 통기타

by 산돌림


중학교때 살던 신림5동은 집들이 고만고만한 크기로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용구형님은 저녁이 되면 자신이 일하던 석고상 공장의

수고를 샤워로 씻어내고 옥상에 앉아 썬버스트 색상의

통기타를 연주하곤했다


이 용구형님의 사촌동생이 나의 친구였는데

이름에 용자를 돌림으로 썼더랬다


용구,용대, 용관,용훈. .

그리고 이들 형제지간은 각자의 세계에선 모두 용가리로 불렸음이 확실했다

내 친구 용훈이도 우리들에겐 용가리로 불렸고

그 용가리의 동생 용대도 학교에서 용가리로 불린다고

이야기한적 있으며

내친구 용훈이를

"용가라!!"

하고 불렀던 어느날 용구형님이 먼저 쳐다본것도 이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여튼

용가리형제 중에서 최고로 나이가 많던 용구형님은

겨울에도 아주 춥지만 않으면 옥상에 올라 저녁 노을에 통기타의 선율을 흘려보냈다

거기에다가 살짝 저음의 목소리로 노래도 했는데

어니언스의 노래. . 제목이 뭐더라?

별처럼 사라져간 사랑이여~~~

이 노래는 용구형님의 18번이기도 했다


동네 명물 형님이었다


그런데 이 형님이 일으킨 나비효과가 실로 대단했던게

동네의 고만고만한 자라나는 청춘들에게 음악의 세계를 일깨워주었고 통기타 붐을 일으켰으며 이때에 기타를 잡은 한녀석은 지금도 뮤지션의 길을 걷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리고

나의 귀엽고 이쁘장했던 막내고모께서

이 용구형님의 기타소리에 반해 비록 별처럼 사라져간 사랑이 되었지만 잠시 사귀었슴을 난 알고 있었다


*


오늘 저녁엔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다

어린이날이라고 해도 이제 어린이가 집에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인지라ㅡ나이가 먹었다는 증거다ㅡ

오랫만에 얼굴을 보기로했다


초등학교 어린이때 만난 친구들이니 어린이날 보는것도 의미가 있지싶다ㅡㅋ 너무 갖다 붙인다


이중에 중앙대 대표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친구도 오늘 오기로했다

홍대에서 자신이 소속된 직딩밴드 공연도 했으며

내가 보기엔 그의 손가락은 로즈우드재질의 기타지판위를

그야말로 날아다닌다


한수 하사받을 작정으로 출근길 기타를 등에 매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비친 기타를 맨 나의 모습은

아. . 한 아트함직 하다만

기실 중학교때 용구형님 효과로 잠시 통기타를 쳐본게 다였던 나로서는

bm11,, c#m7 ㅡ요따우 극악무도한 코드들 앞에선 손가락들이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수준인게. . 슬픈것이다


연습만이

좋은소리로 보답을 하겠지


저녁마다 띵가띵가 거린다고,

어째 그소리가 그소리냐고

비웃듯 말하는 마나님의 얼굴에서

어? 제법인데 ㅡ 이표정을 꼭 얻어내고 말리라!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아들녀석의

저러다 금방 관두겠지 하는 불신의 눈길도

내가 이겨버리겠다는 투지도 샘솟는. .

오늘 아침이다


내게 통기타의 매력을 다시 일깨워준

친구에게 너무너무 감사한 오늘 아침


그런데. . c#m 이 코드는 어캐 잡아야 소리가 아름답게 나는겨?. . ;;;

매거진의 이전글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