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

척착탁헉

by 산돌림

<대결 76ㅡ척착탁헉>


눈치가 꽤나 빠른편인 나에게

초딩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 오늘의 제목과 같다


척하니 착이요 탁치니 헉! 했다를 줄여서 갖다붙인것이다


근대사의 가슴아픈 사건도 함축되어있는

ㄱ 받침 4개의 된발음을 구사해야하는

나름 내맘에드는 별명이다


그런데

내가 눈치가 빠르다고?

아니다 지나간 과거를 들여다보면

난 오히려 센스가 없는 편에 속한다


*


늦깍이 사랑에 빠진 친구가 있었다

30대 중반까지 스스로 민주화의 투사로 자처하며

자신의 삶은 오롯이 민중의 것이며

사리와 사욕은 사치란듯이 살던 친구가

먹고산다는 현실에 무릎 꿇고 직장이란곳엘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한눈에 뿅간 여자를 만난거다


이 여자

친구의 마음을 눈치채고 어서 고백하라고 분명 원했었다


회사 회식날

친구는 과음을 했고

이 여자와 동료 남자 후배 이렇게 셋이서 귀가를 하려고 전철을 탔더란다


내심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으나

후배가 자신이 바래다 주겠노라고 나서기도하며

취기가 몸도 피곤하게 하기에 전철에서 내렸는데


여자의 입에서 나지막하지만 친구의 마음에 못질같은 소리가 들렸단다


"......바보"


불길한 예감으로 다음날 출근하니

여자와 후배는 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고 출근했으며

둘은 눈치없는 친구를 놀리듯이

살가운 눈빛들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하기전까지 무려 9개월의 시간이 남아서

알바를 시작한 롯데 백화점 명동점에선

마치 기다리고나 있었다는듯 눈이 참 예쁜

그녀가 자연스레 나의 애인이 되었다


숫컷들이 대쉬를 좀 했었나본데

그녀의 마음은 내게로 향했고

난 45번 좌석버스의 뒤에서 두번째 자리에

그녀와 앉아 도란도란 성남시까지 가는 퇴근길 데이트를

정말 좋아했다


너무나 소중하면 아끼게된다


6개월을 넘게 사귀면서도 손 잡는게 다였다

충분히 키스를 부르는 송혜교급 입술을 가진 그녀였고

왜 건장한 남자인 내가 탐내지 않았으랴

그러나 난 정말 아끼고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입술과 그녀의 정조. . 그녀의 모든것을


그런데 그날은

그녀의 집앞에서 발걸음을 돌리기 싫었다

내가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의 손을 놓고 돌아서려는 순간

아. .

그녀가 내게 몸을 맡기려고 다가왔던거였다

나의 망설임에 포옹을 해주려고 했던거였고

난 0.1초빠르게 그 순간을 놓친거였다


진짜. . 눈치도 없었다

그저 잡은손에 살짝 힘을 주고 내쪽으로 끌어 당기기만 했었어도. .


1년을 사귀다가

그녀는 아버지의 성화에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영동으로 내려간다

그렇게 우린 서서히 추억이 되어갔다


그녀의 여자친구와 나의 친구를 소개시켜 준적이 있었다

둘은 지금도 금슬좋은 부부다

이친구는 연애시절 나보다 어느순간 눈치가 빨랐슴이 분명하다


*


연휴의 전철안. .

이른시간인데 아마도 어제밤부터 계속 함께였을 연인이

맞은편에 앉아있다


남자의 어깨에 기댄 여자의 얼굴과 그 얼굴을 자꾸 만지고 있는 남자


니네들 왜그러니;;

아침부터 추억에 젖게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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